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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YOUHERE Mar 07. 2023

'아픔이 말이 되지 않아서'

넋은 놓는 것

넋은 잃는 것

넋은 나가고 없는 것


넋이 들어오는 일은 없다

넋은 이름 불러 찾을 수도 없는 것



프랑스어로 유령은 revenent이며, 이를 직역하면 '다시 돌아오는 자'라는 뜻이다. 떠나간 이가 미처 영영 떠나지 못하고 또다시 돌아오는 일. 부재하는 이가 현전 하는 일. 드나들고 출몰하고 배회하는 일. 아마도 할 말이 남아 있어서.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어서. 그 죽음이 개운한 안녕일 수 없어서. 납득하고 단념할 수가 없어서. 아파서. 아픔이 말이 되지 않아서. 산 자만이 그 말을 해줄 수 있어서.


목정원,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비극의 기원' 중


목정원 시인의 산문 한 부분을 접했다. 그리고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 했는지 다시금 떠올렸다. 나만이 쓸 수 있는, 내가 써서 전해야만 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내 맘 주변을 드나들고 출몰하고 배회하는, 개운한 안녕으로 잠들지 못한 유령들을 난 위로해야 한다. 말의 쓸모란 사실 그런 것이 아닐까. 아픈 것, 묶인 것을 풀어내는 것. 


뭐든 설명할수록 멀어진다. 아니, 애초에 멀기 때문에 설명이 늘어난다. 어떤 진리는 침묵할수록 화사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기쁨과 감사는 침묵 속에 있어서 그것들을 만나려면 우리는 아주 조용해져야 한다. 


하지만 시끄럽게 떠들어 대야 겨우 우리 주변으로 끌어올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다. 도무지 한 데 묶일 수 없이, 각각이 육중하므로. 평생 들여다 보리라고, 그들에 대해 말하고 쓰리라고 했던 다짐을 읊조릴 뿐이다. 잘 써낼 수 있을 때까지 유령들 속에 살 생각이다. 그들의 아픔이 아직, 말이 되지 않아서. 산 나만이 그 말을 해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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