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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Jun 13. 2024

내 일은 누가 대신해 주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서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 노동의 사전적 정의




# 약은 약사에게 노동은 로봇에게


앞선 연재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샘 알트만은 고도로 발달한 AI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무형의 기술인 AI가 어떻게 육체적 노동까지 대체해 줄 수 있다는 것일까? 뻔하지만 정답은 바로 로봇에게 있다. 


샘 알트만은 정신적 노동뿐만 아니라 육체적 노동에서도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 로봇 공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특정 작업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범용적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하기에 산업용 로봇보다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의지는 OpenAI 목표에서 잘 드러나는데, OpenAI의 가지 목표 하나는 다음과 같다. 



"가정용 로봇 구축 : 기본적인 가사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다. 이는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가능해지며, 로봇 공학은 AI 연구의 좋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 글은 2016년 6월에 작성되었으며, 샘 알트만이 OpenAI 설립 당시부터 로봇 개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초기에는 AI 개발팀뿐만 아니라 로봇팀도 존재했는데, 이후 두 가지 개발을 병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2021년 로봇팀을 잠정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샘 알트만은 올해 초 빌게이츠와의 대담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우리는 로봇을 너무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그 프로젝트를 보류해야 했습니다. 머신러닝 연구의 어려운 부분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시뮬레이터가 고장 나고 힘줄이 끊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죠.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지능과 인지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달았습니다.  

Sam Altman (Bill Gates Youtube)


# 로봇계의 OpenAI


로봇팀을 해체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체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한 순간 외부로 눈을 돌렸고, 그때 샘 알트만의 레이더에 포착된 곳이 바로 피규어 AI(Figure AI)였다. 피규어 AI는 '제2의 일론 머스크'라 불리는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이 설립한 회사로, 설립된 지 불과 2년 만에 기업가치 26억 달러(한화 약 3조 5천 억)로 평가받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브렛 애드콕 (출처 : TheBusinessMagnate)


여기서 잠시 브렛 애드콕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보자. 일리노이주의 농장에서 자란 브렛은 어려서부터 인터넷이라는 창구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 자연스럽게 인터넷에 많은 관심이 쏟았고, 고등학생 때부터 다양한 인터넷 기업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플로리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27살에 창업한 구직자 매칭 기업 '베터리(Vattery)'를 5년 만에 1억 달러에 매각하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는다. 


당시 차별화된 핵심 기술은 AI로, 구직자와 기업 간의 매칭을 효과적으로 이어주는 알고리즘을 통해 HR 업체인 아데코에 인수될 수 있었다.


이후 브렛은 도시 교통 비행(에어택시 등) 제조 업체인 아처에비에이션을 창업했는데, 이 기업 역시 3년 만에 IPO를 성공시키며 연타석 홈런을 쳤다. 비록 경영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이사진에 물러났지만, 그의 출구 전략은 확실했다. 이미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가 된 브렛은 자신을 따를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실제로 휴머노이드 기업 중 최고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비롯해 테슬라, 구글, 딥마인드, 애플 등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60명을 모아 창업한 것이 바로 피규어 AI이다.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고, CEO는 떠오르는 스타인 브렛 애드콕이었으니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들은 1년 만에 시제품을 완성했고, 단숨에 로봇 산업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출처 : Figure


공교롭게도 브렛 애드콕은 샘 알트만과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인물로, 피규어 AI의 목표는 자율 휴머노이드 작업자를 전 세계에 배치하는 것이다. 여러모로 샘 알트만이 이 기업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었다. 샘 알트만은 이들의 잠재력을 조기에 알아보고 피규어 AI를 인수하는 것부터 검토했으나 여러 이해관계에 막혀 성사되지 못했고, 대신 투자와 협업 관계를 맺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최근 OpenAI는 피규어 AI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제프 베조스(아마존 창업자) 등과 함께 투자자로 이름을 올림과 동시에 ChatGPT를 피규어 AI 제품에 이식시키는 등 적극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Crunchbase


또한, 샘 알트만이 2021년 해체했던 OpenAI 로봇팀을 최근에 다시 부활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의 행보로 보아 예상해 보건대, 로봇 개발과 양산은 피규어 AI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로봇을 제어하기 위한 AI Software를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로봇도 밥이 필요하다


자, 이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로봇은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일한다고 하지만,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밥을 먹지 않는 것은 막지만, 대신 이들은 엄청난 전력(에너지)을 소비한다. AI가 연산을 할 때에도, 로봇을 동작시킬 때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문제는 앞으로 AI와 로봇의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를 충족할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동시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여야만 한다. 아무리 AI와 로봇이 인간 대신 일해준다 한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지구를 망가뜨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지구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이면서 효과적인 에너지 생산이 필요로 하다.


당연하게도(?) 샘 알트만의 에너지 산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다음 연재에서는 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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