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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y 02. 2024

성공하려면 '스탠퍼드' 정도는 중퇴해야지

"It was just something I wanted for myself. It was something I thought was cool. I was just interested in it. (그냥 제가 원하던 것이었고, 제가 멋지다고 생각한 거였어요. 그냥 흥미로웠어요.)"


- 샘 알트만, MIXERGY 인터뷰 中 첫 번째 창업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냐는 질문에 대해




창업하게 차고지 좀 사주세요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초거대 기업이 차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따라 하려는 창업자가 많아졌고, 하나의 문화가 되어 '차고지 창업(Garage Startup)'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한국에서는 집집마다 차고지가 없어서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아마존의 초기 사무실 모습


뿐만 아니라 미국은 대학교를 중퇴하고 창업을 시도하는 이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빌 게이츠와 마크 주커버그는 하버드를 중퇴하고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현 메타)를 창업했다. 대학교의 졸업장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국과 달리, 창업에 대한 확신만 있으면 그 어떤 대학이라도 박차고 나오는 것이 미국인 것이다. 이번 연재의 주인공인 샘 알트만 역시 스탠퍼드 대학교에 입학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중퇴하고 창업의 길을 걸었다.


위치공유 서비스, 그기 돈이 됩니까?


약 2~3년 전, 위치공유 기반 어플 '젠리(Zenly)'가 유행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했다. 처음에는 부모들이 자녀의 안전을 위해 설치해 주었겠거니 짐작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실제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위치공유 어플이 SNS & 메신저 대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기사였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어플을 자발적으로 사용한다는 개념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사실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경험은 스스로가 고루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사족이 길었나 싶겠지만, 그 이유는 샘 알트만이 대학을 중퇴하고 만든 서비스가 위치공유 기반의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샘 알트만은 여느 때처럼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친구를 찾던 도중에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린다.


"친구들의 위치를 휴대전화로 확인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마침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던 샘 알트만은 마찬가지로 스탠퍼드에 재학 중이던 *닉 시보(Nick Sivo)와 함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루프트(Loopt)'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참고로 루프트를 창업하는 과정에서 와이콤비네이터 폴 그레이엄과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닉 시보 : 샘 알트만과 약 9년 동안 교제하며 학업과 사업을 늘 함께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루프트를 엑시트하고 난 뒤 샘 알트만과의 사이가 틀어져 결별했다.


출처 : 전자뉴스


이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시작한 2005년은 앞서 언급했던 '젠리'의 출시보다 무려 10년이나 앞섰고, 심지어 앱 스토어가 나오기도 전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가장 인기 끈 휴대폰 모델을 검색해 보니 슬라이드폰이 자리하고 있다. 샘 알트만의 생각이 얼마나 많이 시대를 앞서갔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대를 과하게 앞서간 탓일까. 기대와 달리 루프트는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GPS가 탑재된 휴대전화가 보편화되지 않아 사용자를 모으기 쉽지 않았고, 서비스를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및 인프라는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샘 알트만이 어떤 인물인지 연재를 통해  배우지 않았는가.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는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샘 알트만은 위치 공유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먹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서비스 운영을 위한 파트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밤에는 완성도 높은 서비스 개발을 위해 매진하고 낮에는 이동통신사를 찾기를 반복하던 가운데 *스프린트의 자회사 부스트 모바일과의 만남에서 극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일을 완수하는 방법은 정말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문과 모든 창문을 찾아간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샘 알트만, 루프트 사업 초창기를 떠올리며 


부스트 모바일은 샘 알트만과 만나기 전부터 이미 소셜네트워크 기반의 모바일 위치 앱을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파트너를 찾고 있는 단계였다. 그러나 파트너로 고려하기엔 샘 알트만의 '루프트'는 너무나 작은 기업이었고, 내부 직원 중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샘 알트만이 찾아온다고 했을 때도 몇 번이나 거절의사를 밝혔지만, 제발 10분만 만나 달라는 샘 알트만의 지속된 요구에 못 이겨 만나게 됐다. 그러나 웬걸. 일말의 기대 없이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은 담당자의 마음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비즈니스 개발 담당자였던 로웰 와이너(Lowell Winer)는 회의가 시작된 지 15~20분쯤 지나자 이들의 서비스에 확신을 갖게 되었고, 곧바로 부사장에게 보고할 것을 제안한다.


샘 알트만은 그다지 큰 사람도 아니었고, 19살에 불과했습니다. 그가 상대하는 사람은 40대의 부사장, 50대의 정보보호 담당자였습니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테이블에 앉아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거래를 해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에 처음 참석해 보는 듯한 샘 알트만의 지휘력과 자신감은 이미 나이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그와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 로웰 와이너, 샘 알트만과의 첫 만남을 당시 상황을 기억하며


*스프린트 : 한 때 미국에서 4번째로 큰 이동통신사였으며, 2020년 티모바일과 합병되었다.


루프트는 실패했지만 샘 알트만은 성공했다


부사장과의 프레젠테이션 역시 성공적으로 마친 샘 알트만은 결국 스프린트와 계약을 맺게 된다. 기세를 몰아 다른 통신업체와도 계약을 맺으며 서비스를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장밋빛이 펼쳐질 것 같았지만, 루프트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모바일 앱 시대가 도래하면서, 루프트 외에도 대규모 자본과 서비스를 보유한 기업들이 위치 공유 서비스를 결합하여 공세를 퍼부은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루프트는 500만 명이라는 사용자를 확보하며 선방했지만, 더 이상의 확장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2012년 은행회사인 그린닷(Green Dot)에 4,340만 달러에 매각하며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4,340만 달러라는 금액이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투자받은 자금과 투입된 시간을 고려할 때 결코 금액이라 고도 수 없다.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해 실패라 규정한다. 샘 알트만 역시 루프트는 실패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7년의 여정에서 샘 알트만은 많은 이들을 만났고,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하며 루프트가 아닌 '샘 알트만'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이 경험은 와이콤비네이터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연재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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