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도 한가위 보름달이 떴다
위도, 경도와 무관하게 그 어디에서도 같은 하루에 보름달이 뜬다.
지구의 어느 부분에서는 남십자성이 뜨고 어디에서는 북극성이 뜨며 각자의 하늘에서 각자 다른 천상을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같은 하루에 같은 보름달을 본다.
만년 둥근 해는 보름해가 없다. 저 혼자 잘난 해와는 달리 남의 빛을 빌려와 볕을 내는 달은 차오르고 이지러짐으로 우리에게 삶을 경험 지운다.
변화하는 달의 모습으로 우리는 인생을 배운다.
이 어질한 세상사는 시작과 끝이 별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시작과 끝, 그 이름이 각기 명명되어 있다 해도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달을 보며 배운다.
저 한가위 보름달은 내일부터 서서히 제 옆구리를 조금씩 깎아 낼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얼마 후가 되면 한동안 어둠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또다시 달이 차오를 것을.
보름달이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미쁘게 기다릴 줄 안다.
삶도 그런 것이라 믿는다. 혼탁한 지금이 삭망의 어둠뿐이라 해도 저 보름달처럼 또다시 차오를 것임을 믿는다.
저 한가위 보름달이 지구 곳곳에 뿌려대고 있었고 있으며 있을 그 온기를 떠올리니 마음이 눅진해진다.
오늘, 저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해도 기억하자. 보름달은 떴다.
- 태국, 동네 밤 산책 중에 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