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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는 없지만 딩크는 아닌데요.

DINK (Double Income No Kids)

by Jessmin

2013년 연애를 시작하고 8년 만인 21년에 결혼식을 올렸다. 우린 아이가 없다. 결혼한 지 시간이 좀 흐르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아이에 대해 묻는다. 귀찮아지고 싶지 않아 방어기제를 잔뜩 올리고 ‘아직은 아이가 없다'라고 대답한다. 햇수로 5년 차가 되니 딩크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딩크 (DINK)는 통상적으로 자녀가 없는 부부를 통칭한다. 딩크 Double Income No Kids의 줄임말로 ‘맞벌이 무자녀 가정’을 뜻한다. 뭐 우리 부부가 해당되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income 즉, 소득때문만은 아니다 보니 나 스스로를 딩크로 칭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초저출산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거의 죄악에 가까운 듯하다. 이러다 보니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히기에 조심스럽다. 그저 ‘아직'이라는 표현을 넣어 사람들에게 에둘러 대답할 뿐이다.


주변에선 양가 부모님의 반응을 궁금해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부모님은 늘 그러하셨듯 나의 선택을 지지하신다. 남매를 키우면서 기둥뿌리까지 뽑아 교육시키신 경제적 출혈 때문일 수도 있고, 이로 인한 노후의 불안정일 수도 있고, 또는 딸의 보다

활발한 경제 활동을 응원해서일 수도 있다. 남편의 부모님은 너희 인생이니까 라며 말씀을 아끼신다.


어쩌다 딩크가 됐을까? 이 부분에 대해선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우선 아이를 가지고 싶었던 적이 없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그 숭고한 과정을 생각해 봐도 나와 연관 지어 생각되질 않는다. 인간은 번식 욕구가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다는데, 내 유전자에 뭔가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다. 또, 염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일수 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단 병든 면모를 먼저 바라보는 성향. 타고난 기질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내가 누구인지, 왜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은지를 설명하자면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니 또 한 번 ‘아직'은 없다고 얘기한다.


딩크를 대신할 단어가 없을까? 경제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 아이 가지기를 포기한 뉘앙스를 배제한 그런 말.

나만 잘 먹고 잘살겠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도 되는 말.

한국 사회에서 가진 이 말의 부정적 의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될 말.


아마 없을 수도 있다.

이미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는 질타의 대상이 되니까.

이기적인 마음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질타의

대상조차도 되기 싫어하는 모습이 꼴 사나울 순 있다.


그래도 난 아이는 없지만 딩크는 아니고 싶은 이기적인 노키즈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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