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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y 23. 2024

OpenAI 만든 썰 푼다

저는 친구들이 술에 취하면 세상이 어떻게 끝날지에 대한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종말에 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아, 참고로 저는 총, 금, 요오드화칼륨, 항생제, 배터리, 물, 이스라엘 방위군의 방독면을 상시 보관하고 있습니다. 

- 샘 알트만 (The New Yorker 인터뷰 中)




앞선 연재에서는 샘 알트만의 과거 행적을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이며,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이번 연재부터는 샘 알트만이 직접 투자하거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을 조명하면서, 그의 철학이 어떻게 투영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기업을 통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다룰 기업은 역시나 OpenAI인데, 이 기업에 대한 내용은 워낙 중요하다 보니 두 번에 나눠 자세히 작성할 예정이다. 오늘은 OpenAI의 시작과 관련된 내용을 주요하게 다룰 예정이며, 다음 화에서는 OpenAI역사의 중대한 변곡점인 Microsoft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해 보고자 한다. 


OpenAI의 시작을 알아보아야 하는데, 그냥 알아보면 재미없으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출범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여 극으로 표현해 보았다. (재미를 위해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해 보았으니, 재미로만 봐주시길!)



Scene #1

와이콤비네이터 사옥에서 샘 알트만(S)이 혼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S : 흠.. 나는 전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싶은데.. 위협이 되는 게 뭐가 있을까.. 바이러스? 아니야. 아무리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라도 꽁꽁 숨어서 격리하고 있다가 백신이 나오면 괜찮아질 거야. 또 뭐가 있을까..


아? 생각해 보니 인류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건 인류가 가장 똑똑해서 아닌가? 만약 인류보다 똑똑한 존재가 나타나면 인류가 위험해질 수 있는 거 아닌가? 어디 보자.. 만약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Scene #2

실리콘 밸리의 한 사무실에서 일론 머스크(E)와 구글의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L)가 만나 인공지능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E : 어이, 래리.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인공지능을 이대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다가는 인간이 위험해질 것 같아. 혹시나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생길 것 같단 말이지. 규제를 하던 속도를 멈추던 해야 할 것 같아.


L : 어어? 내가 알던 일론이 맞나? 왜 이렇게 겁이 많아지셨을까?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인공' 지능일 뿐이야. 이 기술은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그걸 알면서도 포기하자고? 그건 직무유기야.


E : 아이.. 인공지능이 잠재력이 많은 건 나도 당연히 알지. 근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았다가는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니까 그러네?


L : 난 우리가 인공지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믿어. 개발과 동시에 안전장치를 보완해 나가면 충분할 거야. 아! 요즘 유명한 딥마인드 알고 있지? 참고로 나 거기 인수하기로 했어. 인공지능에 미래가 걸린 이상 본격적으로 시동 걸어야지.


E : 엥? 지금도 기술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딥마인드까지 인수한다고? 너네가 다 해 먹으면 누가 견제하고 누가 감시해? 난 반대야. 


L : 쏘리 일론. 이미 결정된 일이야. 헤헤. 나만 믿으라고!



Scene #3

래리와의 대화가 끝나고 일론은 씩씩대며 샘 알트만을 찾아간다.


E : 샘, 큰일 났어. 래리가 딥마인드까지 인수한데. 저러다가 쟤네가 다 해 먹게 생겼어. 래리는 낙관론자인데, 그런 애가 인공지능 기술을 독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말이야. 어쩌지?


S : 흠.. 안 그래도.. 저도 지금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었거든요? 저도 래리처럼 인공지능에 대해 낙관론자이긴 하지만, 동시에 생존주의자거든요. 알죠? 제 집에 항생제, 배터리, 방독면 상시 구비해 놓고 있는 거? 안 되겠어요. 불안하니까 제가 인공지능을 개발해서 다스려야겠습니다. 


E : 흠.. 그래. 래리보다는 차라리 네가 나을 것 같다. 그.. 구글에서 인공지능 기가 막히게 개발하는 일리야 셔츠케버라고 있거든? 내가 걔 데리고 올 테니까 같이 개발하자. 


