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심리 상담 일지 (10)
참 아리송한 당신께,
당신을 마음 깊이 저주합니다.
당신이 주었던 상처와 고통이 반드시 당신에게도 되돌아가기를 바라요.
가슴 깊이 그렇게 바래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존경하지도 않아요.
함께 있는 것이 고통스러워요. 더 이상 조금도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싶지 않아요.
당신으로부터 제 자신을 지키고 싶어요.
당신과 만나기로 한 날부터 악몽에 시달렸어요.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거절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당신을 미워하는 제가 괴물 같겠죠? 어린 제 눈에는 당신이 괴물이었는데도요.
제 괴로움은 벌써 잊히고, 지금의 저만 손가락질을 받네요.
여전히 저는 억울한 어린아이 그대로네요.
그거 알아요?
저는 언젠가 오로라를 보러 갈 거예요. 산토리니에서 휴가도 보내고요. 돌고래도 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거예요. 그게 어떤 형태이든지요.
아직은 잘 모르지만, 관계를 유지하거나 단절하는 것 바깥에 저의 정답은 존재할 거예요.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저만의 정답을 찾아나갈 거예요.
꽃을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나도 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감사하지 않은 걸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걸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그건 알아주세요.
언젠간 제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아주세요.
제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떠올려주세요.
제 손을 놓은 건 당신이었다는 것을
언젠간 깨달아주세요.
꼭 후회해 주세요.
그러면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제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저는 이 순간에도 제 최선을 드렸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한 순간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저는 항상 사력을 다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어요.
저에게 없는 것을 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못하는 것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슬프기는 했어요.
그것조차 저의 진심이었어요.
너무 사랑하고 싶었어요.
마음껏 사랑해도 괜찮은 당신이기를 바랐어요.
지금도 바라는 지도 몰라요.
지금도 바라요.
5월의 비를 맞으며
당신의 어린아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