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무게, 팀의 균열, 그리고 초라한 부조금
낙동강 오리알이 된 우리 셋 5분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동생들 앞에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얘들아"
"......"
"너희가 그만두기 전까진, 난 절대 안 그만둔다. 그러니까 형 믿고 한번 제대로 해보자" 그건 동생들에게 하는 약속이자, 나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이었다 우리는 주머니 속 동전을 탈탈 털었다
2015년 당시, 1,800원 하던 카페 핫도그로 기억한다 동전을 모아 산 그 작은 핫도그를 나눠 먹으며 우리는 다시 의기투합했다 그 기세로 후배가 친구 한 명을 더 데려왔다
나를 포함해 총 4명
비록 리더는 떠났지만, 내 밑으로 똘똘 뭉친 내 새끼들이 생겼다
우리 팀은 옆 부서 '오 대리님' 팀으로 편입되었다 오 대리님은 개인 성과도 좋고 성격도 친절한 분이었다 기존에 계시던 남자 선배 한 분, 그리고 나보다 한 달 늦게 들어온 여자 후배 한 분이 있는 팀이었다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했다. 배울 게 많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오 대리님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강한 리더'는 아니었다 갑자기 늘어난 인원을 통솔하기엔 아직 미숙했고, 야생마와 같은 우리를 강하게 이끌어주지 못했다 성과는 제자리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일이 안 풀리니 엉뚱한 곳에서 잡음이 터졌다
"형, 저 여자 후배 키보드 소리 너무 크지 않아요? 듣기 싫어 죽겠네"
팀원들 사이에서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애꿎은 동료에게 향한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 역시 처음엔 그 말에 살짝 동조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 키보드 소리 탓할 때인가? 일이 안 되니까 예민해진 거다'
하지만 나 역시 누구를 리드해 본 적 없는 초짜였다 균열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팀 전체가 외부 홍보를 나갔다 장소는 연세대학교 앞 직접 만든 전단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미션이었다 나는 자신 있었다 입사 전 헬스장에서 전단지 좀 돌려본 짬밥이 있었으니까 내 손은 기계처럼 움직이는데, 다른 팀원들은 쭈뼛거리며 전단지를 내밀지도 못하고 있었다 답답했다
성과도 안 나오는데, 이런 쉬운 일조차 못 하나 싶었다 오 대리님에게 가서 철없는 투정을 부렸다
"대리님, 애들이 이걸 왜 못 할까요? 답답해 죽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오만이었다 나도 고작 신입 티를 벗은 주제에, 팀원들을 챙기기는커녕 답답해하기만 했으니 나는 참 부족한 직원이자, 형편없는 선배였다
저녁 8시,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로 복귀하려던 찰나 문자 한 통이 왔다 [부고] OOO의 부친상
군대 시절 아끼던 후임의 아버지였다 마침 장례식장이 연세대 근처였다 안 가볼 수가 없었다 ATM기 앞에 섰다 '잔액 조회'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뜬 숫자는 20만 원 남짓 순간 멍해졌다
후배들에게 "형만 믿어라" 큰소리치고, 전단지 못 돌린다고 답답해하던 나의 현실 통장 잔고였다 나도 먹고살기 힘든 주제에, 누구를 평가하고 누구를 이끈단 말인가 지갑에서 없는 돈을 쥐어짜 5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내 전 재산의 4분의 1이었다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상복을 입은 후임이 보였다 육개장 한 그릇을 비우고 나오는데, 밤공기가 유독 차가웠다 화려한 신촌 거리, 대학생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주머니 속 얇디얇은 지갑 그날따라 내 모습이 사무치게 불쌍했다 동생들에게 핫도그를 사주며 호기롭게 외쳤던 내 모습이, 전단지 못 돌린다고 투덜댔던 내 모습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가오'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가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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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리더의 퇴사, 그리고 부장님이 건넨 1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