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을 다녀오니 책상이 비어있었다
롯데리아에서의 서늘한 대화 이후, 선배 팀장 형님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균열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 사이 우리 팀의 막내, 고등학생 친구가 무섭게 성장했다 내가 알려준 '침투 마케팅'이 제대로 먹혀들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고 실적을 올리는 막내를 보며,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속이 쓰렸다
나는 여전히 선배 팀장과 맘카페 수익을 나누고 있었다 애초에 파이가 크지 않은 곳에서 둘이 나눠가지니, 내 손에 쥐어지는 건 막내의 실적보다 못할 때도 있었다
'나도 나만의 무기가 필요한데...' 조바심이 났다
4명의 어벤저스, 그리고 새로운 무기 '블로그'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새로운 팀원의 등장이었다 막내가 자신의 친구를 추천했다
"형, 제 친구 중에 디자인하던 애가 있는데 영업 한번 해보고 싶대요"
선배 팀장은 흔쾌히 면접을 봤고, 그 친구가 우리 팀에 합류했다 디자이너 출신이라 그런지 감각이 남달랐다 영업은 처음인 셋(나, 막내, 신입)과 베테랑 선배 팀장 이렇게 넷이 뭉치니 제법 '팀다운 팀'의 구색이 갖춰졌다 넷이서 점심을 먹으러 갈 때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는 무서울 게 없었다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네이버 카페는 레드오션이었다 시선을 돌려 '블로그'를 파기 시작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C-Rank'니 '다이아 로직'이니 하는 복잡한 개념이 없을 때였다 나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미끼를 던지기로 했다 바로 '노래 커버 영상'이었다 일반인들의 가수 노래 커버 영상 키워드를 잡아 포스팅을 올렸다 반응이 점점 오기 시작했고 방문자가 하루 400 ~ 500명씩 찍히기 시작했다
단순한 일상 블로그였지만, 트래픽이 모이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가슴이 뛰었다 '이거다. 이 블로그를 키워서 여기에 마케팅을 섞으면 된다' 카페에 의존하지 않는, 온전한 내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보였다 팀원도 늘었고, 새로운 무기도 찾았다 모든 게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는 듯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선배 팀장의 결단은 이미 서 있었다 선배팀장은 부장님과 긴 면담을 가졌고, 결국 퇴사가 확정되었다 우리에게도 담담하게 그 사실을 알렸다
"회사 그만두기로 했다 미안하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하필이면 국방부가 나를 불렀다 예비군 훈련 타이밍이 야속했다 나는 형님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채 며칠간 사무실을 비워야 했다 훈련장에서의 시간은 더디게만 흘렀다
이미 정해진 이별을 알고 떠나온 마음은 착잡했다
'돌아가면 형님은 없겠구나.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며칠 뒤, 군복을 벗고 사무실로 복귀했을 때 나를 반긴 건 싸늘한 정적이었다 선배 팀장의 자리는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함께 맘카페를 뚫고, 뷔페를 털며 웃었던 나의 직속 사수이자 팀의 리더가 사라졌다
남겨진 건 경력 1년도 안 된 나, 고등학생 막내, 그리고 갓 들어온 디자인 친구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다 나를 이끌어준 부장님이 계시긴 했지만, 당장 실무를 지휘하던 직속 팀장이 사라지자 팀은 순식간에 와해 위기에 놓였다
그래서 막내와 디자인 친구들과 카페에서 미팅을 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표정은 어두웠다
"형... 솔직히 팀장님 보고 들어왔는데, 형님 없으니까 일할 의미가 없어요"
"저도 그만두고 싶어요. 여기서 뭘 더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가슴이 철렁했다 나도 흔들리고 있었다 리더의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나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내 앞에는 나만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동생이 있었다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이 팀은 공중분해된다 그리고 나를 이끌어준 부장님이자 믿고 나아갈 수 있는 형님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다고 내가 이들을 이끌 능력이 있나? 나도 아직 배우는 단계인데? 선택해야 했다 같이 짐을 싸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이 흔들리는 배의 키를 내가 잡을 것인가 주인 잃은 책상과 동생들의 불안한 눈빛 사이에서 나는 5분간 침묵을 했다 그리고 동생들에게 딱 한마디를 던졌다...
다음이야기
형 믿고 가보자"고 외쳤지만, 통장엔 20만 원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