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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과 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해리포터를 읽다 문득 든 생각...

딱히 취향이란 게 없던 내가 학창 시절 신기하리만큼 좋아했던 게 하나 있다. 바로 ‘해리포터’다. (공부를 미친 듯이 했던 건 아니지만..) 고3 수능을 앞두고도 출시된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를 읽느라 바빴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올해 7월, 무슨 바람이 들어선 지는 모르겠지만 해리포터 소설 개정판 시리즈를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매일 잠자기 전 핸드폰을 보는 것보다는 책을 읽는 게 낫지 않을까? 란 생각이 시작이었고 이왕 읽는 거라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어 선택한 게 해리포터였다.



역시 영화보단 책이..ㅎㅎ


그리고 개정판을 구매하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책 설명이 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복선과 반전을 선사하는 문학적 장치들을 보다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었으며,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그들의 숨겨진 비밀 그리고 성격이 도드라지는 말투의 미세한 뉘앙스까지 점검했다. 《해리 포터》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독자는 물론, 그동안《해리 포터》의 세계를 즐겨 찾아왔던 독자 모두에게 완성도 높은 만족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사실 개정판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까지는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다'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개정판을 읽기 시작하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한국어 표기법이 수정되어 있는 것을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예전에 읽었던 묘한 매력이 좀 반감된 느낌이었달까?. 분명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인 건 알겠는데 묘하게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해리포터 최고...



그리고 든 생각은 '아... 꼭 완벽함이 매력과 비례하는 건 아니구나'였다. 초판 발행 당시, 완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시리즈물의 특성상 책에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웠던 복선이나 문학적 장치 등이 개정판에 잘 반영되어 있다는 건 확실했다. 전반적인 소설의 완성도는 높아진 셈이다. 다만, 초판본을 읽었을 때 느껴졌던 묘한 이질감? 애매모호한 문장 또는 전개? 가 가져다줬던 폭넓은 해석의 여지 등의 재미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성시경의 먹을 텐데라는 유튜브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사실 가수 성시경의 노래는 좋아했지만 인간 성시경을 좋아하진 않았기에... 그의 유튜브 영상이 재밌다는 건 알고 있었음에도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


내 머릿속의 성시경의 이미지는 학벌 좋고, 노래 잘하고, 돈도 잘 버는 (춤은 아니란 걸 알고 있기는 했지만...ㅎㅎ) 완벽하고 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하는 유튜브 영상이 아무리 재미있다 한들 내 취향과는 맞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했다.


자신의 매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런데 막상 영상 속 성시경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고, 소주 한 잔을 마시며 허허실실 웃는 동네 형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실제로 성시경과 친하다고 알려진 연예인 신동엽도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성시경을 사적으로 만나야만 알 수 있었던, 방송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성시경의 인간적인 매력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진 게 너무 좋았고, 분명 사람들이 이 모습을 더 좋아할 줄 알았다고 말이다.



완벽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발라드 가수 성시경의 모습보다 소주 한 잔, 음식 한 입에 행복을 느끼는 동네 형 같은 인간 성시경의 모습이 그의 매력을 더욱 부각한 셈이다. 이렇게 봤을 때, 결국 완벽함은 매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보다 완벽했던 소설 해리포터는 나에게 덜 매력적이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소탈하고 동네 형 같은 모습의 성시경이 오히려 더 큰 매력을 발산한 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허술하고 부족해 보여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 사람과 대화해보고 싶고, 저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고, 저 사람의 경험이 궁금해지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달까? 그래서 한 때는 내가 어느 정도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을 때, 글을 쓰거나 콘텐츠를 만들어야 사람들에게 내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순간만 기다리다간 아무것도 못해보고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다시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나만의 생각, 경험,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나만의 매력들도 조금씩 쌓여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시리즈 3개 남았다...


PS.

해리포터를 읽다 꽤 멀리 온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일단.. 해리포터를 워낙 좋아하기에 개정판 책을 모두 모으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 시리즈까지 모두 구매해서 읽을 생각이다. 그리고 완독 후에는 부모님 댁에 고이 모셔져 있는 초판본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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