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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텔 Sep 18. 2022

생색 어디까지 내봤니?

Ratel's Tea Time_Ep.1




생색 어디까지 내봤니?


Ep.1 ) 생색 어디까지 내봤니?




생색을 잘 내는 사람

  주변에 생색을 잘 내는 사람이 있는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부탁하지도 않은 일에 돈을 쓰고 끊임없이 생색을 내는 사람은 어딜 가도 한 명 씩을 있더라. 원하지도 않는데 밥을 사준다거나 돈을 모아서 뭘 할 때도 본인이 조금 더 내는 등 부탁하지 않은 일에 생색을 내고 이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


오늘 회사 TT(Tea Time)에서는 '생색 잘 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기존에 갖고 있던 생색에 대한 이미지를 이야기했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색'을 떠올리면 뭔가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뭐, 생색을 내는 사람은 왠지 겸손하지 않은 것 같고, 나대는 것 같은 꼴불견이라는 이미지가 우리의 머릿속에 편견처럼 각인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에 Chris는 '생색=인정욕구'인 것 같다며 타인이 알아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인정을 받고 싶어서 본인을 어필하는 하나의 방법이 생색인 것 같다고 말하였다. 





'생색'과 '생색내다'의 뉘앙스가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생색'의 사전적인 의미가 궁금하여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생색(生色)'은 다른 사람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거나 자랑할 수 있는 체면] 이라는 꽤나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생색(生色) 내다'는 같은 한자를 씀에도 다른 사람 앞에 당당히 나서거나 지나치게 자랑하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같은 한자를 쓰는 동사와 명사가 어떠한 연유로(?) 서로 다른 뉘앙스를 담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생색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를 바꾼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겸손이 미덕이 되는 나라.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랑한다=나댄다'라는 말을 꾸준히 학습해 왔다. 그래서 그럴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옛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속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칭찬에 인색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칭찬을 굳이 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인정(=칭찬)을 받고 싶은 사람이 생겨나고, 인정을 받고 싶은 사람들은 생색을 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색은 왜 내는 것일까?

  이후 우리는 사람은 왜 생색을 내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다양한 의견 가운데 '인정받기 원하는 욕구'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심리전' 이라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비즈니스 관계든, 연인 간의 관계든, 사적인 관계이든, 공적인 관계이든 정도와 원인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사람들은 주는 만큼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단면적인 예시로 이성관계가 100% 사랑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애 중에도 서로가 주고받는 선물, 애정, 연락하는 시간 등에 따라 서로에게 기대하고 실망하기 때문이다. 결국 추상적인 개념인 것 같은 사랑도 상호작용이 필요하기에 물질적이고, 물질적이지 않은 것을 떠나 기본적으로 어떠한 관계든 애정, 사랑, 돈 등 특정한 대가를 기준으로 상호작용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이는 비즈니스일 때 더욱 극대화된다. 목적에 따라 그 기준이 돈일지, 협력 일지, 신뢰 일지는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당연한 이야기일 테지만 그 상황 속에서 '우위'에 서면 된다. 그럼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위에 설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빚'을 지게 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어떠한 호의를 받았을 때, 되갚아야 한다는 무언의 '불편함'이 우리를 관계 속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준다. 즉, 사람들이 생색을 내는 이유 또한 상대방에게 마음의 빚을 주고 대(大)를 얻고자 하는 하나의 전략이지 않을까.





생색을 잘 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앞선 대화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생색내는 것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또한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생색을 듣는 것은 선호하지 않지만 생색은 내고 싶어 하는 귀여운 심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단순히 우위에 서고 싶고, 마음의 빚을 지게 하고 싶어서가 아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을 때도 꽤나 유치해지는 게 사람이더라. 이에 우리는 굳이 생색을 내지 않는 것이 Best 일 수도 있지만, 만약 내 상황을 누군가에게 어필하고 이를 관계 속에서 우위에 오르고 싶을 때 사용해야만 한다면 상대방에게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생색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생색을 잘 내는 방법으로 여러 의견이 오고 갔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생색을 어떻게 내느냐보다도 어떤 사람이 생색을 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것이었다. 그동안의 이미지가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이었다면 알아봐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미지가  사람이 생색을 내면 왠지 얄미워 보이는 그런 느낌? 





적당한 생색은 자신을 지키는 하나의 방어 수단이다

  나는 관계에서는 생색내고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뭐, 흔히 이상적이라고 불리는 관계에서는 말없이 헌신하고, 묵묵히 인정하며, 각자 독립적인 어른으로 참고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특히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홀로 견디는 사람은 '멋진 사람'으로 칭송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일상에서의 감각은 이와는 조금 괴리감이 있다.


잘해주는 것, 수고한 것, 감내한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때론 생색도 내고, 칭찬을 받고 인정받는 것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묵묵히 언젠가는 알아봐 주겠거니 하면서 희생하고 지나간다면 많은 일들은 결국 호의 속에 포장된 당연한 희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인을 지키고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은 전부 개개인의 몫이다. 누군가가 알아주길 기다려도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말하고 들어주기, 생색내고 칭찬받기. 사실 이런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엉겨 붙어 마음의 병이 될 수 있는 것의 많은 부분이 치유되기도 한다. 다만 그런 대화나 관계가 가능하려면 늘 자신이 더 손해 본다는 피해 의식이나, 내가 더 많은 걸 희생한다는 식의 왜곡된 우월감은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만큼 더 큰 인정이 돌아오는 상호적인 관계성 또한 중요하다. 물론 유의미한 인정을 나누기 위해서는 실제로 서로에게 기여하고, 서로를 위해 실천하는 교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생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일을 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와는 조금 벗어난 주제의 TT(Tea Time)였지만, 어떠한 업무든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이 평등하게 뭉쳐 각자의 시각에서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생색내다'라는 것에 대해 딱히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음에도 각자 살아온 방식과 현재의 위치, 최근 겪은 일에 빗대어 이야기하니 기존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시금 와닿았다.


사람 관계 너무 어렵다! 다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파악하기 쉬울 텐데 그러면 재미가 없으려나...? 암튼! 첫 TT 너무 재밌어서 얼른 또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다:0!!! 이야기를 많이 섞어보지 않은 여러 부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CXO님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세상 새로운 경험이라서 조금 설레기까지 했다:)


또 다른 TT의 흥미로운 점은, 다음 주제를 즉흥적으로 정한다는 거? 요즘 MZ들이 SNS 프로필 링크에 자주 걸어 놓는 'asked'의 인기 이유가 뜬금없이(?) 언급되면서 다음 주 주제가 결정됐다 크크:) 뭔가 업무 시간에 일을 안 하는 것 같아서 죄책감은 들지만! 조금은 사고가 유연해진 느낌이라 보람찼던 하루였다!



본 포스팅은 마케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오소리 1'이 'TT(Tea Time)'에 참여하여 느낀 점을 기록하는 일종의 인턴 일기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 여기서 'Tea Time'이란? = Jason(CEO), Chris(CXO)와 함께 [업무 효율화 TOOL, 커뮤니케이션 기술, 트렌드, Jason의 Q&A 등]의 주제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 ▶ ▶ ▶ ▶ ▶ ▶      라텔앤드파트너즈의 포트폴리오가 궁금하다면?!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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