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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객 S Jul 25. 2023

사람이 가장 큰 보물인 땅

영화 <파르바나: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스물 일곱 번째 영화: <파르바나: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원제:브레드위너)
감독: 노라 투메이
선정자: J


J:영화 어떠셨나요? 심적으로 힘드셨겠죠....

S:저는 두 번째 보는 거였는데 넘 힘들어서 다 못 봤어요. 그래서 결말이 기억이 안나요ㅠㅠ

J:그쵸. 소재가 소재다 보니까.

L:전 비교적 담담하게 봤어요

P:저는 끝까지 다 보긴 했는데 중간중간 모험 얘기해주는 부분 표현이 좋았어요.

J:슐래이만 얘기 연출이 너무 좋죠.

L:오빠 이름 붙여서 아바타같이 이야기에 투영해서 힘을 얻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좋았어요.

J:(영화에 대한)얘기도 얘기지만 이 영화를 보고 실사 <뮬란>을 봐서 왜 이렇게 뮬란을 X같이 만들었을까 하는 마음이었네요.

(웃음)

J:좀 비슷하지 않나요? 아빠 대신 남장을 하고 머리를 자르고. 근데 상황은 더 처절하고

S:비슷하죠 확실히. 애니는 좋았는데 실사는 별로였나 봐요?

J:실사 뮬란이 그렇게 망한 건 아닌데 좀 실망스러워서. 하필 파르바나를 보고 저걸 봐서 말이에요. 번역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아프가니스탄의 눈물이 뭐냐고 아마존의 눈물인 줄. 그냥 브레드위너 그대로 하지.

S:브레드위너는 무슨 뜻이에요?

J:‘생계를 부양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어요.      

여자와 남자에게 보이는 태도의 차이

L:근데 언니는 왜 아무것도 안 했는지 궁금해요. 물도 파르바나한테만 떠오라고 하고.

J:언니가 혼기가 차서 밖에 나가면 안 돼서 그런 거 아닐까요? 파르바나는 상대적으로 좀 어린애고.

L:오 그런가요

J:결혼해서도 남편 없이는 나돌아다니면 안 된다는데 혼기 찬 미혼여성이 혼자 돌아다니면 얻어맞겠죠? 저도 두 번째로 본 건데 파르바나네 가정이 그래도 지식인 집안이어서 파르바나가 남장을 시도하고 아버지를 위하는 길을 택할 수 있었구나 했어요. 적어도 엄마 아빠 어릴 때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가 판치지 않았으니까요. 엄마는 작가고 아빠는 선생님이었으니 파르바나도 좋은....그치만 엄마 얻어맞을 때 진짜 마음 아팠어요.

L: 맞아요ㅜㅜ그 탈레반 남자도 너무 짜증났어요. 선생이었는데 악의 갖고 신고하고.

J:자기보다 힘센 남성이 뭐라고 하니까 짜져서

P:총 들고 위협할 때는 막 자신감있게 하는데 트럭 타고 어디 갈 때는 쭈굴쭈굴

J:전체적으로 광기에 찬 극단 이슬람이 판을 치니까 여자애들을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줬다는 이유만으로 자기가 얻어맞으면 어떡해요. 장사 접게 할지도 모르고. 너무 살벌해서.

L:다들 눈치 보고 너한테는 팔 수 없다면서

J:중간에 파르바나 도와주기 시작한 남자분도 사실 이 체제가 잘못된 걸 알고 있는데. 그래서 아내도 잃었고. 파르바나를 도와줄 수 있는 거라곤 간수들 몰래 파르바나 아빠 빼돌려주는 거잖아요. 진짜 거기서 울었어요. 겨우 한 명인데 눈감아주면 안 되냐고 모른 척해주면 안 되냐고. 그러고도 총 맞고서야 겨우 파르바나 아빠 빼낼 수 있었고. 근데 그분도 글 하나 못 읽어서 파르바나한테 글 읽을 수 있냐고 물어본 것까지 참 그렇죠.

L:사실 악역이랄 것도 없이 모두 전쟁의 피해자라 더 슬펐어요. 탓할 사람이 없는 상황.

J:맞아.....하지만 탈레반 걔는 죽었어야 했어

(.....)

J:파르바나 친구 있잖아요. 걔도 파르바나처럼 남장하고 다녔는데 파르바나가 또다른 여자/여자아이들이 밖에서 남자들한테 구타당하는 걸 보고도 선뜻 도와주지 못하고 온 걸 친구한테 토로하니까 "도와줘봤자 뭐해. 얻어맞기만 할 텐데." 하고 자기가 일감 구해놨다고 당연히 말한 거 너무 슬펐어요

L:맞아요. 파르바나가 같이 가자고 하니까 아빠가 자기 끝까지 쫓아와서 죽일 거라고

J:친구도 자세히 묘사되진 않았지만 그 친구 집도 진짜 사정 안 좋아 보이고. 근데 파르바나한테 자기가 모아둔 돈 다 주잖어. 이걸로 아빠 되찾으라고

L:파르바나는 그래도 좋은 아버지를 뒀고 좋은 딸이 될 수 있었지만 그 친구는 아니었죠. 둘이 진짜 20년 뒤에 바다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J:기약없는 약속이지만 그래도 만났으면......문득 생각나서 아프가니스탄 위치가 어디쯤이지? 하고 찾아보다가 완전 내륙지방인 거예요. 완전 사면이 전부 땅이에요. 그것도 전부 분쟁지역이고. 

