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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E Sep 20. 2024

1초 배두나

나는 눈이 크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연예인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물론 나도 안다. 내가 1초짜리라는 걸. 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 말을 들은 날은 집에 가서 그 연예인을 찾아보면서 어디가 어떻게 닮았는지 뜯어본다. 그러다 보면 지금 내 현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스물여덟 살)을 잊고 나도 그 연예인처럼 살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거 알지만 그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불행하지 않다. 어쩌면 조금 행복할지도. 사실 예전에는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예전에는 그냥 이런 칭찬을 들으면 아 예쁘게 봐주는 거구나, 에서 끝이 났다면 지금은 마치 내가 그 연예인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을 한다.

둘의 차이를 생각해 봤다. 예전의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삶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았고,  나중에 무엇을 하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지금 내 현실이 너무 싫고 부끄럽다. 그래서 끝없이 다른 사람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고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가 아닐까? 내가 연예인을 닮았다는 말에 그토록 굶주린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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