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저녁 하늘
동남아의 하늘빛은 다정도 하다.
하늘을 가리는 산도 높은 건물도 없어 시야에 담기는 하늘이 친밀한 까닭이다.
시시각각이 매번 새로운 작품인 태국의 하늘빛.
그 고고한 자연미를 질투하는 흉물이 있다면 얼기설기 전선줄이 단연 으뜸이다.
퇴근 후 동네 저녁 산책을 나섰다.
거칠 것없이 내달리는 광활한 저녁 하늘에 찬사를 보내던 내 시야가 어지러이 널린 전선줄 더미들에 걸려 넘어졌다.
- 하늘 담은 작품에 쭈욱쭈욱 상처를 내버렸구나.
나 또한 상처내기에 동조한 땅 아래 것들 중 하나라는 씁쓸함.
하늘에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내 시야를 톡 건드린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저 넝쿨줄기와 이파리들이다.
상처 위를 감은 반창고인양 넝쿨줄기가 전선줄을 다정하게 감싸 안고는 그 사이사이로 하트 모양 이파리들을 틔웠다.
그 모양이 찬연하고, 그 마음이 갸륵해서 걸음을 오래 멈췄다.
못난 전선줄도 결국 작품으로 만들고 마는구나.
그게 바로 자연의 경이라고.
하늘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인사말인 양 건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