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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Jun 20. 2024

샘 알트만이 그리는 유토피아의 마지막 조각

헬리온은 나에게 투자 이상의 기업이며, OpenAI와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매우 기대됩니다.

Sam Altman (StrictlyVC in conversation)




# 에너지가 공짜?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진 덕분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태양과의 거리가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적당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수성이나 금성은 너무 뜨거워 생명체가 살기 어렵고, 지구보다 먼 화성~해왕성은 너무 추워서 생명체가 살기 어렵다. 


딱 적당한 거리란 약 1억 5천만 km로, 사람이 걷는 평균 속도(5km/h)로 약 3,400년 동안 쉬지 않고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즉, 어마어마하게 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태양은 얼마나 뜨겁길래 이렇게 먼 거리를 오면서도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나사에서 촬영한 태양의 핵융합 영상


태양의 중심부 온도는 무려 1,500만 ºC이며, 표면 온도도 약 5,800 ºC에 달한다. 우리가 보는 태양이 빨간색(또는 주황색)으로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높은 온도 때문이다. 그러면 태양은 어떻게 항상 이렇게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바로 '핵융합' 덕분이다. (핵융합까지 설명하려면 정말 과학 시간이 될 테니 이 부분이 궁금한 분들은 유튜브를 참고하도록 하자)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지구에서 인위적으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다면, 태양 에너지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손실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태양은 핵융합을 통해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이 높은 온도가 다시 핵융합을 지속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지속성을 가진다고 하는데, 이는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핵융합 에너지' 연구이다. 


특히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세계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전력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 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력량은 일부 소규모 국가의 전력량과 비슷하다고 조사됐다. 문제는 앞으로 더 사용되면 사용됐지, 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중국의 1억 ºC '인공태양' (출처 : 중국과학원 홈페이지)


그러나 현재 인류가 주로 사용하는 에너지원인 석유, 석탄, 가스 등은 궁극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인류가 사용할 화석연료의 확인 매장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에너지원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세계 각국이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은 아예 인공 태양을 띄웠다고 전해진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하는데, 이 방식은 위험을 동반할뿐더러 수백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생성한다. 핵융합은 이에 비해 방사능 폐기물이 적고 더 빨리 부패한다. 특히 온실가스를 생성하지 않으며, 화석연료 대신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백만 년 동안 생산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핵융합 에너지는 무한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인 것이다. 이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우리를 기본 소득 체재로 이끌어 것이라 믿고 있는 알트만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제 문제, 환경 문제, 전쟁, 빈곤, 식량 및 물의 가용성, 세계화의 부작용 등 많은 문제들이 에너지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기술 개발을 선택한다면, 획기적으로 나은 에너지 생성 기술을 선택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에너지 비용이 낮아질수록 삶의 질은 상승해 왔습니다. 

Sam Altman (Sam Altman blog)


에너지에 진심인 샘 알트만은 본래 자신이 직접 에너지 회사를 설립하고자 했지만, 다른 기술에 비해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할뿐더러 한창 Y-Combinator의 수장으로 바쁘게 활동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것으로 방법을 선회했다. 그리고 선택된 기업이 바로 '헬리온'이다. 


# 샘 알트만이 가장 많이 투자한 스타트업


샘 알트만은 2014년 95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시작으로, 2021년 시리즈 E 투자 라운드에서는 무려 3억 7500만 달러의 개인 자금을 투자했다. 이 금액은 샘 알트만의 투자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핵융합 에너지에 얼마나 큰 관심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세계 각국이 핵융합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알트만이 유독 헬리온에 꽂힌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상업적 가능성에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헬리온의 과학적 접근 방식과 시스템 설계, 그리고 '비용 최적화'에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즉, 기술적으로 수위에 있는 곳들도 있지만 결국 이 기술이 활용되려면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헬리온이 그 숙제를 풀어줄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이상적인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지타산이 맞는 기술이어야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이는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그의 면모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헬리온의 핵융합 장치는 기존의 핵융합 장치와 다음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출처 : 헬리온


1) 펄스 비점화 방식

전통적인 핵융합 장치는 '점화(ignition)'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헬리온의 장치는 '펄스 비점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지속적인 반응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2) 직접 전기 생산

전통적인 핵융합 장치는 열을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물을 끓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그러나 헬리온의 장치는 플라스마의 자기장과 전자기 코일을 이용하여 직접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의 손실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3) 연료

전통적인 핵융합 연구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하지만, 헬리온은 삼중수소 대신 헬륨-3을 사용하여 반응을 일으키며, 이는 방사선 폐기물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헬륨-3의 확보 아직까지 숙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차이점들 덕분에 헬리온의 핵융합 장치는 기존의 기술과 비교해 기술적, 경제적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상업화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샘 알트만의 에너지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인 오클로 등 원자력 스타트업에도 투자한 바가 있으며, 최근에는 태양광 스타트업인 엑소와트에도 투자를 실시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저비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를 마지막으로 샘 알트만이 그리는 미래의 세 가지 중심축을 모두 살펴보았다. 


인간의 두뇌를 대신할 'AI'

인간의 신체를 대신할 '휴머노이드 로봇'

AI와 휴머노이드를 무한히 동작시켜 줄 '청정에너지'


그리고 이 세 가지 중심축으로 실현될 '기본소득'까지. 만약 기본소득까지 실현된다면 인류에게 무엇이 더 필요할까? 바로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다. 알트만은 역시(?) 분야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있다. 다음은 부분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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