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성인 발달 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제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고 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미술 수업은 실로 된 심장을 그리고 있는 제자 1, 첩첩산중 산을 추상화로 그리는 제자 2, 꽃밭을 그리고 있는 제자 3, 상상화 장미 숲을 그리고 있는 제자 4와 보조 선생님 그리고 제가 함께 했습니다.
제자 1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제 미술 수업마다 보는 모습입니다. 흐뭇합니다. 지난번 시간에 제자 1과 새로운 그림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시작한 심장 그림입니다. 제자 1은 실타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저는 그 실타래를 이용한 뜨개 심장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제자 1은 흔쾌히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는 말을 하고 뜨개 패턴을 찾아봅니다. 온라인으로 기본 패턴을 그릴 것을 선택하고 하나씩 자신의 그림을 찾아가는 예비 아티스트의 모습이 보입니다. 물론, 아직 아이디어 선택, 구성 능력, 마무리 과정 기타 등등이 매끄럽지 않지만 많이 발전된 모습입니다. 올해 제자 1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많이 염려되었지만 그림을 다시 그리고 생기를 찾은 모습을 보니 미술 선생님으로서 뿌듯합니다.
제자 2는 오늘 미술 수업에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뭐든 서두르면 긴장하게 됩니다. 그래도 제자 2가 바쁜 와중에 미술 수업을 위해 서둘러 오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제자 2는 산 그림을 추상화로 그리고 있는데 붓대신 밀대로 산 등선을 찍어서 표현하고 3겹 정도 레이어를 쌓아야 그림의 색이 깊어지면서 그림이 완성됩니다. 첫 번째 레이어에서는 제자 2가 자유롭게 스스로 산등선을 표현하지만 두 번째 레이어부터는 첫 번째 레이어 그림 때문에 혼동이 와서 그런지 제자 2는 밀대를 사용하는데 주저합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 번 설명하고 방법을 보여주면 시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제자 2가 이 방법을 익혀 습관이 되고 나중에 진정한 자신의 그림을 그리게 되면 좋겠습니다.
제자 3은 이미지 자료 없이 어디선가 본 장미 넝쿨 풍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건 사실적인 풍경화가 아니라 머릿속 상상으로 그린 장미 넝쿨 상상화입니다. 제자 3은 사진 자료 없이 그림 그린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그림을 완성하게 제자 3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습니다. 하나의 그림을 끈질기게 완성하고 나면 내가 어떤 그림을 좋아하고, 어떤 점을 다음 그림 그릴 때 주의하면 되는지 자신만의 그림 데이터가 생깁니다. 삶의 경험을 쌓고 그 경험으로 자신을 찾아가듯이 말이지요.
제자 4는 새로 들어온 제자입니다. 제자 4는 그림 그리는데 과감해서 섬세한 그림 표현은 제자 4가 그림을 배우는데 불필요한 요소입니다. 저도 성인 발달 장애인들에게 1년 가까이 미술을 가르치면서 그들을 위한 저만의 데이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자 제자들에게 이것저것 그려볼 것을 권유했다면 지금은 한두 번 수업을 같이 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들의 성향이 보입니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외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붓을 찍어서 그림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고 채색 레이어를 두 번 하였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예술가 예비 과정 그룹 1은 새로 들어온 제자 혹은 아직 자신의 그림 스타일이 정해지지 않은 구성원으로 제자 3과 제자 4가 이에 해당됩니다. 그룹 2는 그림 스타일이 정해져서 저와 그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어떻게 그림을 그릴 것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제자 1과 제자 2가 이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제자 2는 제가 제자 2의 그림 스타일을 정해 주었고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데 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이 단계에 오래도록 머물며 자신의 방법을 습득해야 합니다. 그룹 3은 예술가가 되는 전 단계로 그림 아이디어부터 마지막에 그림에 사인을 하는 단계까지 진짜 예술가가 되기 위해 그림 그리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하는 단계입니다. 언젠간 제자들이 이 단계에 오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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