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훈 Apr 24. 2024

다들 8살에 코딩 정도는 하잖아요?

"The technological progress we make in the next 100 years will be far larger than all we’ve made since we first controlled fire and invented the wheel (앞으로 100년 동안 우리가 이룩할 기술 발전은 인류가 처음 불을 통제하고 바퀴를 발명한 이래로 이룩한 모든 것들보다 훨씬 더 클 것입니다.)"


- 샘 알트만, Moore's Law for Everything 




모름지기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먼저 알아야 하는 법. 이에 따라 이번 연재에서는 샘 알트만의 과거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설정도 이 정도면 욕먹어요


Intelligencer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믿기 어렵겠지만) 샘 알트만은 3살 때부터 가족용 VCR을 수리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8살에는 생일선물로 받은 Mac LC Ⅱ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를 정리해 보면,


1) PC가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인 1993년, 컴퓨터를 선물할 수 있는 집안의 경제적 여건 

2) 3살부터 기계를 직접 수리할 정도의 재능과 기술에 대한 흥미를 동시에 보유한 아이

3) 그리고 이런 재능을 알아보고 8살 아이에게 컴퓨터를 사준 부모님의 안목


이 세 가지의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세계 최고의 테크 기업 수장으로 올라서기에 이보다 더 이상적인 배경이 있을까. 이는 마치 "잠은 8시간씩 꼬박꼬박 잤고,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어요"라고 말하는 수능 만점자의 멘트와 비견될 만큼 진부한 클리셰로 보이지만, 샘 알트만은 실제로 이런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이는 미래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은


어릴 때 만난 컴퓨터는 기술적 성장에도 도움이 됐지만 동시에 개인적 탐색의 시간으로 작용했다. 그는 *AOL 채팅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를 수용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리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게 됐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커밍아웃의 시점과 상황이다.


샘 알트만은 보수적인 지역으로 분류되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학교를 다녔다. 한 번은 이곳에서 성에 관한 집회가 열리자 기독교 단체가 보이콧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미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던 샘 알트만은 커뮤니티 전체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며 이런 말을 남긴다.


"학교가 억압적인 장소가 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다른 생각에 열려 있는 곳이기를 원하는가"


이 메시지는 큰 울림을 주었고 학교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알트만의 대학 상담사는 이 사건에 대해 "샘이 한 일은 학교를 변화시켰습니다. 온갖 종류의 아이들로 가득 찬 커다란 상자를 열어 세상으로 내보낸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인터넷 초기에 유행했던 메신저로 지금은 서비스가 종료됐다.

*2024년 1월, 메타의 수석 엔지니어로 일한 바 있는 올리버 멀헤린(Oliver Mulherin)과 결혼식을 올렸다.


될성부른 떡잎


그렇다면 샘 알트만의 과거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확고한 신념과 결단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학교에서 커밍아웃한 나이는 고작 17살에 불과했고, 당시 시대적 상황과 환경은 결코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자신의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했고, 이를 곧바로 실행에 옮겼으며, 그로 인해 사회는 변화했다.


"자기 신념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망상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 자신을 믿습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상반된 생각을 갖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대부분의 가치가 창출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틀렸다고 생각했던 시점에 적어도 한 번은 미래에 대해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신념은 자기 인식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어렵고 종종 고통스럽기까지 하지만, 이는 곧 자기 믿음과 자기 망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됩니다."

- 샘 알트만 (개인 블로그)


두 번째로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모든 것에는 기술이 기반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에 대해 잠시 스포를 하자면, 샘 알트만의 포트폴리오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모든 포트폴리오의 목적은 "모든 인간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고, 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에 방점이 있다.


그리고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기술의 발전에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 OpenAI의 설립 목표가 모든 인류를 이롭게 하기 위함이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신념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역시나 어려서부터 컴퓨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데에 있다.


우리의 임무는 인공지능(일반적으로 인간보다 똑똑한 AI 시스템)이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AGI(일반 인공 지능)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면 이 기술은 풍요를 늘리고 세계 경제를 가속화하며 가능성의 한계를 바꾸는 새로운 과학 지식의 발견을 지원함으로써 인류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샘 알트만 (OpenAI 블로그)


저는 자본주의가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나쁜 제도 중에서 가장 좋은 제도이거나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덜 나쁜 제도입니다. 그러나 AGI가 완전하게 일어난다면 그것이 자본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AGI가 수익을 발생시켰을 때 이를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입니다. 또한 AI를 누가 통제할 수 있으며, 이를 소유한 회사는 어떤 거버넌스로 구성돼야 하는지 등 새로운 생각이 필요합니다.

- 샘 알트만 (포브스 인터뷰)




이번 연재에서는 샘 알트만의 성장 배경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가 어떠한 신념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알아보았다. 다음 연재에서는 그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무려) 스탠퍼드 대학까지 중퇴하면서 창업한 스타트업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이전 01화 국빈 대접받는 '일개' 스타트업 대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