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포켓몬 띠부씰 모으는 30대

그게 나야!


"무슨 초딩도 아니고, 내년이면 성인이 스티커를 왜 모아 ㅋㅋ"



얼마 전,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를 보던 중 나왔던 대사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던 나는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 나이 33살… 포켓몬 띠부씰을 모으는 중이기 때문이다 ㅎㅎㅎ


<출처 :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티커가 뭐 어때서...


어린 시절의 나는 포켓몬 띠부씰을 참 열심히도 모았었다. 용돈만 받았다 하면 슈퍼로 달려가 포켓몬 빵을 사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영영 사라질 줄 알았던 포켓몬 띠부씰이 내가 서른이 넘을 시점에 다시 판매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지만)띠부씰만 갖고 빵은 뒷전이었고, 빵 안에 든 스티커가 뭔지 확인하겠다고 그렇게나 빵을 만지작 거리다 슈퍼 아주머니에게 잔소리릴 듣기도 했다(어쨌거나 게의치 않고 신나서 빵을 사던 내 모습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산 띠부씰을 책받침에 하나하나 붙이며 모았었다. 책받침이 스티커로 채워지는 걸 보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친구들에게는 없는 희귀한 스티커라도 나오는 날이면 어찌나 신이 났던 지... 이렇게 어린 시절 포켓몬 띠부씰은 나에게 둘도 없는 행복 중 하나였다.



진짜 딱 이 느낌으로 모았었다... 추억...



그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지금 내가 포켓몬 띠부씰을 모으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처음 포켓몬 띠부씰이 다시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스티커를 모으게 될지 몰랐다.



사람 심리가 재밌는 게... 다시 출시된 포켓몬 빵은 대란이 일어났고 진짜 판매는 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괜히 더 사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어릴 때와 달리 포켓몬 빵 정도는 살 수 있는 경제력도 갖췄는데 정작 빵을 살 수가 없으니... 뭔가 억울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순수한 즐거움이었달까...



그러다 정말 우연하게 편의점에서 포켓몬 빵을 발견했는데... 아직도 그날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ㅋㅋㅋ). 얼마나 신났으면 포켓몬 빵 샀다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바로 인스타에 자랑도 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행복했는지... 그리고 또 한 번의 포켓몬 빵을 만나면서 결심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모아보자!"



이왕 모으는 거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포켓몬 띠부씰 북도 샀다. 확실히 뭔가... 본격적으로 포켓몬 띠부씰 컬렉터의 반열에 들어선 느낌이었달까..ㅎㅎ. 어쨌든 그렇게 일 년 반 동안 모은 띠부씰이 지금은 약 80개 정도가 됐다.



내 나이 30에 이걸 사서  다시 모으게 될 줄이야



대란 시기보다 빵을 사기는 쉬워졌지만 구매하는 빈도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리고 뭔가 어린 시절 한을 푸는 느낌보다는 그냥 살 게 있어서 편의점에 들렀을 때, 혹은 갑자기 포켓몬 빵이 생각날 때 내가 먹고 싶은 포켓몬 빵이 있으면 사 먹는 수준이다. 뭔가 그럴 때 빵을 사야 좀 더 빵을 사는 재미가 있는 느낌이랄까..ㅎㅎ.



이번 주 월요일 퇴근길에 산 포켓몬 빵



어쨌든 결국 포켓몬 띠부씰이 주는 즐거움은 내 어린 시절의 추억과 이어져있다. 어른이 되면 부모님 눈치 안 보고 저 빵을 10개고 20개고 내 맘대로 살거라 다짐했던 기억, 내가 원하는 스티커가 나왔을 때의 쾌감, 책받침에 쌓이는 띠부씰을 보며 즐거웠던 기억까지... 그런 추억들이 이어져 어른이 된 나에게 이제는 1500원을 주고 느낄 수 있는 사소한 행복이 된 느낌이다.



지우야, 넌 내 꿈이었어


포켓몬스터 세상에 살고 싶었던 8살 아이는 이제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은 30대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포켓몬스터는 여전히 나에게는 힐링이고, 추억이고, 즐거움이란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이 즐거움이 계속되는 한 당분간은 포켓몬 스티커를 모을 예정이다. 1500원에 즐길 수 있는 행복함인데 포기할 수야 없지...


그리고 이왕 시작한 수집인데 1세대 포켓몬 151마리를 다 모을 때까지는 쭈욱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당근마켓에서는 거래도 하던데... 가능한 순수 랜덤 뽑기로 모아보고 싶다 ㅋㅋㅋ 그게 재미지!



이번 주에도 이런 글까지 쓴 김에 포켓몬 빵을 한 번 더 사봐야겠다 ㅎㅎ. 오덕 같지만 오박사 님의 멘트로 글을 마무리한다. 진정한 포켓몬스터 팬이라면.. 이 정도쯤이야.



"오늘의 포켓몬은 뭘~까요? 피 피카츄~"





                     

매거진의 이전글 취미로 드라마 보는 게 뭐 어때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