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리더의 퇴사, 그리고 부장님이 건넨 10만원

삼각김밥과 도시락으로 버티던 우리들의 배고픈 겨울

by CareerMa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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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균열은 실적에서부터 시작됐다 나는 기존의 맘카페 협약으로 그나마 밥벌이는 하고 있었고, 첫 후배였던 고등학생 친구는 타 카페 마케팅으로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문제는 나머지였다


디자인을 하던 친구와 그 뒤에 들어온 후배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가장 늦게 들어온 후배는 2~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짐을 쌌다 빈자리가 늘어갈수록 사무실의 공기는 무거워졌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00아 나 그만두기로 했어 미안해..."


오 대리님이었다 우리 팀이 편입된 지 얼마나 됐다고, 두 번째 팀장님마저 잃게 된 것이다 충격은 연쇄적으로 터졌다 오 대리님 밑에 있던 남자 선배마저 퇴사를 결정했다 팀을 지탱하던 허리가 끊어지자, 팀은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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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과 어머니의 도시락


리더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건, 성과 없는 패잔병들의 배고픔뿐이었다 가장 걱정되는 건 디자인을 하던 후배였다 실적이 없으니 월급은 바닥이었고, 점심시간마다 편의점으로 향했다 삼각김밥 하나,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는 그 뒷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렸다 나라고 사정이 넉넉한 건 아니었다


나 역시 매출이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점심값을 아끼려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들고 다녔고, 교통비라도 아껴보려 나를 이끌어준 형님(유 부장님)의 차를 얻어타고 출퇴근했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형님(유 부장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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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저기 있는 디자인 후배 있잖아요"

"어, 왜?"


"결과도 못 내고 돈도 없다 보니 마음이 너무 안 좋습니다 제가 실력이라도 있어서 챙겨주면 좋을 텐데, 저도 돈이 없으니... 밥 한 끼 제대로 못 사주는 게 너무 속상합니다" 형님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지갑을 열어 5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셨다


"자, 10만 원이다"

"형님...?"

"이걸로 애들 밥 좀 제대로 먹여라. 그리고 다시 힘내보라고 해"


그 돈을 받아 드는데 목이 메었다 죄송스러웠다 왜냐하면 2팀의 오대리님 뿐만 아니라 유부장님 첫 라인이였던 1팀 리더인 강과장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 팀 아래에는 나에게 조언을 주셨던 노팀장님과 언급하지 않은 김팀장님 두분이 소속이 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을 더욱 알기에 내 무능력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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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셋, 다시 시작하다


내가 당장 팀장은 아니지만, '주임' 직급을 달아주며 리더로서 준비를 시켰다 팀 개편도 이루어졌다 남자 후배 2명과 여자 후배 1명이 새로 편입되어, 나는 졸지에 4명의 후배를 이끄는 위치가 되었다


하지만 냉혹한 영업의 세계에서 '의지'만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형님이 주신 돈으로 밥을 먹였던 그 디자인 후배는, 결국 지속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퇴사를 선택했다 아픈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11월 넓은 사무실에 우리 팀은 딱 3명만 남았다


나, 타 카페 마케팅으로 살아남은 첫째 후배, 그리고 예전에 키보드 소리가 시끄럽다며 우리끼리 뒷담화를 했던 그 여자 후배 어제의 남이 오늘의 동료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낙동강 오리알 셋이서, 그렇게 또 한 번의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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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형이 너 굶어 죽게 놔두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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