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와 순애

나의 두 번째 심리 상담 일지 (30)

by 다샤

회사에서 잘린 뒤 호주에 와서 짧은 인턴 생활을 하게 됐다.

기대한 것이 충족된 만큼, 생각지도 못한 고민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혼자서는 철저히 고요한 시간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는 요동치는 매일을 보냈다.

예를 들면 내가 생각보다 외국어를 잘한다는 사실이나,

생각보다 한국을 좋아했다는 점이나,

생각보다 배려심 깊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아마 집으로 돌아가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망설이던 일에 쉽게 도전하거나,

따분하다고 느꼈던 식사를 소중해하거나,

무례한 사람으로부터 고민 없이 떠나는 순간에,

하나도 지어낸 말이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내가 멀리멀리 헤엄치고, 씩씩하게 걸었다는 걸.

모든 게 내가 진짜로 겪은 이야기라는 걸 말이다.

물론 딱 하나, 나도 모르는 게 있다.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지구에 남기 위해 천국을 포기한 이유를 말이다.






집에 도착해서도 난 입도 벙긋하지 않았어.

내가 겪은 일, 내가 갔던 곳,

내가 봤던 그 무엇 하나도.

거대한 두꺼비를 타고 다녔다는 말은

아예 꺼낼 생각도 안 했어.

말해 봤자 뻔한걸.

내 말을 믿을 리가 없잖아.

그렇지만 너희들도 알고 나도 알아.

하나도 지어낸 말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내가 높이높이 뛰어오르고, 하늘을 훨훨 날았다는 걸.

모든 게 내가 진짜로 겪은 이야기라는 걸 말이야.

물론 딱 하나, 우리도 모르는 게 있지.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아이들이 어른들은 모르는 이상한 나라로 떠나는 까닭을 말이야.


- 로알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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