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샤 Jun 28. 2024

어떤 감상문

나의 두 번째 심리 상담 일지 (12)

정끝별의 투신천국이라는 시를 알게 되었다.

힘든 시간을 겪었던 감정이 떠오르면서 큰 울림이 있었다. 시의 마지막 부분이 주는 여운을 곱씹으며 따라 써 보았다.

- 뛰어내리는 삶이

뛰어내리는 사랑만이 유일했던 거지?

다리를 다친 사람에게 뛰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그게 내가 밥 먹듯이 나 자신에게 하던 몹쓸 짓이었지만.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었던 한 주였다.

그래도 가끔 그들과 좋은 기억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기억도 안 난다.

그런데도 내 마음이 그들을 놓을 수가 없다. 그냥 자꾸만 내가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렇게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휩싸인다.

그게 나 자신에게 몹쓸 일인데도 나는 자꾸 그런다.

몇 백번이고 상처를 받고 몇 백번이고 실망을 하다 보면 무뎌진다. 내 행복과 가치에 체념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사회에서 애써도 변하지 않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들로부터 떠났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마음이 이미 사라져 버렸다.

나를 참 소중하게 여겨줬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그게 아니었다. 그런 것도 같은데 참 이상하다.

끝없는 물음에 지쳐간다.

그래도 나는 답을 알고 있다.

이상하지만 알고 있다.

몇백 번의 외침을 들어주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니다.

떠나겠다고 말했을 때 분노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은 건 사랑이 아니다.

뒤늦은 후회에 마음이 차가웠던 건 내가 약아서가 아니라, 그 후회가 얼마 가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다.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매 순간 진심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후회가 남으니 참 이상하다.

하지만 그것을 만회하려면 나 자신을 불태워야 한다.

그리고 이미 내 손으로 나에게 불을 붙여본 나는 다시는 그 길을 걷지 않기로 정했다.

그 길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진심을 다하지 않아야 한다. 일도, 관계도, 누군가의 마음에 들려면 끝이 없다

그냥 나로 있어야 한다.

가끔 슬퍼지면 오늘이 소중해진다.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도 사랑해,라고 말해본다. 이내 내일도 사랑해,라는 답장이 온다. 나는 다시 한번 답장이 주는 여운을 곱씹으며 적어본다.

- 고마워, 너는 내 인생에 일어난 소중한 기적이야.


작가의 이전글 혼자만의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