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뷔페 털기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에 대하여

by CareerMakers
Gemini_Generated_Image_d44ig3d44ig3d44i.jpg


첫 마감의 기적 같던 3건의 결제


그 작은 성취는 나에게 '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 시야가 넓어지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선배들은 맨땅에 헤딩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활성화된 '네이버 맘카페'와 제휴를 맺고, 그 안에서 안정적으로 문의를 받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나도 나만의 판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에 있는 맘카페 리스트를 뽑았다 운영진들에게 제휴 제안서를 썼다 보낸 메일만 100통이 넘었다 거절당하고, 무시당하기를 수십 번 마침내 '양산 지역'의 한 맘카페 운영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번 해봅시다"


나의 첫 번째 파이프라인이 뚫리는 순간이었다 "형님, 이거 같이 키워보시죠!" 양산지역 맘카페라는 무대가 생겼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내 옆자리, 나를 이끌어준 '특팀' 팀장 형님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은 누구보다 성실했지만, 이상하게 운이 따르지 않아 결과가 저조했다 나는 형님의 축쳐진 어깨를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나 혼자 잘나가는 건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한 배를 탄 팀이었으니까 고민 끝에 형님을 조용히 불렀다 아무리 친해도 팀장인 형님에게 제안을 하려니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Gemini_Generated_Image_xrqu8yxrqu8yxrqu.jpg


"형님, 제가 이번에 양산 쪽 카페를 하나 뚫었는데요"

"오, 잘했다!!"

"근데 저 혼자 관리하기엔 좀 벅차서요 형님이랑 같이 여기서 글 쓰고 문의 받아보고 싶은데,

같이 해주실 수 있으세요"


내 의도를 눈치챘을 텐데도, 형님은 짐짓 모른 척하며 내 손을 잡았다 "그래, 같이 한번 성장시켜보자" 우리는 전략을 짰다 단순한 홍보글은 쓰지 말자고 했다 엄마들이 진짜 궁금해할 만한 '제대로 된 정보'를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진심은 통했다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Gemini_Generated_Image_zevdd6zevdd6zevd.jpg


"비용이 궁금해요", "제대로 된 교육기관 맞나요?", "쪽지 주세요"


나와 형님은 쏟아지는 문의를 번갈아 가며 상담했다 그 달, 우리는 합쳐서 약 700~8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각자 손에 쥔 건 300~400만 원 정도 대박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밥벌이'는 할 수 있는 소중한 성과였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고딩 신입과 '가오' 넘치는 점심시간


그 무렵, 우리 팀에 막내 가 들어왔다 놀랍게도 고등학교 취업계(현장실습)를 내고 입사한, 교복도 갓 벗지 않은 친구였다 팀장 형님과 나, 그리고 고등학생 막내 솔직히 말해 셋 다 주머니 사정은 뻔했다 아직 정산받지 못한 성과급, 빠듯한 기본급 편의점 컵라면이 어울릴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우리는 비장하게 사무실을 나섰다


Gemini_Generated_Image_kwj8bskwj8bskwj8.jpg


"야, 오늘 뷔페 가자"

"좋습니다! 저기 새로 생긴 초밥 뷔페 가시죠"


우리는 돈이 없을수록 더 잘 먹었다 비싼 뷔페도 가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식후엔 꼭 커피와 간식까지 챙겨 먹었다 누군가 보면 철없다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우리만의 생존 방식이었다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그 말은 우리의 주문(Spell)이었다


각자의 무기는 다르다


주눅 들지 말자, 밥심으로 버티자, 언젠가 저 메뉴판 가격을 보지 않고 시킬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빈 지갑을 모른 척하며, 가장 배부르고 등 따스한 점심을 즐겼다 그 시간만큼은 우리가 세상의 주인공이었다


배를 채웠으니 막내를 키울 차례였다 아직 네이버 아이디조차 없는 막내에게 내 아이디를 빌려줬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마케팅 방법을 전수했다 "너는 아직 상담이 어려우니까, '침투 마케팅'을 해보자. 다른 카페에 들어가서 마치 소비자인 것처럼 우리 상품을 추천해 주는 거야"


재미있는 건, 나는 그 방식으로 재미를 못 봤다는 거다 성격상 거짓말을 잘 못해서인지, 내가 쓴 글은 금방 티가 났다 그런데 이 고등학생 막내는 달랐다 본인과 적성이 딱 맞았는지, 능청스럽게 글을 쓰고 댓글을 달아 1건, 2건 실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정답은 없구나 나에게 맞는 옷이 있고, 저 친구에게 맞는 옷이 있구나 형님은 리더십이 있고, 나는 판을 잘 깔고, 막내는 게릴라전을 잘한다 이것들이 모이니 '팀'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었던 시절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치열하지만 즐겁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다음이야기


열심히 하는 건 아는데, 그게 꼭 답은 아닌 것 같다....




이전 02화밤 10시, 버스 정류장에서 울린 전화 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