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work in the company
아쉽게도 대부분의 회사라는 조직은 노는 곳은 아닐 수 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그 새로운 규칙에 따라 한참을 놀다가도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기고 하고 삐지기도 하며 웃고 울기도 하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정해진 회사 규칙에 따라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일들이 분명히 나뉘고 그 규칙에 따라 회사라는 조직 내 시스템이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좋든 싫든 말이다. 만약, 회사의 일이 놀이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놀면서도 돈도 벌 수 있다면 그 어떤 누구가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까?
우리 회사 또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항상 그랬다고는 할 수 없다. 매출에 치이고, 성장통에 치이고, 회사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재무제표 상의 숫자에 치이고... 변명이겠지만 이렇게 치이는 상황 속에서는 사실 즐거운 일터를 만든다는 자체가 솔직히 배부른 소리이며 사치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렇게 치이는 상황에서도 올해 초 조직개편을 진행했고 우리 회사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만의 조직문화, 'Work hard & Play Hard'를 확립하기 위해 일할 땐 제대로 일하고 놀 땐 제대로 놀자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방향성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노는 시간을 별도로 구분하다 보니, 회사 내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아졌으나 일에도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 또한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Work is Play'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소싯적 즐겨했던 스타크래프트를 떠올려보자. 이 게임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게임이다. 스타크래프는 개인적과 팀플로 나눠서 할 수 있고 전 세계 랜덤 유저들과도 지금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게임이며, 이 게임을 잘하려면 종족에 대한 이해, 빌드업, 속도, 전략 등이 기본적으로 받쳐줘야 한다. 조금만 방심해서 틈을 주면 다른 게임 유저에게 GG(Good Game)를 치고 나와야 하는 상황들이 속출한다.
일을 전략 게임 장르로 규정하고 회사라는 조직을 스타크래프트 프로팀으로 가정해면, 결국 프로팀의 감독과 코치진은 대표이사와 이사진들로 볼 수 있고 각 플레이어들이 다른 팀과 게임의 룰을 따라 플레이를 하게 된다. 게임 전, 프로팀은 사전에 전략을 정하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반복된 훈련을 한다. 물론, 현실에 해당되는 실전에서의 변수들도 고려해야 하고 그 변수에 맞는 전략적 대응 또한 연습해야 한다. 간혹 예상치 못한 상대팀의 플레이로 인해 플레이어들 각자의 임기응변의 플레이 또한 요구된다. 성공한 사업가들이 "노력한 만큼 운이 좋았다"라는 말을 종종 하는 것처럼 게임에서 운이 따라줘서 이기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게임을 하는 선수들은 최고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로 전략을 짜고 연습을 한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게임 자체가 너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들끼리 재미 삼아 시작했던 게임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고, 게임에 남다른 소질을 발견한 사람들은 프로로 전향해서 소위 말하는 생업이 되곤 한다. 물론, 이 결정을 하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신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도 감안해야 한다.
팀플로 진행하는 게임에서는 손발도 잘 맞아야 한다. 각자의 역할 속에서 공격과 수비로 나눠서 플레이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공격에 올인하기도 하고 방어에 올인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서든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이길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소위 말하는 "기가 센 팀"이 이기기도 한다. 회사에서도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 속에서 팀원과 회사는 레벨 업을 하게 되고 결국 노하우와 맷집이 커진 회사일 수록 위기관리 능력도 갖추게 된다.
게임을 좀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게임도 e-스포츠라고 부를 정도로 여러가지 면에서 힘이 많은 드는 일이다. 한때 스타크래프트를 좀 했다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다 보면 충혈된 눈은 물론이고, 손목, 팔, 어깨, 목, 허리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이뿐만 이겠는가? 오랜 기간 연습 후 게임에서 지거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블랙홀 같은 고달픈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몸과 마음이 모두 소모되는 무한한 피곤함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언습하고 프로 생활이 끝나면 어떻게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존의 고민 또한 밀려오기도 한다.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이나 일이나 어차피 힘든 건 매한가지고, 다양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우린 일은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바로 Work is Play. 일이 놀이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일 자체를 놀이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일하자는 의미이다. 생계의 수단이 되는 일이 어떻게 놀이가 될 수 있냐라는 반문을 재기할 수 있겠지만, 약간의 생각의 전환을 통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선, 일 자체가 게임이 되려면 본인이 하는 일 자체가 좋아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일을 즐겁게 하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일에 대한 스터디를 하고, 앞서 일한 사람들이 했던 방식을 연구하면서, 조금씩 성과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게임을 하던지 한 단계를 끝내고 레벨-업이 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방대한 컨텐츠가 모인 인터넷을 활용할 수도 있고, 전문 강의와 세미나를 통하는 방법이 있고, 이미 유사한 일을 하고 있는 지인 찬스를 통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며 조금 더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도 있다.
