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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부부의 노후

7-80살에 배우자 마저 없는 삶은?

by Jessmin Mar 25. 2025

딩크라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약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 그러려니 한다.

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삶에 대한 풍요로움을 알려준다.

셋, 노후에 발생할 무시무시한 상황을 알려준다.


8년의 연애기간과 4년의 결혼 생활 중 그렇다 할 큰 다툼은 없었다.

2013년도부터 25년이 되기까지 배우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들에 그저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밖에선 딱히 결혼생활을 찬양하지도 추천하지도 않는다.  결혼 생활 어떠냐는 물음에 그저 잘 지낸다는 대답으로 모든 말을 삼킨다.


결혼 후 배우자 덕에 느끼는 행복, 만족, 안정감 이 모든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도 반드시 해당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혼생활을 감히 추천하고 다닐 수 없다.


결혼생활 추천에 다소 소극적인 나와 달리 유자녀 부부는 보통 아기 낳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그들이 아이로 하여금 느낀 행복감은 결혼의 상대성과는 다르게 너무나 절대적인 마음이라 적극적으로 추천하기에 주저 없어보인다.


 경이로운 마음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용기 있게 해낸 이들에 대해 존경의 마음이 든다.


아이가 없는 삶에 대한 만족도는 현재로선 매우 높다.

이건 무자녀이기에 오는 감정이 아닌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일 것이다.


물론, 짐작해 볼 수 있다.

아이 없이 행복할 수 있는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음을. 분명 건강과 경제적 풍요가 있을 때까지일 것이다.

인생은 생로병사.

나이 들면 아플 일뿐일텐데, 자녀 없이 나이 든 몸으로 이 쓰디쓴 현실을 감내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일이다.


거기에 더 해, 서로밖에 없는 무자녀 부부는 그 반려자를 잃은 후의 삶이 가장 큰 위기일 것이다.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타이틀을 떠올리면 위에서 언급한 세 번째 반응, 무시무시한 상황들에 대한 수많은 전제와 질문들이 떠오른다.



"노후는 어떡하려고 그래?"

" 딩크라서 좋은 건 5-60대까지가 최대야."

"나이 들고 돈 없고 병들면 그나마 애들이나 들여다 봐 주지."

"순리를 따라가지 않는 삶을 견뎌낼 수 있겠어?"


맞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노년이란 것은 배우자도, 자녀도, 친구도 아닌 나 스스로가 독립적으로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다.

 독립에 필요한 것은 홀로서기를 위한 몇 가지 스킬, 건강, 경제력쯤이지 않을까 싶다.

슬픈 사실이지만 이 중 하나라도 없는 노인은 자식들에게도 부담될 수 있다.


의지할 곳이 없는 노키즈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운동하기, 건강하게 먹기, 덜 쓰고 저금하기 정도일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


한 명의 반려자를 먼저 보내고 하나는 홀로 남게 될 것이다.

남은 삶을 충실히 보내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되새이며 멘탈관리하기.

그리고 현재는 노후에 발생할 무시무시한 상황에 겁먹기보단 아직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은 현재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기.


당장의 가까운 미래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

겁이 나는 7-80대를 보내고 가지 못할 수도 있다.

 또는 100세 시대에 걸맞게 100년을 넘게 살다 갈 수도 있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유자녀부부의 7-80대가 딩크부부의 7-80대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러니 딩크로 행복할 수 있는 유효기간인 5-60대까지 최대한 이 삶을 기쁘게 나누다 울적한 노후를 맞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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