J:그래서 애들이 에메랄드빛 바다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는 사람들한테 가서 물건 팔거라고. 보면서 너무 죄책감이....그냥 슬픈 얘기만 나오는 거 같네요 망할

L:아동용 애니인게 함정

J:애니 연출이 좋죠

L:아빠가 딸한테 계속 이야기하라는 거도 좋았고요. 이야기로 말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그랬나.

J:그리고 아빠랑 딸이 재회하고서도 이야기로 끝이 나고      

(....)

J:파르바나가 친구한테는 오빠가 왜 죽었는지 얼버무렸는데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는 게 제일 슬펐죠

S:왜 죽었었죠?

J:집 앞에서 놀다가 장난감인 줄 알고 장난감을 주웠는데 그게 폭탄이었어요. 그래서 그 뒤로 폭탄이 터지고 기억이 끊겼죠. 아마 파르바나는 그걸 다 봤을 거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 거 같아요.

L:그거 그냥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J:엄마도 파르바나 머리 자른 거 보고 슐래이만 같다고 우리 아들 같다고 계속 그러잖아요. 그때마다 파르바나는 어떤 심정이었을지.....그래서 저는 이야기 속의 코끼리가 슐래이만이 잡았던 폭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야기 속에서는 어떻게든 슐래이만을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 폭탄에게 계속 자기 얘길 들려주고 그랬더니 폭탄이 터지지 않았다-그런 식으로 파르바나가 슐레이만을 자기 나름대로 추모한 내용이라 생각했어요. 그전까진 슐래이만을 판도라의 상자처럼 외면하고 있었지만요.

L:이야기속 슐레이만이 코끼리에게 자기 이야기를 한 거니까 맞겠네요.

J:언니랑 파르바나가 얘기할 때도 파르바나가 자긴 슐래이만이 아니라 파르바나라고 확실히 선긋는 대사가 있었잖아요. 엄마는 슐래이만이라 부르고 친구는 남자애 이름을 만들라 하는 와중에 파르바나는 스스로 자기가 그 누구도 아닌 파르바나라고 명명한 게 좋았던 거 같아요. 그래도 머리 좀 자르고 남자애 같이 입었다고 태도 바뀌는 사람들 보면서 갑갑했네요. 저 사람들한테 여자와 남자는 뭘까

P:그러니까요. 영화 전체 인물들이 다 그러니.

L:엄마는 완전 앞도 안 보이는 거 뒤집어쓰고. 생각해보니 언니도 그걸 써야 해서 물 떠오는 걸 다 파르바나에게 시켰나 싶네요.

J:그럴 수도 있겠네요      

J:마지막에 언니 결혼시키곤 그 지역에서 떠나게 만들려고 했는데 언니랑 엄마 데리러 온 육촌 놈이 쓰레기잖아요. 지멋대로 하고 근데 그 육촌한테 엄마가 우린 너희랑 안 갈 거라고 칼을 맨손으로 잡으면서까지 단호하게 대처한 장면도 좋았어요. 파르바나와 자기 목숨이 달려서 더더욱 그랬겠지만요.

L:그 육촌도 너무 폭력적이었어요

J:정상인 남자가 있긴 한지 진짜

L:친척한테 시집보내야 하는 것도 별로였고요. 6촌이면 거의 남이라지만.....

J:그 지역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을 텐데 그마저 뿌리쳤다면 돌아갈 곳은 전쟁터거든요. 파르바나랑 재회했기를....

L:이제 전쟁터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자식과 남편 찾아서 떠나야 하는 건데 결심이 대단해요. 그 지역을 떠난다고 더 나은 상황도 아니겠지만요.

P:그래서 결말을 열린 결말처럼 해놓은 것 같아요. 희망차게 끝내기 어려우니

J:맞아 일부러 그렇게 해둔 거 같아요. 원작이 소설인데 이 소설도 유명한 페미니스트 분이 쓰셨더라고요(주로 중동 세계를 관찰하는 분). 원작 느낌을 잘 살렸다고 호평이 많이 난데다 감독님도 대단하더라고.

P:저는 처음 보는 거라 영화 끝날 때 여기서 끝인가? 싶어서 재회하는 장면까지는 보여줄 줄 알았네요.

J:만나봤자 이제 여길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지 해야 하니까 기쁨도 잠시일 거 같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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