두 번째는 일에 대한 자세이다. 적어도 프로 게임을 하듯이 일을 한다면 적어도 그저 시간 때우기식의 심심풀이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가운데, 인기과 명성이 올라가듯 매출과 이익이 따라오면서 회사와 개인이 동반성장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성공들이 모이다 보면 각자에게 프로 또는 마스터라는 별칭이 붙어 어떤 상황 속에서 게임을 하더라도 승리의 비법을 아는 전략가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프로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로써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마음가짐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세 번째는 회복탄력성을 바탕으로 한 실행력이다. 어떤 프로 게임 선수도 백전백승이라는 전적을 가진 사람은 없다. 강한 상대를 만나서 패하기도 하지만, 전략의 실패나 스스로 자만해서 지는 경우도 분명 생긴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러 번 지다보면 자책을 하기도 하고 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바로 이때 강한 회복력과 탄력성을 가지고 재반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실수에 대한 리뷰를 통해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고 다시 전략을 짠 후 실행력에 옮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성공하는 사람과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회복탄력성의 레벨과 속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 누구나 실패하기에, 그 실패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얼마나 빨리 벗어나고 실수를 성공의 발판으로 만드냐의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이 실행력은 꾸준해야 한다. 한두 번 하다가 안 된다고 포기한다면, 프로라는 타이틀은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미친 실행력 속에서 부와 명예뿐만 아니라 창의력 또한 따라온다. Creativity라는 영어 단어는 Create의 명사로서, 라틴어 Creatus (만들다, 생산하다, 아이를 낳다)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력하고 실행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창의력이 생긴다는 건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나 있을 일이다. 혹여나 천재로 태어난 아이도 노력과 실행하지 않는다면 둔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꾸준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작은 성과와 성공을 만들어 낸다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분명 부와 명예는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달콤하게 말이다.
어느 날, 유대인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한가해 보이네”
“한가할 리 없잖아. 신규 매장 오픈 때문에 엄청 바쁘다고!”
유대인 친구: “뭐라는 거야. 넌 한가하니까 일을 하고 있는 거잖아”
한가하기에 일을 한다는 유대인 친구의 말을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간단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일을 쉬어본 적이 있는 사람의 경우, 그냥 마냥 쉰다는 것이 얼마나 무료하고 심지어 인생이 피폐해질 수 있는지 말이다. 한 달, 두 달 쉬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지만, 몇 년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경제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있는 엄청난 부호들,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와 같은 사업가들,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살거 같은 대기업 총수들도 마냥 쉬지 않는다. 오히려 1분 1초를 의미 있게 보내려고 하고 더 꼼꼼하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심지어 로또를 맞은 사람들의 경우도 일을 하지 않을 사람들의 최후는 그야말로 비극이다.
Work is Play는 가설이 아니다. 분명 실현 가능하다. 일에 대한 우리 생각을 바꾸고 일을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해 최고가 되겠다는 자세, 언제든 생성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동료들과 하나둘씩 실타래 풀듯이 풀어가 보는 재미. 궁극적으로 함께 일하는 모두가 노력한 대가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일 자체가 게임과 같이 재미있어질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우리 회사가 Work is Play를 만들어 가는지를 공유할 것이다. 회사의 업무와 직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직원이 보란 듯이 레벨-업 하는 이야기부터, 일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감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Work is Play를 Play is Work로 바꾸는 과정까지의 이야기로 우리 삶을 채워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