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걸 보니
가슴 한구석이 답답한가 보다
바쁘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미뤘다
일한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미뤘다
귀찮다는 핑계로 엄마전활 성의 없게 받았다
사실 지나고 보니 내가 그리 바빴는지는 모르겠다.
나를 위해 이기적이어도 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내가 1순위이니 다른 것들은 잠시 미뤄도 된다는 것.
이것은 이기심일까, 자기애일까.
스무 살에 1형 당뇨와 마주했고, 한동안 나에게 왜 이런 불운이 왔는지 생각했었다.
이내 잘 지내는 와중에도 드문드문 들던 생각은 10년이 지나자 그 횟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내 체력이 정신을 해칠 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내 체력이 고갈되고 힘들 때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다시 한번 이 방법을 이기심이라 말해야 할지, 자기애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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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글을 쓰는 이 시간의 평온함
나의 마음을 꺼내는 일이 필요했는데,
솔직해도 되었을 익명성의 공간에서조차
욕심이 생기다 보니 글을 쓰지 못했다.
비교하다 보니 ‘발행’이라는 두 글자를 누르지 못했다.
나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하고 무시한 채
먹고사는 일에만 몰두해 있던 나를 돌아보니
처량하기 그지없다.
나는 분명 아무 변수 없이 잘 살아내고 있는데
아니, 잘 살아내고 있어 변수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질문이 많은 밤이다.
내가 나에게
나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