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모바일 함께 왔고, 이별의 예감은 오후 3시에 찾아왔다
'가오'로 버티기엔 현실의 벽이 높았다 뷔페를 털며 호기를 부렸지만, 나와 선배 팀장의 매출은 여전히 '간간히 버티는' 수준이었다 성장이 정체되자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때 선배 팀장이 나를 불렀다 "야, 1층 커피숍으로 내려와라. 내가 면담 하나 잡아놨다"
영문도 모른 채 내려간 그곳엔, 우리 부서의 에이스 다른 팀의 '노 팀장'님이 앉아 있었다 개인 매출 1등,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분이었다 내가 성과를 못 내고 허덕이는 게 안타까워, 선배 팀장이 직접 나서서 '한 수' 부탁드린 자리였다
노팀장님은 커피를 사주며 영업의 본질과 성과를 내는 디테일에 대해 아낌없이 조언해 주었다 그 배려가 고마웠고, 나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선배 팀장의 마음이 뭉클했다 '그래, 이 형님 믿고 다시 한번 달려보자'
그 무렵, 마케팅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하면서 네이버에 '모바일 뷰(View)'라는 것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PC로 검색하지 않았다. 출퇴근길 버스에서,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로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PC 상위 노출이 아니라, 모바일 탭 상위 노출이 중요해졌다 선배들은 삼삼오오 모여 핸드폰을 들고 조회수와 클릭 작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복병도 나타났다. 바로'아이피(IP)'였다 회사 내의 수많은 PC와 스마트폰이 같은 와이파이를 쓰다 보니, 아이피가 겹쳐 아이디(ID) 지수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마케터에게 아이디 저품질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결국 우리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부장님, 저 아이피 때문에 PC방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와"
이제는 승진해서 부장님이 된 형님에게 보고를 하고, 양복 차림으로 PC방에 출근했다 컵라면 냄새를 맡으며 마케팅 글을 올리는 기분이란 묘한 이질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이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우리는 그렇게 몸으로 부딪히며 '모바일 시대'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오후 3시에서 4시, 식곤증이 밀려와 사무실 공기가 가장 무거워지는 시간 선배 팀장과 나만의 비밀 의식이 있었다 (물론 막내는 열심히 일하게 두고)
"야, 나가자. 아이스크림 하나 때리고 오자"
우리는 회사 근처 롯데리아로 향했다 소프트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입에 물고, "형님, 이번 달엔 무조건 됩니다", "으쌰으쌰 해보자" 하며 파이팅을 다지는 것이 우리의 일과였다 그 시간만큼은 매출 압박도, 미래의 불안도 달콤한 아이스크림 뒤로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느낌이 조금 달랐다 선배는 아이스크림을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00아, 넌 요즘 일하는 거 어떠냐"
평소와 다른 진지한 톤이었다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죠"
선배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그래, 너 열심히 하는 거 안다. 매출 올리려고 협약 카페도 2개, 3개씩 늘리고 있는 것도 알고" 나는 내심 칭찬을 기대했다 안 되는 상황에서도 판을 키우려 발버둥 치는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지금 죽어라 노를 젓고 있는데, 선장은 배의 방향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었다 단순히 마케팅 전략에 대한 조언이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었을까
선배의 표정은 평소처럼 덤덤했지만, 그 덤덤함이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달콤해야 할 아이스크림 끝맛이 유난히 썼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선배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혹시... 형님, 나갈 생각인가...?
함께 성과를 내보겠다고 발버둥 치던 시간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서로의 빈 주머니를 웃음으로 채워주던 그 뜨거웠던 날들에 처음으로 차가운 균열이 가고 있었다
다음이야기
팀은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리더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