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들은 글이 되지 못하고
예쁜 것은 흔하다. 슬프고 예쁜 것은 지겹도록 흔하다. 어린 여자애들은 그걸 알지 못한다. 어린 여자애들만 그걸 모른다. 슬프고 예쁜 것은 더 이상 매혹적이지 않다는 것을. 슬프고 예쁜 것은 결코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슬프거나, 예쁘거나 하나만 하는 것이 그나마 낫겠다. 그럼 그것들은 각각 무기가 될 수 있으려나.
새를 사랑하는 이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의 싸움은 귀하다. 첨예한 것도 보드라울 수 있다.
조언은 넘치는데 실행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제대로 알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제대로 알고 말하는 이에 귀 기울이는 이도 드물다. 세상은 서로의 말을 퍼다 나르는 이들로 시끄럽다. 서로서로 비대해진 자아를 전시하고, 훔쳐보고, 곡해하고, 신봉한다. 애처롭다.
만남은 신비로운 것이다. 너와 나의 시공간이 교차하는 것, 포개어지는 것. 그 신비는 아름다운 것이니 만큼 사라지기도 쉽다. 나의 외모를, 나의 버릇을, 나의 성미를 가져다 '그것들은 그렇다'라고 여기는 것은 쉽다. 그것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들여다보는 호기심은 만남에 있어 마법같은 일이다. 그건 애정을 동반하는 것이니까. 요즘 그런 마법은 내게도, 내가 만나는 상대들에게도 쉽사리 일어나지 않으므로 자연스레 만남을 기피한다. 이렇게 외톨이가 되는 것이겠지.
연애는 확대경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크게 보고 자세히 보면 우리(나)는 퍽 징그럽다. 생긴 것도, 하는 짓도. 연애는 자기가 징글징글해지는 일이다. 연애는 자기의 징글징글한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다. 그 징글맞은 짓을 왜 하고 있나. 연애는 자기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좋은 계기라는 말은 정신 승리다. 책을 읽자.
해보니 별 거 없더라. 만나보니 별로더라. 나의 냉소는 오늘내일에 생긴 것이 아니다. 이런 냉소는 나만의 것도 아니다. 우리의 냉소는 시대가 뱉는 침. 내뱉어진 의욕 없음, 의미 없음, 책임 없음이 도시를 채운다. '괜찮아, 나만 이런 거 아니야.' 쓸데없이 자기 위로에는 착실하다.
오늘날 죽는 건 뻔한데, 뻔한 건 죽기보다 싫어서 죽지도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프지 않고도 죽을 이유가 늘어가는 게. 모든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별짓을 다 하는데 인간은 못 죽어서 안달이다. 이쯤 되면 인간의 고유성은 생을 거스르는 능력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챗봇까지 자살을 종용한다. 세상이 퍽퍽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들려주고 싶은 이가 없어 말을 줄인다. 그것이 쓰기를 주저하는 이유다. 내 쓰기는 방향을 상실했다. 사실 쓰기를 주저하는 데에 이유들은 많다. 그러니 별일은 아니다. 쓰기를 주저하면서도 쓰기가 주저된다고 쓰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