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초록색 빨랫비누)
보살핌의 흔적은 단정하다.
둥글고 말끔히 깎인 손톱
잘 마른빨래 냄새
해진 데 없이 톡톡한 양말
실밥 하나 튀어나오지 않은 소매
보풀 없이 잘 관리된 외투
말 그대로, 보고- 살피고-
누군가의 다정한 눈길, 손길이 만들어내는 단정함.
참 좋다.
보살핌
마음을 기울여 여러모로 돌보아 줌
그것이 오직 나를 위한 것이어도 좋고, 남을 위한 것이라면 더 좋겠다.
등에 붙은 실오라기까지, 신발 뒤축의 닳은 굽까지, 뒤통수에 난 얄미운 흰머리까지 헤아릴 수 있을 테니까. 혼자서는 다 보고, 다 살필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
언젠가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한 택시기사님과 스치는 일이 있었다. 기사님에게 빨랫비누 냄새가 확 풍겼다. 오래 삶고서, 초록색 빨래 비누로 두드리고 비벼서 빤 깨끗한 냄새. 여름 셔츠를 입고 계셨는데 그 역시 잘 다려져 있었다. 워낙 깔끔한 성격의 기사님이셨을까, 그게 아니면 사모님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계셨던 게 아닐까 한참 고민하다가 후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다고 단정 짓기로 했다. "여보~", "네, 여보~"하는 알콩달콩한 중년 부부를 그려보다 쿡쿡 웃었다. 쳇. 역시, 사랑받는 사람은 티가 나는구나.
올봄엔 더 단정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