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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만 사는 정아씨 Jun 09. 2022

워홀로 내가 얻은 것들

나의 워홀기 3


"1년만 갔다 돌아올게."


라고 말하며 시작했던 나의 호주 살이.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시간 참 빠르구나 생각하던 와중에 문득, 워홀로 내가 얻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홀, 워홀이 뭐길래...

과연 워홀을 통해 내가 얻은 뭐가 있을까?


돈의 맛


사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돈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하지만 워홀로 얻은 게 뭐냐고 물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돈이다.


한국에서는 일정 수익을 안정적으로 벌었다면, 여기선 수입이 일정하진 않지만 한국보단 많이   있었다. 내가 지역 이동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보니 일을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고,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정말 천차만별이었지만 한국보다쉽게,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6일을 일하며 일만 하고  때도 있지만 일을   쉬는 기한을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쉬었다. 하지만 그래도  통장의 잔고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여유로웠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는 커피 한잔도 고민하고  먹을 정도로 아껴 썼지만 이젠 그렇게 아껴 쓰지 않아도 돈이 모인다.  신기한 일이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통장이 두둑해질수록, 살면서 내 통장에 돈이 이렇게 쌓인 적이 있었나 싶었다. 늘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돈을 쓰는 재미만 알았지 모으는 재미는 몰랐던 나였다. 하지만 여기서 돈을 모으고, 그걸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경제관념도 생긴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이건 호주에 와서 정말 뼈저리게 느낀 점이다.  


호주에서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여러 사람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아무래도 가장 부딪히는 점은 '청소'였는데 어떤 사람은 어쩌려고 저러나 싶을 만큼 청소를 하지 않고, 또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깔끔해서 불편하기도 했다.


그러던  같이 살게   동생을 보면서 '역지사지' 이런 것일까 생각하게 됐다. 엄마가  내게 답답해하며 ‘ 시키면  꼼꼼하게 .’라는 말을 했었는데 같은 심정 느끼게 됐다.


고추장을 같이 사서 ‘이것 좀 뜯어줘’라고 하면 대충 쭉 찢어서 뚜껑에 고추장이 다 묻고, ‘요리해줄 테니까 여기 좀 쓸어놔 줘’하면 그마저도 깨끗이 못하고, 설거지를 시켜도 고춧가루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처음엔 하기 싫어서 일부러 그러냐고 화를 냈었는데 진심으로 억울해하며 다시 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마치 엄마한테 한소리 듣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이건 그나마 낫다. 정말 개념 없이 화장실을 사용하고 물 내리지 않는 걸 수십 번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매일을 새벽까지 열댓 명을 데리고 와서 술 먹고 떠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이다. 어디서 이런 사람들이 나왔나 싶을 정도로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주말마다 온 집안 청소를 다하고, 지독하게 깔끔한 친구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도 집안일을 더 잘하게 되고 요리 실력도 많이 늘었다. 자취 8년 차였던 나도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이제 청소도 자주 하고 집안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복권을 사봤다. 회사 다닐 때 과장님이 사는 걸 보고 스포츠 복권을 한번 따라 산적은 있었는데 로또를 사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되지도 않는 확률에 쓰는 5000원이 아깝기도 하고 어차피 안 되는 거 사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었다. 아빠가 로또를 사는 걸 보고도 돈 아깝다고 말하며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 와서 파워볼을 샀다. 파워볼은 호주의 로또 같은 건데 일이 힘들면 그냥 가끔 복권되면 뭐하나 생각하면서 일하는 것도 행복하다는 어떤 언니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복권을 사던 아빠를 이해하게 됐다. 꼭 될 거라는 보장이 있어서라기 보다 그냥 재미로, 가볍게. 내가 아무렇지 않게 지불하던 커피 한잔 가격으로 기분 좋은 상상에 빠지는 재미를 살 수 있다면 그게 뭐가 다를까.



좋은 사람들, 본받고 싶은 사람들

 나는 인복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항상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호주에 와서도  인복이 어디 가지 않는  같다.


호주에 오면 같은 한국인을 가장 조심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쁜 사람은 어디에든 있고,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도 중요한  같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 점은 정말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내가 부족하구나라는  깨달으면서 나도 욱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할  었던 것 같.


아침의 상쾌함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아침 알람 소리였다. 학교에 갈 때나, 회사에 갈 때나 알람 소리를 들으면 ‘이건 너무 불행한 것 같아.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도 되는 인생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가 왜 이렇게 게으르냐고 말해도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닐 뿐이야’라고 말하며 늘 침대 위에 뻗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행복하다. 물론 일어나는 그 순간이 잠시 힘들 순 있지만 깜깜한 저녁보다 화창한 아침이 나에게 더 좋고 밝은 에너지를 준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음을 느낀다. 지금 마시는 커피 한잔이,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친구들과의 순간이, 그 자체가 행복이다. 돈을 벌어 여행이라는 행복을 찾아온 호주이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여행이자 행복이다.


누군가 나에게 워홀로 얻은  뭐냐고 물어본다면 뭐라 대답해야 할진 모르겠다. 그냥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  같다고, 그렇게 말할  있으려나.


하지만 정말  모르겠다.  많은 것들을, 아니 이보다  표현할  없는 모든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말로 설명할  있을까. 어쩌면 그래서 이렇게 일기를 쓰게  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도 내가 여기서 배운 것들을 하찮았다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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