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고 있는 것
부서를 옮겼다. 부서가 옮겨지고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는 일은 우리 조직에서 늘상 있는 일이지만 기존에 해왔던 업무와는 조금은 결이 다른 일을 맡게되어 첫 부서 출근일 전날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무엇에 긴장될 때 마다 습관적으로 들어보던 핸드폰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한동안 틀지 않았던 성경말씀이 알고리즘으로 떴다. 간사하게도 출퇴근 한달 내리 성경말씀을 들으며 근무처로 향했다. 그래 이정도면 멘탈이 나가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책상에 앉아 업무를 하다 출동벨소리가 들리면 도로묵이었다.
업무에 조금더 책임감이 붙게된것도 그렇지만 하필이면 운전을 하게되었다. 그것도 제대로 끌어본 적 없는 스틱이었다. 출동중에 시동이 꺼지면 세상도 꺼지는 듯 했다. 한번이라도 시동을 꺼뜨린 날이 있으면 그 차를 가지고 넓지도 않은 소방서를 열바퀴건 스무바퀴건 돌았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집에오면 파김치가 되는듯 했다.
그 무렵 아이에게 싫다는 말이 쉽게 나가게 되었다. 안돼, 지금은 안돼. 엄마 피곤한거 안보여? 니가 알아서해. 너는 꼭.. 왜 지금 와서 그러니?
아이가 와서 스킨십을 하는데도 무덤덤, 외려 엄마 지금 피곤하니까 조금 이따 하자.
그럴때일수록 첫째아이의 동생 건들이기가 더 심해지는 듯 했다. 둘째가 아무리 싫다고 표현을 해도 첫째 아이는 꼭 둘째아이를 건들였다. 나는 그런 아이의 속도 모르고 하지마, 이제 그만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다.
신랑도 교대근무라 어느 날은 새하얗게 밤을 새고 퇴근하고서도 두 아이와 씨름을 해야 하는 때가 생겼다. 아이들에게 게임시간을 넣어주고도 20분 간격으로 쪽잠을 잤다. 게임을 허용하고도 게임에만 몰두하게 하면 안될것 같아서 울며겨자먹기로 20문씩 게임을 끊어 줬다. 아이들은 게임이 끝이 나면 쪼르르 내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와서 투닥였다. 조금이라도 엄마 온기를 느낄세라 나는 야멸치게 치대는 아이들이게 비키라고 소리나 질러댔다.
누군가 그랬다. 엄마가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붇고 오지말고 아이들에게 쏟을 에너지를 반드시 남겨가지고 와야 한다고.
공장에 불이나고 사람이 물에 빠지고, 살아갈 날이 벅차다고 난간에 매달려 유명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정신없이 차를 몰고 가야만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줘야할 에너지를 가슴 한켠에 잘 모두었다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주어야 맞는걸까.
아이들이 색색거리며 자고있는데 괜히 서러운 마음이 복받쳐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