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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샤 Jun 08. 2024

혼자만의 여행

나의 두 번째 심리 상담 일지 (11)

인생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가봤다.

겁이 많아서 가기 직전까지도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를 쓰고, 고민을 그만두려고 노력하며 겨우 마음을 결정했다.


가장 힘든 것은 돈을 쓰는 일이었다.

나 자신에게 대가 없이 돈을 쓰는 일이란 나에게 너무 어렵다.

이유 없이는 용돈을 타 갈 수 없는 나 자신에게 사치를 허용하기란 불안한 일이었다.


그렇게 결국 기차에 올라탔을 때 나는 덜덜 떨고 있었지만,

여행을 다녀온 나는 몇 가지 정보를 얻게 되었다.




1. 혼자 다녀오는 여행은 나에게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려준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가고, 내가 싫어하는 곳에서는 멀어진다.

나는 책방을 찾아가고, 사람이 북적이는 축제 현장에서는 걸어 나왔다.




2. 내가 혼자 살고 있는 이곳도 나에게는 아름다운 여행지다.

돌아온 우리 동네에서도 나는 맛있는 가게, 재미있는 장소를 찾아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곳도 탐험할 곳은 넘쳐났다. 여행을 가는 기분으로 지낼 수 있는 환경이었다.

오래 머문다는 이유로 따분해하고 있었을 뿐.




3. 처음과 같은 곳으로 돌아온다.

기차역에서 떨리는 마음을 갖고 출발하여

후련하면서도 꽉 찬 마음으로 돌아온 기차역.

여행은 그렇게 몇 시간 만에 사람을 바꾸어 놓는다.




찾아간 여행지의 책방에서 이름 모를 책을 샀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읽었던 구절은 이러했다.




- 재즈의 전기를 연 루이 암스트롱은 재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묻고만 다니면 당신은 영원히 재즈를 알 수가 없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나에 대해서 묻는 것을 멈추고 

여행을 떠나 비로소 나를 연주해 보기 시작한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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