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언제까지 탈 수 있을까
미니벨로 타고 달리는 시기는
‘봄 여름 가을‘까지인가?
주말마다 가던 자전거 여행. 요며칠 사이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갈 수 없는 조건이 되었다. 자전거는 비오면 못 타고 눈오면 못 타는데 이젠 겨울이 되면 자전거는 겨울잠 자듯이 조용히 구석에 있을 것이다.
장소의 이동
가을의 감성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던 시기를 지나자마자 이윽고 바람만 조금 불어도 몸을 때리듯 아픈 ‘겨울’이 찾아왔다. 그래도 난 자전거 타기 좋은 곳, 바람이 불어도 덜 아픈 지역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건 결국 남쪽으로 가야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강바람이 불지 않는 곳으로.
앞길이 막막했던 청년의 자전거 주행
자전거 전용 도로는 주로 하천을 따라 조성되었기에 강바람이 세다. 내가 어릴 적 무작정 달리고 싶은 날이 있었다. 어린 시절이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청년이었네. 답답한 청년의 앞날에 안개가 끼어 갈곳을 잃었을 때였다. 집에 있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든 떠나야했다. 아니 달려야했다. 장갑 하나 끼고 모자 달린 두껍지않은 방한점퍼를 입고 나섰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집에서 나섰을 테지만 한강에 들어서자마자 선풍기 강풍에 해당하는 바람이 영하의 칼바람이 불어왔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려보자 싶어서 페달을 힘껏 달렸다. 당시엔 기어가 좋지 않아서 한 단으로만 맞춰놓고 달렸다. 정신적인 괴로움과 답답한 마음이 동력이 된 건지 페달을 밟는 다리의 힘이 폭발하는 듯 했다. 잠실에서 출발하여 종합운동장을 지나 반포지구의 아파트와 유채꽃이 있었던 자리를 지났다. 달리는 페달 속도에 맞춰 피도 빨리 돌면서 몸이 뜨거워졌다. 한강 입구에서 느꼈던 칼바람은 더이상 춥지 않았다. 점퍼의 지퍼를 살짝 내려 바람을 들여야할 정도였다.
자전거를 타면 칼바람이 불어도
옷섶을 여미지 않아도 돼
반포지구까지 달리면 40분 정도 된다. 거기서 더 가면 여의도였다. 하지만 40분의 뜀박질 같은 자전거 주행은 이미 나의 답답함이 풀어지기에 충분했다. (절대 추워서가 아니다.)
자전거에서 내려 한강을 바라보며 앉았다. 앉아 있을 때 한강애서 부는 세찬 바람도 나를 달래주러 온 것 같았다. 후끈 달아오른 나를 향해 부는 바람을 마다않고 기꺼이 맞고 앉아 있었다. 안개가 낀 듯한 마음 속 답답함을 한강물에 함께 떠내려보낼 수 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자전거를 타고나서는 페달이 바쁠 이유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흘려보내고 나니 마음 속에 남은 것은 뭔가 들어찬 듯한 에너지였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에너지가 생겼다. 힘을 썼지만 힘이 났다.
동계에 자전거를 타는 방법
예전 일이 떠오르니 동계에 나의 미니벨로가 동면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느낌이 왔다. 방한 대비를 하고, 몸이 후끈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면 될 것 같다. 피가 빨리 도는 최적의 속도로 달리기, 언덕을 이용하기.
예전에 언덕을 오를 때 속도는 느려지고 땀은 엄청 나던 것이 생각난다. 여름에는 오르막 올라가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 일부러 돌아가거나 혹은 처음부터 끌바도 많이 했던 곳인데 겨울엔 오히려 반가운 구간이 될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만큼 올라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내리막에서 만나는 바람은 모르겠지만.
미니벨로에 한정하지 않고 이번 겨울에 눈비 오지 않을 때 자전거를 타면서 기록과 느낌을 남겨봐야겠다.
청년 시절 답답함을 풀어주던 자전거의 기억이 오래도록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