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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y 16. 2024

이 와이콤비네이터는 이제 제겁니다

On questions of design, I ask "What would Steve do?" but on questions of strategy or ambition I ask "What would Sama do?" (디자인에 관한 질문에는 "스티브라면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지만, 전략이나 야망에 관한 질문에는 "샘 알트만이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묻습니다.)

- 폴 그레이엄 와이콤비네이터 창립자 (Five Founders)




# 기다렸다는 듯이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실리콘밸리 최고의 엑셀러레이터를 물려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28살의 나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었다면 큰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위한 선택들을 이어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폴 그레이엄은 샘 알트만이 그러지 않기를 바랐고, 샘 알트만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기대를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샘 알트만은 와이콤비네이터를 물려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했는데, 바로 아이템을 판단하는 기준과 그 스케일이었다. 이전에 폴 그레이엄은 창업자의 잠재력에 집중했다. 모든 창업자가 안정적으로 알(아이템)을 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와이콤비네이터의 출범 목적 자체가 창업자의 알을 부화시켜서 벤처캐피털 앞에 선보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퍼부었다. 


그러나 샘 알트만은 달랐다. 그는 창업자보다 그들이 가져온 알에 집중했다. 정확히는 그 알이 부화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와이콤비네이터의 성공으로 유사한 엑셀러레이터들이 확산하기 시작했고, 알을 부화시키는 것은 더 이상 예전만큼 어렵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는 창업자가 가져온 알의 잠재력과 폭발력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알의 잠재력이 크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본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아이템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자 자연스럽게 운용하는 펀드의 규모 또한 날로 커져갔다. 


# 둘은 어떻게 다른가


폴 그레이엄이 와이콤비네이터를 운영할 때와 샘 알트만이 운영했을 때의 아이템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시즌 1 : 폴 그레이엄의 시대 (2005-2014)


폴 그레이엄의 시대의 대표적인 기업은 레딧과 에어비앤비이다. 레딧은 정보가 흩어져 있는 인터넷 환경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자들에게 저렴하고 독특한 숙박 옵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집주인들이 빈 방을 통해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게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두 기업의 서비스 모두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단순한 아이디어였기에 성공의 중요한 키는 창업자의 잠재력에 있었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서비스를 차별화시키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역량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에 폴 그레이엄은 창업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시즌 2 : 샘 알트만의 시대 (2014-2019)


샘 알트만의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사례로는 역시 OpenAI와 헬리온을 들 수 있다. OpenAI는 2015년 배치(기수)에서 인공지능(AI) 연구 및 개발을 목표로 출범했다. AI는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샘 알트만은 기존의 좁은 영역의 AI나 단순한 자동화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AI를 통해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했다. 후에 서술되겠지만, 샘 알트만은 OpenAI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수입은 증가하고 인간의 노동은 감소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헬리온은 2014년 배치(기수)에서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목표로 시작했다. 핵융합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려는 혁신적인 접근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하여 전 세계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헬리온을 비교해 보면 어떠한가. 조금 과장을 보태면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서 보더라도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물론 대표적인 예시를 들었을 뿐 폴 그레이엄 시절의 모든 기업이 에어비앤비와 같지 않았고, 샘 알트만 시절의 모든 기업이 헬리온과 같지 않다. 그러나 두 시절의 기조가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다. 


#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폴 그레이엄의 방식이 틀렸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시대적 흐름과 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기도 하다. 폴 그레이엄이 운영하던 시기에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초기 단계였고, 웹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웹 2.0 시대가 이제 막 무르익기 시작하던 시점이기에 그와 관련된 아이템이 많았다. 폴 그레이엄 자신도 웹 2.0 시대에 걸맞은 아이템으로 창업하여 성공을 거둔 바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 효과적인 지도가 가능했던 것도 있다. 


샘 알트만의 시기에는 기술의 발전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숙으로 인해 더 큰 스케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요구가 커졌다. 이는 창업자의 잠재력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템 자체의 혁신성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에 집중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시대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샘 알트만의 시대를 읽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샘 알트만이 그리는 미래를 엿볼 수 있다. 그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를 원한다. AI, 지속 가능한 에너지,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의 비전은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그는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에 이어질 연재부터는 샘 알트만이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거나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을 하나씩 집중적으로 파고들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샘 알트만이 그리는 미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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