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저녁 풍경
하루와 또 하루의 경계에서
저녁놀이 뭉그적 걸음을 옮기다
짙은 구름에 스며들어 이도 저도 못하는
그러한 저녁.
동네 공원 산책 중 만난 저녁놀에 혼잣말이 터졌다.
'뭐... 저리 아름다울 거까지 없잖아.'
새해가 지나고, 작심한 것 없이 지나간 새해 첫 삼일도 지나고, 또 삼일이 또 삼일이 지났다.
요동 없는 태국의 계절 속에서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무심하게 흘려보낸다 하면서도
가속 붙은 시간을 견제하는 마음이
뇌의 어디인가에 통증으로 남아있나.
불쑥 기습한 저녁놀의 메아리가 귓가에 내려 앉기를
놓아주라고.
놓아주라고.
하릴없이 아름다운 저녁놀을 보며
움켜줬던 풍선 꼭지를 놓아버리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