S : 그럼 저도 그렉 브록먼을 데리고 올게요. 그 친구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라 잘 통할 거예요. 


E : 좋아. 전 인류를 위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으로 하고 당위성을 위해 기업은 비영리 단체로 운영하기로 하자. 


S : 오케이! 콜!




그렇게 OpenAI라는 기업이 설립됐지만 넘어야 할 두 가지 산이 있었다. 바로 자본과 인재 수급이다. 오늘날 인공지능 경쟁은 흔히 '쩐의 전쟁'이라 불릴 만큼 자본력의 싸움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몇 배 이상의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또한 첨단 기술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인재 수급이 굉장히 중요한데 고급 인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신생 기업으로 올리 만무했다. 


그러나 OpenAI는 평범한 스타트업이 아니었다. 무려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만이 합작한 기업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딥러닝의 대가라 불리는 일리야 셔츠케버가 개발 책임자로 합류했고, 페이팔에 이어 핀테크 2위 기업으로 유명한 스트라이프의 CTO 그렉 브록먼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히 어벤저스 군단이라 불릴만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자본과 인재 수급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특히 창업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출자한 것도 있지만, 다양한 투자자들이 비영리단체임에도 많은 기부금을 제공했고, 무려 10억 달러라는 자본이 모였다. 당시 스타트업 시드 펀딩 평균 금액이 약 50만~200만 달러인 것을 고려했을 때, OpenAI에 거는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다. (10억 달러는 창립 초기의 약속된 기부 금액이며, 실제로는 단계적으로 투입되었음)




OpenAI는 다음의 네 가지 목표를 가지고 설립됐다.


1. 진행 상황 측정 지표

다양한 환경에서 에이전트가 사용자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한다. 여기에는 게임, 로봇 공학, 언어 기반 작업이 포함된다. 


2. 가정용 로봇 구축

기본적인 가사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다. 이는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가능해지며, 로봇 공학은 AI 연구의 좋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3. 자연어 이해 능력을 갖춘 에이전트 구축

복잡한 언어 명령을 이해하고 명확히 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개발한다. 이는 대화, 문서 이해, 복잡한 지시를 따르는 능력을 포함한다.


4. 단일 에이전트를 사용하여 다양한 게임 해결

다양한 게임을 해결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훈련한다. 이는 생성 모델과 강화 학습의 진전을 요구한다.


2016년에 작성된 네 가지 목표는 놀랍도록 잘 지켜지고 있는데, 중간 점검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1. Procgen Benchmark, OpenAI Evals 다양한 지표와 벤치마크를 개발했고 계속해서 업데이트 중이다.

2. 현재 직접적으로 로봇을 개발하고 있진 않지만 Figure AI라는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에 GPT를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3. GPT-4가 출시된 시점에서 목표에 근접한 모습이다.

4. DALL-E, SORA, GPT-4o 등 멀티 모달 능력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요청에도 원하는 형태의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목표들을 보니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지 않은가? 그렇다. 네 가지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AGI의 등장이 필요하다. 샘 알트만이 AGI를 주야장천 외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AGI가 개발된다면 OpenAI의 네 가지 목표는 의심할 것 없이 클리어될 것이다. 


OpenAI가 이렇게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만남이 결정적이었는데 앞서 예고했든 이 부분은 다음 연재에서 다뤄보기로 한다. 여기에도 재밌는 뒷이야기가 많이 숨어있으니 다음 연재도 기대해 주길!




Ps.

대화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서 자칫 놓쳤을 수 있지만, OpenAI 탄생 비화 안에서 샘 알트만의 배포가 얼마나 큰지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인류를 위험해 빠트릴 수도 있는 기술을 자신이 직접 통제하겠다고 나선다니? 어벤저스의 토니스타크 정도 되는 판타지적 인물이 아니고서야 웬만한 사람이라면 겁나서 이런 말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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