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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중 Mar 15. 2024

문제의 답

문제에 대한 답은 늘 하나였다.

* 해당 글은 모든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필자가 한 스타트업을 다니며 느꼈던 감정을 담은 글입니다.



문제에 대한 해결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 직무에 대한 전문가가 없던 나의 스타트업. 내 직무는 내가 첫 멤버였고 혼자였다. 내 직무를 해 나아가는 데에는 수많은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했고,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나는 열정이 매우 높았던 상태였다. 욕심이 앞섰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해결이 필요하였다.


입사 후, 첫 면담이 떠올랐다. 스타트업은 수많은 문제들을 매일 마주하고 우리는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문제를 마주쳤을 때, 좌절보다는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업무를 진행하며 마주쳤던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했던 의견은 항상 "스타트업 특성상...", "스타트업은 원래..."라는 말과 함께 "저희는 스타트업이잖아요"라는 말로 끝나기 일쑤였다. 스타트업이라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당혹스럽기가 그지없었다.




문제에 지쳐가는 팀원들


다양한 문제를 마주치며 팀원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과업은 쏟아지고, 목표는 높아지고, 기댈 곳은 없는 시간들이었다. 결국 떠난 이들이 생긴다. 이들이 떠나고 결국 남은 인원들은 또 많은 문제에 봉착한다. 물론 그 해결 또한 실무자들이 이를 갈고 해결해 나가고 있다. 나는 내 주변 팀원이 떠나는 게 아쉽다. 하지만 이제는 아쉽지가 않다. 걱정이 된다. 저들이 나가면 난 어떡하지..? 또 업무는 멈추고, 그 와중에 목표는 올라가고, 흔들리는 조직. 떠나는 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젠 아쉬움보다 내 걱정이 앞서는 상황. 왜 그래야만 했을까? 뼈대가 단단하지 못한 일은 어떠한 일이든 무너지기 마련이다. 문제의 해결보다 앞의 성과를 더 신경 쓰는 조지 관리. 물론 성과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이끌고 나아가는 게 과연 올바른 걸까?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고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曰 "저희는 스타트업이잖아요"


맞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조직이지 문제를 당연시 여기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제와 해결방안을 제안하였을 때, 나름의 해결이 불가능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왜 현실적으로 어려운 지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대안이 없다면, 향후 같은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하여 어떠한 작업이 필요한 지 피드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가 많아 리소스 문제가 생기면 업무를 없앤다.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리소스 문제로 업무를 없애버리는 방안을 제시하다니...! 프로세스를 만들자는 의견에는 그건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프로세스다! 그럼 우리 조직에 맞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퇴사자가 많아 지속가능한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것에는 쿨함이 있다. 잔여인원에 대한 리소스 문제나 업무의 진행상황의 고려는 없는 이러한 상황이 스타트업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모든 문제의 해결방법은 하나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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