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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Jun 28. 2024

젊은 피를 수혈하면 젊어질까?

기나긴 춘추전국시대를 종결하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행복을 평생 아니, 영원히 누리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몸에 좋다는 것이라면 뭐든 다했다. 한 번은 수은이 피부를 팽팽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이를 불로장생약이라 믿었고, 결국 수은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설도 있다(최근에는 열사병으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진시황이 사망한 뒤에도 인류는 꾸준히 불로불사의 꿈을 꾸고 있지만, 약 2,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불로불사는 정말 불가능한 걸까? 적어도 샘 알트만은 가능하리라 믿고 있는 듯하다.




2022년, 미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인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Retro Biosciences, 이하 레트로)가 1억 8천만 달러(한화 약 2,300억 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보통 이 정도의 투자 금액이면 투자자가 누구인지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레트로는 철저히 비밀에 부치며 '미스터리 한 스타트업'으로 불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뒤 그 익명의 투자자가 샘 알트만으로 밝혀지자 다시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저는 가용 가능한 대부분의 자산을 이 두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앞서 헬리온이라는 핵융합 에너지 기업에 3억 75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레트로에 1억 8천만 달러의 거금을 투자한 샘 알트만. 과연 무엇이 그를 투자로 이끌었을까?


샘 알트만은 과거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에 따르면 샘 알트만은 어렸을 때부터 채식을 했으며, 식단을 보충하기 위해 단백질 셰이크를 자주 마셨다. 그는 소화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매운 음식을 피하고, 설탕도 최대한 절제하려 노력했다. 특히 분기별로 혈액 검사를 통해 부족한 영양분을 확인하고 이를 비타민으로 보충했으며, 노화를 늦추기 위해 당뇨병 약물을 복용한다고도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여러 실험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시하고 잠을 잘 때에도 수면추적기를 활용하는 등 24시간 내내 건강을 챙기고 있다. 


그런 그였기에 늙은 쥐들이 젊은 쥐들의 혈액을 수혈받아 부분적으로 젊음이 회복됐다는 연구 결과가 그의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젊은 피를 수혈받는 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라도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사업화는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샘 알트만도 이러한 문제를 의식했는지 그 당시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혈액에 노화 방지의 힌트가 있다는 희망을 품고 실험은 계속되었고, 2020년 캘리포니아의 연구진에 의해서 다시 한번 의미 있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노화 방지의 키는 젊은 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늙은 쥐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젊은 쥐의 피를 수혈받지 않더라도 늙은 쥐의 피 속 노화세포를 일부 제거해 주면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젊은 피를 수혈받지 않아도 노화 방지가 가능하다는 이 논문을 확인한 샘 알트만은 와이콤비네이터 재직 시절 바이오테크 파트너였던 '조 베츠-라크루아 (Joe Betts-LaCroix)'에게 바로 연락을 했고,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샘 : 맙소사. 조, 이번에 나온 플라스마 중재 논문 봤어요? 혈장의 성분을 바꾸면 젊은 혈액을 수혈했을 때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네요! 한번 보고 검토 좀 해주실래요? 


조 : (논문 검토 후) 음.. 일리 있는 이야기 같은데요?


샘 : 오.. 그렇다면 내가 연구를 지원할 테니 한번 시도해 보실래요?


조 : 마침 제가 중국의 셩 딩 연구원과 같이 세포 리프로그래밍이라는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었거든요. 이걸 발전시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번 보실래요?  


샘 : (연구 검토 후) 음.. 좋습니다! 그럼 그걸로 한번 시작해 보시죠!




그렇게 "인간의 건강한 수명에 10년을 더하다"라는 목표와 함께 레트로가 탄생했다. 특이한 점은 다른 투자자 없이 전적으로 샘 알트만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곳은 이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샘 알트만은 조에게 의사 결정권을 일임해 준 대신, 이곳에서의 연구 결과는 매주 다이렉트로 샘 알트만에게 보고된다. 



거대한 자금과 모든 권한을 받은 조는 실험실 공간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빈 창고를 실험실로 개조하고 40개의 조립식 컨테이너를 가득 채우는 등 빠르고 공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처럼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지자 연구 결과도 빠르게 나왔고, 혈장 대체제를 투여한 쥐가 치료 후 더 강해졌다는 초기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가 이어지자 샘 알트만은 언젠가 레트로의 치료법을 직접 사용해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해당 투자가 대의를 위한 것이 아닌 개인의 건강을 위한 투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투자를 비밀리에 부친 이유도 개인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밑그림이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건강에 대한 샘 알트만의 투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앙숙 관계에 있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고 있는 뉴럴링크에도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뉴럴링크는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하여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기업으로, 최근 실제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을 성공한 바 있다. 이밖에도 자동화와 데이터를 사용하여 임상 시험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트라이얼 스파크(Trialspark)'와 맞춤형 세포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아스펜 뉴로사이언스(Aspen Neurosciences)'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평소 그의 언행 때문에 그의 투자가 정말 인류를 위한 것인지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것인지 알 방도는 없으나, 확실한 것은 그의 포트폴리오 지분의 상당 부분을 생명공학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AI, 휴머노이드 로봇, 핵융합 에너지, 생명공학 등 샘 알트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았다. 이 아이템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 가지 공통된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과학'이다. 


그는 과거부터 십억, 백억 규모가 아니라 조 단위 이상의 기업을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했다. 그러나 단순한 디지털 기술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 원하는 수준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디지털 기술은 '인류의 일부분'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지만, 과학 기술이 결합되면 '인류 전체를 고객'으로 만들 수 있어 모이는 자금 규모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규모가 커지면 그에 맞게 인재를 끌어들이기에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모인 인재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인 재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그중에서도 샘 알트만은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OpenAI에서 해임되었을 당시 직원의 95%가 그를 지지한다는 서명을 남기기도 했을 정도이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일까? 다음 화부터는 그의 리더십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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