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에 대하여
그 작은 성취는 나에게 '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 시야가 넓어지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선배들은 맨땅에 헤딩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활성화된 '네이버 맘카페'와 제휴를 맺고, 그 안에서 안정적으로 문의를 받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나도 나만의 판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에 있는 맘카페 리스트를 뽑았다 운영진들에게 제휴 제안서를 썼다 보낸 메일만 100통이 넘었다 거절당하고, 무시당하기를 수십 번 마침내 '양산 지역'의 한 맘카페 운영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번 해봅시다"
나의 첫 번째 파이프라인이 뚫리는 순간이었다 "형님, 이거 같이 키워보시죠!" 양산지역 맘카페라는 무대가 생겼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내 옆자리, 나를 이끌어준 '특팀' 팀장 형님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은 누구보다 성실했지만, 이상하게 운이 따르지 않아 결과가 저조했다 나는 형님의 축쳐진 어깨를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나 혼자 잘나가는 건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한 배를 탄 팀이었으니까 고민 끝에 형님을 조용히 불렀다 아무리 친해도 팀장인 형님에게 제안을 하려니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형님, 제가 이번에 양산 쪽 카페를 하나 뚫었는데요"
"오, 잘했다!!"
"근데 저 혼자 관리하기엔 좀 벅차서요 형님이랑 같이 여기서 글 쓰고 문의 받아보고 싶은데,
같이 해주실 수 있으세요"
내 의도를 눈치챘을 텐데도, 형님은 짐짓 모른 척하며 내 손을 잡았다 "그래, 같이 한번 성장시켜보자" 우리는 전략을 짰다 단순한 홍보글은 쓰지 말자고 했다 엄마들이 진짜 궁금해할 만한 '제대로 된 정보'를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진심은 통했다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비용이 궁금해요", "제대로 된 교육기관 맞나요?", "쪽지 주세요"
나와 형님은 쏟아지는 문의를 번갈아 가며 상담했다 그 달, 우리는 합쳐서 약 700~8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각자 손에 쥔 건 300~400만 원 정도 대박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밥벌이'는 할 수 있는 소중한 성과였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그 무렵, 우리 팀에 막내 가 들어왔다 놀랍게도 고등학교 취업계(현장실습)를 내고 입사한, 교복도 갓 벗지 않은 친구였다 팀장 형님과 나, 그리고 고등학생 막내 솔직히 말해 셋 다 주머니 사정은 뻔했다 아직 정산받지 못한 성과급, 빠듯한 기본급 편의점 컵라면이 어울릴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우리는 비장하게 사무실을 나섰다
"야, 오늘 뷔페 가자"
"좋습니다! 저기 새로 생긴 초밥 뷔페 가시죠"
우리는 돈이 없을수록 더 잘 먹었다 비싼 뷔페도 가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식후엔 꼭 커피와 간식까지 챙겨 먹었다 누군가 보면 철없다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우리만의 생존 방식이었다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그 말은 우리의 주문(Spell)이었다
주눅 들지 말자, 밥심으로 버티자, 언젠가 저 메뉴판 가격을 보지 않고 시킬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빈 지갑을 모른 척하며, 가장 배부르고 등 따스한 점심을 즐겼다 그 시간만큼은 우리가 세상의 주인공이었다
배를 채웠으니 막내를 키울 차례였다 아직 네이버 아이디조차 없는 막내에게 내 아이디를 빌려줬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마케팅 방법을 전수했다 "너는 아직 상담이 어려우니까, '침투 마케팅'을 해보자. 다른 카페에 들어가서 마치 소비자인 것처럼 우리 상품을 추천해 주는 거야"
재미있는 건, 나는 그 방식으로 재미를 못 봤다는 거다 성격상 거짓말을 잘 못해서인지, 내가 쓴 글은 금방 티가 났다 그런데 이 고등학생 막내는 달랐다 본인과 적성이 딱 맞았는지, 능청스럽게 글을 쓰고 댓글을 달아 1건, 2건 실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정답은 없구나 나에게 맞는 옷이 있고, 저 친구에게 맞는 옷이 있구나 형님은 리더십이 있고, 나는 판을 잘 깔고, 막내는 게릴라전을 잘한다 이것들이 모이니 '팀'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었던 시절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치열하지만 즐겁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다음이야기
열심히 하는 건 아는데, 그게 꼭 답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