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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YOUHERE Jun 20. 2023

아무도 시들지 마라, 참나무 너도

6월이다.

갑작스런 열기에 몸도 마음도 놀라 갈팡질팡. 외출 30분 만에 땀이 주르륵 흐르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뙤약볕에 눈살을 찌푸리다 보면 아싸리 눈을 감고 드러누워 낮잠을 청하고 싶어 진다. 축축 쳐지는 것이 먹는 거라도 잘 먹어야 할 텐데 입맛이 없다. 닥치는 대로 찬 것을 들이켜니 속은 놀라 뒤집어진다.


나는 이런 더위가 난감하다. 뭘 좀 해보려는 사기를 녹이고, 태워버리니까. 더위에 대한 실증은 나이가 들수록 추운 계절이 좋아지는 데에 큰 몫을 한다. 


시간이 느슨한 주말의 낮. 해가 쨍하니 울적해졌다. 예민한 인간의 마음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강한 자극에는 그에 대비되는 감정적 반기를 들고 싶어지는 법. 


나무가 우거지고 새들이 멋대로 지저귀는 남산공원을 걸었다. 울창한 숲의 그늘이 주는 위로에 못 이기는 척, 꽁했던 맘을 삭인다. 더울수록, 울적할수록 몸을 꺼내 삼삼한 자극을 줘야 한다. 그래야 큰 자극에 심보가 꼬일 일이 없다.


참나무들의 밑동이 랩으로 칭칭 감겨 있었다. '참나무시들음병'을 방제 중이라고 쓰여있었다. 이름 모를 새는 뜨끈히 데워진 목재 난간에 가슴팍부터 아랫배까지 질펀히 기대 누워 찜질하느라 바빴다. 죽은 줄 알고 다가가니 날아가 버린 녀석. 놀라서 화를 내야 할지, 힐링타임을 방해한 것에 미안해해야 할지 순간 주춤했다. 어르신들은 정자에 자리를 깔고 화투를 쳤다. 벗어 둔 알록달록 등산화들. 옹기종기 정자 아래 모인 꼴이 어찌나 귀엽던지. 겨우 몇 보 걷다가 앉아 담소나 나누러 공원에 갈지라도 등산복에 등산화를 꼭 챙기시는 K-어르신들, TPO를 아는 멋쟁이다. 


남산의 둘레길을 둘레둘레 거닌다. 고민들이 무게를 잃는다. 그리 걸었으니 몸무게도 조금은 줄었을 테다. 가볍게 가볍게 살고 싶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움직여야지 계속. 소화시켜야지 매일을. 꾸역꾸역 보내는 하루가 되더라도 얹히는 일 없이, 다음 날 아침을 개운히 맞이할 수 있도록. 오늘의 체증은 오늘 털어내자고. 그러므로 밤에 먹는 술과 안주를 줄여야겠다. 날이 더우니 식중독도 조심해야 할 것이고. 6월엔 아무도 시들지 마라, 참나무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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