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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온도 Jan 29. 2023

친절함에 대하여-

친절[親切]: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애석하게도 카페인에 강한 편은 아니지만

하루 한잔, 내 입맛에 꼭 맞는 커피는

어김없이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커피맛이 좋다는 곳을 찾아다니는 주말.

산미 있는 커피가 주는 잔향만큼

공간의 친절함이 주는 잔향도 어느새 중요한 부분이되어 버렸다.





“어서 오세요. 이곳은 처음이신가요?”


조심스럽고 다정히 묻는 질문과 답변.

그 말투에 영하권의 추운 날씨 탓에 얼었던 손과 발이 녹고, 원두향기에 낯설었던 마음이 녹는다.


세명의 젊은이가 함께 차린듯한 카페

언뜻 느껴지는 아직 어색한 그런 친절함이 있다.

어딘가 응원해주고 싶은 친절함이다.


하지만 이내 주문을 하고 앉은 테이블

“얼룩덜룩해. 청소를 제대로 안 한 것 같아.”

“흰 테이블이라 표시가 많이 나는 거 아닐까? 아마 닦아도 안 지워지는 얼룩일 거야.”


먼저 앉아있던 남편은 위생이 별로인 것 같다며,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주인 입장에서 편을 들어주다. 문득 얼룩진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이니까 닦아내는데 한계가 있겠지만, 그리 붐벼보이지 않는 가게에 얼룩덜룩한 흰 타일 바닥은 썩 보기 좋진 않았다.


.

.


오픈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새로운 카페

그곳엔 대체적으로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아직 연구 중인 메뉴들과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손님이 어색한 주인의 친절함.


어느 순간 그만한 값을 치르고 싶지 않은 불편한 친절함과 정돈되지 않은 메뉴에 새로운 카페는 바로 가지 않게 되었던 나였다.



그리고 오늘 방문했던 공간에서 참 오랜만에 그 감정을 다시 느꼈다.

반년쯤 지나서 올 것을 조금 후회가 되더라.

굳이 집에서 멀리 있는 이곳까지 다시 올 일을 만들기엔 ‘글쎄‘라는 답변만이 마음속에 맴돌 뿐.




커피를 마시며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앉은자리 대각선방향에 지난해 들렀던 내 기억 속 기분 좋은 카페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작년 가을쯤 갔는데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셨어. 그래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커피맛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말이야.”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 전에 따뜻한 물을 직접 가져다주신 사장님이 계셨다.


“오늘 날씨가 좀 쌀쌀하죠? 따뜻한 물 한잔 드시고 계시면 커피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30대 중반 정도의 남자사장님은 언뜻 보기에도 깔끔한 분이셨다.

오와 열을 맞춘 매장의 분위기, 주인이 손님과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얼마나 이 공간에 진심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을 떠다 주어서, 말은 살갑게 해서 그 손님을 왕처럼 대해주는 서비스가 좋은 게 아니었다.

그 행동과 말투가 그 사람의 본성인 게 느껴졌고, 그래서 그 공간이 진실되게 다가왔으며, 그로 인해 커피맛도 더 친절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몸에 배어있는 친절함’ 그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내 안에서 더 짙어지는 감정들.

새로움은 좋지만 그 안의 어색함이 싫다

의도된 친절함은 침묵보다 부담스럽다

비어있는 내공으로 허물만 근사한 건 멋이 없다




편안한 그리고 과하지 않은, 진심이 담긴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는 친절함.


이런 친절함을 갖춰야겠다.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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