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슝이모 Jan 31. 2023

사라진 1월을 찾습니다!

엎질러진 물 다시 담기

1월의 마지막 날이다.

1월에 무엇을 했나 돌아보니.

...


새해 결심 따위는 하지 말자 결심을 했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부지런히 돌고 있는 자연법칙에 의미를 부여하려 인간들이 만든 인위적인 시간 개념 따위에 동요하지 말자 결연히 결심했다. 


그리고 결심하지 않기로 했던 그 결심을 철저히 지킨 그 말로는 자못 처참하다.

1월이 강력 진공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만 같은 이 허탈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1월 내내 나는 무기력했고 세월의 흐름을 순간순간 무력하고 무겁게 받아낸 것이 1월 간 내가 했던 전부다.     


스스로 1살을 더하는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뇌의 어느 부분에서는 세월의 흐름을 계속 실감하고 있던 게 분명하다.


그 증거인 양, 육체적으로는 12월의 생리량과 1월의 생리량의 차이가, ‘이거 실화임?’이라며 절규할 수준으로 확연히 달라졌다. 


2023년이 되었다는 걸, 한국식 한 살을 더 먹었다는 걸, 몸마저 알아차리기라도 한 건가.  

불과 1달 차이인데. 이렇게 완경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단지 그것만이겠는가.

거울에 비친 내가 아닌 듯한 내 모습에 흠칫 놀라는 중이다.

무력감의 표본인 무표정을 마스크 안으로 숨기며 살았던 결과, 얼굴살과 볼에서 드러나는 근면한 중력의 흔적이라니.     


글도, 일기도 심지어 낙서도 쓰고 싶지 않았다.

내 무기력이 탄로가 날 것 같아서.     


1월을 이리 보낼 거였으면 눈 딱 감고 새해 결심을 할 걸 그랬나 보다. 

작심의 기간 따위에 아랑곳 말고 삼일만이라도 뭐든 할 걸 그랬나 보다.      


사라진 1월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1월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번뜩 든다.


2월을 바지런하게 두 배로 불려서 살아보자. 


사라진 1월에 미안함을 고하며, 새해 결심에 콧방귀를 뀌며 튕겼던 나 자신의 무모함에 기회를 주듯 2월을 충실히 살아보자.     


외람되지만.

사라진 1월을 찾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차피 우리는 지구라는 먼지 위 탑승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