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
사촌이 땅을 사는데 왜 배가 아파? 축하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 주변에 가난한 사촌보다 부자 사촌이 있는 게 더 든든하지 않나?
난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잘 됐으면 좋겠어.
다들 원하는 바 이뤄가며 행복 속에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근데 문제는...
나만 빼고 다들 원하는 바 이뤄가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맘 속에 시커먼 뭔가가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한다는 거지.
내가 간절히 바라던 꿈이 있었어.
3년 동안 죽어라 그 꿈에 매달리며 살아왔거든?
근데 야속하게도 무산되고 말았어.
아주 처참히.
난 모든 걸 잃고 말았지.
일, 사람, 건강, 자존감...
심지어 영혼까지 탈탈 털릴 만큼 나락으로 빠져버렸고,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이제 간신히 그때의 상처를 보듬으며 천천히 일어나려 애쓰고 있는 중이야.
근데 오늘 우연히 어떤 소식을 듣게 되었어.
3년간 내가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던 그 일을 누군가 3개월 만에 해치워버렸다네?
다들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데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축하한다는 쉬운 말이 왜 이렇게 어렵던지.
참 못났다 못났어...
이 감정이 차라리 상대방을 향한 질투라면 그냥 넘기겠는데 그게 아니더라.
화살촉은 언제나처럼 날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어.
'운칠기삼'이라고 난 운이 더럽게도 없다는 좌절감과 함께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원망이 날 더욱 비참하게 만들더라.
난 왜 이 모양일까...
근데 가만히 생각해 봐라?
내 인생이 뭐 어때서!
아주 만족스럽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썩 나쁘지도 않아.
나쁘지 않으면 좋은 거 아닌가?
내가 존경하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
행복이 뭐냐?
불행하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다.
건강이 뭐냐?
아프지 않으면 그게 건강한 거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거잖아.
근데 왜 남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불행에 빠트리지 못해서 안달이야?
굳이 비교할 필요 없어.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난 나야.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없듯이 그 사람도 내가 될 수 없어.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돼.
내 꿈이 좌절 됐지, 내 인생이 좌절 됐냐!
꿈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길 바라.
내 인생을 100으로 봤을 때 꿈이 차지하고 있는 건 고작 10도 되지 않아.
나에겐 소중한 가족이 있고, 좋은 친구들이 있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건강한 신체가 있고,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있어.
가지지 못한 걸 아쉬워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내가 되기를 응원한다.
그동안 이루지 못한 것도 많지만, 앞으로 이룰 수 있는 것도 엄청 많다는 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