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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y 09. 2024

샘 알트만과 와이콤비네이터의 '슈퍼이끌림'

Within about three minutes of meeting him, I remember thinking "Ah, so this is what Bill Gates must have been like when was 19. (그를 만난 지 3분 만에 "아, 빌게이츠가 19살 때 딱 이런 모습이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 폴 그레이엄 (MIT 강연에서 루프트와 샘 알트만을 예시로 들며)




#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샌프란시스코 남부에 자리한 실리콘밸리는 원래 실리콘 칩 제조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의미가 점차 확장되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또한, 이곳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제2의 애플이나 구글을 만들고자 하는 창업자들의 메카이기도하다.


실리콘밸리는 뛰어난 잠재력으로 무장한 원석들이 계속해서 모이는 만큼, 이를 잘 다듬어 보석으로 키워낼 '엑셀러레이터'들도 많이 모여있다. 엑셀러레이터들은 가진 것이라곤 아이디어와 열정뿐인 창업자들에게는 자본을 제공하고, 조력자가 되어 길잡이 노릇을 해준다. 가끔 창업자들이 무너지려고 할 때에는 격려와 응원을 해주며 그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늘은 수많은 엑셀러레이터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와 대표직을 역임했던 샘 알트만에 대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 황금알을 부화시키는 인큐베이터


먼저 와이콤비네이터와 그 창립자인 폴 그레이엄에 대해 알아보자. 폴 그레이엄은 자신이 창업한 스타트업(비아웹)을 4,900만 달러에 매각한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강연을 하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창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강연이나 책이 아닌, 실제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인큐베이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금이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과거의 스타트업은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나 업계 네임드들의 전유물이었다. 콧대 높은 벤처캐피털들은 검증된 이들에게만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했고, 열정과 아이디어만 가진 젊은 창업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네임드가 없는 창업자들은 자신이 낳은 알이 부화해서 자라면 봉황이 될 것이라고 열변을 토하지만, 벤처캐피털은 "알을 부화해서 가져와봐. 그럼 믿을게."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러나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장소와 서버, 사람을 구하기 위한 자본이 필요하고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이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폴 그레이엄은 가능성을 가진 수많은 이들이 벤처캐피털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좌절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겼다.


2018 YC Demo Day (출처 : Sam Altman X)


그래서 설립한 것이 바로 와이콤비네이터. 투자자들이 알을 부화시켜 오라기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와이콤비네이터에서는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10만 달러 내외의 자본과 장소를 제공하는 대신 7~10%의 지분을 받았다. 멘토링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도왔다. 약 3개월 간의 집중 트레이닝을 받은 뒤에는 마치 졸업작품을 전시하듯 성대한 데모데이(Demo Day)를 열어 투자자들에게 이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과정을 체계화했다. 와이콤비네이터가 실리콘밸리의 하버드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와이콤비네이터의 인큐베이터를 가장 먼저 경험한 이들 중에는 공교롭게도(?) 알트만이 포함되어 있다.


# 샘 알트만과 와이콤비네이터의 슈퍼이끌림


다시 와이콤비네이터의 시작으로 돌아가보자. 2005년, 폴 그레이엄과 그의 동업자인 *제시카 리빙스턴은 와이콤비네이터의 역사적인 첫 기수 모집을 시작했다. 마침 '루프트(Loopt)'라는 위치 공유 서비스를 개발 중이던 샘 알트만과 그의 동료들은 이를 좋은 기회라 여기고 신청했으나,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동료 모두가 함께 스피치에 참석하려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애를 먹은 것이다. 이를 지켜 본 폴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이제 겨우 신입생이잖아요. 그냥 내년에 지원하세요."


그러나 샘 알트만이 누구인가. 한 번 하고자 하면 하는 인물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잘 나가던 스타이자 자신보다 무려 스무 살이나 많았던 폴 그레이엄에게 정중하면서도 당돌하게 답장을 보냈다. 


"저는 2학년입니다. 그리고 곧 갈 겁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라 했나. 폴과 리빙스턴은 고작 2학년이 보낸 답장에서 고수의 기운을 느꼈고, 만남은 성사됐다. 리빙스턴은 샘 알트만과의 첫 만남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 아이가 나이를 뛰어넘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시카 리빙스턴 : 2008년 폴 그레이엄과 결혼한 사이이기도 하다.

가장 오른쪽에 폴 그레이엄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샘 알트만 (출처 : Y-Combinator)


둘의 만남이 있은 후로 루프트가 와이콤비네이터 1기에 포함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루프트와 함께 1기로 선정된 곳 중에는 최근 상장하여 현재 약 10조 원의 시가 총액을 자랑하는 레딧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시작으로 와이콤비네이터는 지금까지 5,000여 개가 넘는 회사를 지원했고, 포트폴리오의 총 가치는 6,000억 달러가 넘는다. 


# 파트타이머가 대표가 되기까지


샘 알트만은 루프트를 운영하면서 와이콤비네이터의 파트타임 파트너로도 일했다. 루프트가 그린 닷에 매각될 즈음에는 정규 파트너로 임명되어 자신과 같은 창업자들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통찰력 있는 조언, 멘토십,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가 지원한 회사들은 날로 유명해져 갔다. 이 모습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폴 그레이엄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그에게 대표 자리를 넘겨주겠노라고. 그리고 마침 주방을 서성이던 샘 알트만에게 깜빡이 없이 툭 한마디를 던진다.


"Do you want to take over YC? (와이콤비네이터 맡아볼래?)"

 

제안받을 당시 샘 알트만은 와이콤비네이터의 정규 파트너로 일한 지는 3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으며, 무엇보다 28살에 불과했다. 또한, 와이콤비네이터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엑셀러레이터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갑작스러운 제안에 혼란스럽거나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샘 알트만은 달랐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승낙한 것이다. 폴 그레이엄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It was like when you throw a ball of paper into the wastebasket across the room that smile. (그는 마치 방 건너편 쓰레기통에 종이를 던져 골인을 시켰을 때처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어요.)" 


그렇게 와이콤비네이터의 시즌2 포문을 열게 된 샘 알트만은 본격적으로 야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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