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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Jun 06. 2024

가만히 있어도 돈을 준다고?

10년 내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고, 미국 내 성인은 각각 매년 약 13,500달러(약 1,500만 원)를 받게 됩니다. 인공지능의 성장이 더 가속화된다면 이 금액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받더라도 기술이 상품과 서비스 비용을 크게 낮추었기 때문에 13,500달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구매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 Sam Altman (모든 것에 대한 무어의 법칙)




# 기본소득이 뭐야?


과거부터 기술은 주로 인간의 노동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 AI의 발전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데, 생성형 AI가 발전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기사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나라 "AI로 아동용 리딩북 제작시간 13시간→2시간으로 단축"

신약개발 이제는 AI 필수 시간 단축·희귀약 개발


만약 AI가 단순히 노동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을 넘어 아예 우리의 일을 대신해 준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수익을 온전히 자신이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을 위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적어도 샘 알트만은 이러한 세상이 올 거라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를 열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 바로 OpenAI이다. OpenAI의 궁극적인 목표인 일반인공지능(AGI)에 도달하게 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AGI가 대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아직 노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하고, 누군가는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한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의 의견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샘 알트만은 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나를 대신해 일을 해주는 것은 맞지만, 그 AI가 반드시 자신의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술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될 것이고, 종국에는 극소수만이 AI 기술을 독점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즉,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AI 기술을 보유하지도 못하고 일자리마저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샘 알트만은 이러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극소수가 독점하게 될 경제적 가치를 기본소득으로 재분배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실험도 이미 진행하고 있다. 2018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진행하고 있는 실험은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진행되고 있다.


1) 900명 : 3년 간 매달 1000달러 지급

2) 100명 : 5년 간 매달 1000달러 지급

3) 1800명 : 3년 간 매달 50달러 지급

4) 200명 :  5년 간 매달 50달러 지급


즉, 기간과 금액 조건 변화에 따라 개인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한 실험인 것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 실험에서는 시간의 활용, 정신 및 신체 건강, 의사 결정, 범죄율, 정치적 및 사회적 태도, 그리도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알려져 있다. 


# 기본소득은 어떻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까지는 어찌어찌 이해를 하겠지만,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지급 방법이다. 국적, 직업, 나이 등 어떠한 조건에도 상관없이 전 세계인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현재의 행정 및 금융 시스템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행정 시스템을 통합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은행 계좌 보유율 등 국가 간의 금융 접근성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샘 알트만이 고안한 것이 바로 '월드코인(Worldcoin)'이다. 


월드코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암호화폐의 일종이다. 암호화폐는 은행 혹은 정부가 통제하지 않으며 블록체인 시스템에 자율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지급함에 있어 제약이 줄어든다. (지금은 자산의 성격이 강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트코인 역시 정부나 중앙은행의 개입 없이도 개인 간의 거래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여기에 샘 알트만은 한 가지 장치를 더 만들었다. 바로 '홍채인식'이다. AI가 고도로 발전될 경우 실제 인간과 AI를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 판단했고, 이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홍채를 택한 것이다. 홍채인식을 선택한 이유는 지문인식, 안면인식보다 위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란성 쌍둥이도 홍채의 형태가 다르다. 월드코인 측에 따르면 홍채 인식은 안면 인식보다 1만 배 더 정확하게 신원을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오브와 월드 ID (출처 : 월드코인)


월드코인은 홍채인식과 블록체인을 결합하기 위해 '오브(Orb)'라는 홍채인식기를 개발했다. 오브를 통해 홍채를 인식하고 실제 사람인지 확인되면 '월드 ID'가 생성된다. 이 ID로 가상자산 지갑인 '월드 앱'에서 '월드코인'을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다. 기본소득제가 실현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기술 발전을 이룬다면 월드 ID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일정량의 월드코인이 지급될 것이다. 


# 홍채인식 괜찮을까?


홍채인식을 통한 암호화폐 지급 방법은 기본소득 지급의 제약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최적의 대안은 아니다. 우선,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 직면해 있다. 월드코인 측은 스캔한 홍채 이미지가 암호화된 코드로 변환된 뒤 즉시 삭제되기 때문에 홍채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개인의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삭제한다고 한들 해시 데이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스캔 자체가 문제라고도 지적한다.


홍채 데이터가 유출되면 다른 데이터가 유출됐을 때보다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비밀번호는 유출되더라도 다른 것으로 바꾸면 그만이지만, 홍채 데이터는 바꿀 수도 없다. 이미 오브를 해킹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몇몇 나라에서는 월드코인의 홍채 스캔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월드코인 측은 지속적으로 보안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프로젝트가 완료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많이 필요로 해 보인다. 




글 중간에 AGI가 개발되면 인간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대신할 수 있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정확히 따지자면 AGI는 무형의 기술이기에 물리적인 일을 대신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일을 완벽하게 대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로봇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샘 알트만은 로봇 분야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에서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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