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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23년을 돌아보며

5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는 2023년 회고


"수고했다"



2023년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어느 한 해, 쉬웠던 적이 있었겠냐만은.. 23년은 특히나 쉽지 않았다.


이제는 나도 뭔가 해낼 수 있겠다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무너졌다.


드디어 내가 그리던 미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무너졌다.


그렇게 모든 게 다 무너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 무너진 건 아니더라.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더라.



기쁜 순간도 힘든 순간도 많았던 나의 2023년을 5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려 한다.



1. 이직


어느새, 4번째 회사에 재직 중


올해 2월, 지금의 회사로 이직했다. 사실 큰 계획이나 포부를 가지고 결정한 건 아니었다. 이전 회사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던 찰나 현재 회사에서 합류 제안을 받았다. 사실 회사를 보고 결정했다기보다는 나에게 제안을 주신 동료분들을 믿고 선택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정말 좋은 팀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느끼는 감사함은 물론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0부터 시작해서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는 경험까지(이 과정에서 전에는 해본 적 없던 업무들을 이것저것 다 해보는 중이다). 이번 이직은 큰 고민 없이 내린 결정이었지만 내게 꽤나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게 해 주고 있다.



그나마 단점이라면 사무실 분위기가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정말 만족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다.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올해 "나"라는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이 많은 요즘이기에!



내년에는 또 어떤 새로운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게 될까? 그리고 내년에도 나는 이 회사에 계속 다니게 될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ㅎㅎ



2. 부캐


흔히 말하는 퍼스널브랜딩을 경험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흔히 말하는 '부캐'를 (장말 열심히) 키웠다. 이 과정에서 '내가 그동안 이렇게 열심히 산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했었다.



이 기간 동안 계정의 성장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멋진 인연들을 많이 만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됐다(덕분에 5명의 팀원들과 함께 약 200여 명 규모의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다. 온전히 내 힘으로 월급 외 수익을 만들기도 하고, 대학교나 지자체 청년지원센터 및 대기업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강연(또는 강의)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강연에서 나를 알아봐 주시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주시는 분도 계셨다. 이렇게만 가면 '나도 뭔가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밖에서 내 힘으로 돈을 벌면서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 결혼 후, 육아를 하게 될 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나는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최대한 옆에서 함께 하고 싶다). 그랬던 나에게 이런 기회들이 생기다 보니 꿈꾸던 미래가 멀지 않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이렇게 돌아보니 핑계인 것도 같지만.. 그 이유는 바로 다음 키워드에서 설명하겠다).



그래도 이 경험은 앞으로 내가 새로운 영역을 도전함에 있어서 엄청난 자양분이 될 거란 확신이 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무언가 해낼 수 있음을 결과로 증명했던 경험이니 말이다.



3. 이별


선 넘었지...


아마 나의 2023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건이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나에게는 날벼락이자 사고였다. 이별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던 건 둘째치고 오히려 나는 앞으로 함께 하게 될 미래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부캐 활동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별도 이별이었지만 끝까지 존중받지 못했던… 아니 그걸 넘어 기만당했음을 알게 된 순간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3년을 넘게 만난 사람에게 하루아침에 느끼게 되는 상실감과 배신감이란 나에게는 극복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앞서 언급한 부캐 활동도 이때 무너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고 아팠다. 그러다 보니 이 이별은 내 삶의 모든 영역을 망쳐놓을 것만 같았고,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이렇게나 감정적으로 약한 사람이었구나'

'내 삶의 중심이 온전히 나에게 있지 않았구나'

'나는 나에 대해 정말 모르고 살고 있었구나' 등등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투정만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회사에 내가 내 몫을 해야 했고, 내 일상을 지켜야 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극복하려 노력했고, 거기에 시간이 더해지며 조금씩 나아져갔다.



이렇게 이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조금씩 단단해져 가고 있다. 이별은 너무 힘든 경험이었지만 그 덕분에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이는 올해 내가 했던 일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일... 자세한 내용은 바로 다음 키워드에서!)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나를 생각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많음을 경험했다. 솔직하게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친구, 동료, 가족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상처에 힘들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어쩌면 이 시간이 나에게 꼭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물론 두 번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절대 네버. 이런 힘든 경험은 내 인생에 한 번으로 족하다.




4. 나(=취향)


누구보다도 내가 날 잘 알아야 하더라고요


그동안 내 연인, 친구, 동료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관심이 많았으면서 정작 '나'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던 한 해였다. 그 계기는 앞서 이야기한 이별이 가장 컸다.



내가 "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이별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함이었다. 내가 뭘 할 때 즐겁고 행복한지 알아야 그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항상 내 곁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니 나 자신이 와르르 무너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내가 나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난 뭘 할 때 즐겁지? 난 뭘 하며 행복을 느끼지?"라는 질문에 딱히 대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내 곁에 있던 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나에게는 즐거움이자 행복이었고, 그게 곧 내 미래였던 사람이었다. 내 인생인데 내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 남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실을 자각하면서부터 "나"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뭘 할 때 즐겁고,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고,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등등. 33년 인생을 살면이 이렇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고 질문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렇게 조금씩 나만의 취향이 생기고, 내가 언제 즐겁고 행복한지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 금요일 저녁 집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에 행복해하는 나, 글을 쓸 때 몰입하는 나, 주말에 조용한 카페에서 책 읽는 시간이 좋은 나 등..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내 모습들을 알아가는 게 꽤나 즐겁다.



물론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기에 혼자서는 채울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있을 거다. 다만, 내가 스스로 일정량의 행복을 채울 줄 알아야 올해처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내가 나로서 온전히 바로 설 수 있을 때, 더 좋은 인연을 만나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요즘이다.



5. 인간관계


여러분의 인간관계는 안녕하신가요?



인간관계에 울고, 웃었던 1년이다.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의외의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결국 살아가는 내내 우리는 결국 '인간관계'에 울고 웃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분명하게 경험했다. 그리고 이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건 거창한 무엇이 아닌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와 행동임을 배웠다.



용건 없이 걸려온 친구의 전화 한 통

힘들다는 말에 "술 한 잔 하자"며 나오라던 말 한마디

"너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응원의 한 마디

"우리 아들 괜찮니?" 묻던 아버지의 카톡 한 통

내 생각이 나서 샀다며 동료가 건네준 책 한 권



올해 나를 웃게 만든 것들은 이런 사소한 것들이었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들로 기억에 남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웃음을 주는 사람이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올해는 나를 챙기느라 내 주변 사람들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다. 내년에는 친구에게 용건 없이 안부 전화를 걸 줄 아는, 부모님에게도 좀 더 살가운 아들이 되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힘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사소할지 모르는 말 한마디와 행동을 통해 나도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을 더 많이 자주 경험하는 내년이 되길 바라본다.




힘들었던 만큼 빨리 2023년이 지나갔으면 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2일도 채 남지 않은 2023년이 아쉽기만 하다.



글을 마무리는 꼭 이 사진을 넣고 싶었다. 얼마 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본 글인데 딱 2023년의 내 이야기 같았달까?



출처 : 인스타그램 @writensh



"
올해에는 뭔가 될 것 같다가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고,

행복하다가 금세 불행해지기도 하고,

좋은 일이 생기는가 하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삶이라는 건 높이 올라갈 때도 있고

어쩔 땐 밑으로 내려가기도 한다는 것.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균형 있게 흘러간다는 것.

만약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오는 2024년은 행복할 차례라는 것

"



내년 이 맘 때쯤의 나는 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 글처럼 다가오는 2024년은 행복할 차례이기를!


올 한해 모두 너무 수고하셨고, 다가오는 2024년엔 모두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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