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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딩크부부의 하루

특별한게 없어 좋은 하루

by Jessmin

결혼식을 앞둔 시점에 자녀계획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라고 얘기하던 내게 그들은 다양한 반응들을 보여주었다.




아기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나이차 적은 선배들은

그들이 느껴보지 못한 행복과 사랑에 대해 찬양했고

아이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부모들은 농담조로

"무자식이 상팔자야." 얘기했다.


그리고 내 나이대의 자녀를 둔 분들은

"난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결혼 안 해, 애도 안 낳아"라는 분들이 계셨다.

물론 반대로,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꼭 낳아서 다시 만날 거라는 분들도 많았다.


물론 각자의 삶과 경험을 담아 얘기해 주는 농담 섞인 자조들이었다.


그 말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은 없지만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남편의 상사는 결혼을 앞둔 남편에게 물었다.



"2세 계획은 언제쯤이야?"


결혼 전부터 이 질문에 대해선 각오를 한터라 적당히 둘러댈 계획이었다.


"아직은 없습니다. 뭐 차차 생각해 봐야죠."


"그래, 급할 거야 없지. 근데 결혼하고 한 2년 지나면 심심하기 시작할 거야. 그럼 자연스레 아기생각이 들 거야. 우리가 그랬거든."



매일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이었는데 결혼 후엔 무료하고 심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들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결혼한 지 햇수로 5년 차가 되니 나란 인간은 그런 감정이 들지 않을 확률이 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딩크부부의 하루는 어떨까?


대부분의 현대인은 타이트한 스케줄로 삶을 돌아볼 여유 없이 살아간다. 회사에선 회사일로 치이고 집에선 집안일로 치인다. 일 욕심이 많은 내 삶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자가 생기고 함께 미래를 그리며 안정과 여유가 동반되니 마침내 삶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삶을 돌아보며 집중하고 나의 소리에 귀 기울이니 타인의 삶을 보듬어줄 여유 역시 생긴다.


결혼 전 수명을 끌어다 쓰며 밤늦게까지 일만 했었다. 요즘은 필라테스, 남편과 함께 유산소 운동을 하며 내 몸을 돌볼 저녁 시간이란 게 생겼다. 이 또한 시간적 경제적 여유에서 나오더라.


웬만해선 밖에 나가 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남편과 책 읽고 글 쓰며 서로의 감동을 나눈다.


결혼 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찬 단순한 듯 복잡하기만 했던 삶이었다. 그러나 지금, 특별할 거라곤 없는 정적이고 걱정 없는 날들이 행복과 완벽한 매일을 선물한다. 누군가는 무료함이라 부르는 이 정적이 비로소 진정한 삶을 선물해 줬듯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라본다.



당신의 하루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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