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_사랑스러운_아기할매다람쥐
동안의 필수 요소라고 한다면
반짝이는 큰 눈에 짧은 중안부, 앵두 같은 입술과 통통한 볼 정도가 아닐까?
그 모든 것을 다 갖춘 자,
바로 향년 9세의 코링할매이다.
그런데 코링이는 막상 어릴 때는 오히려 노안(?)인 편이었다.
살짝 긴 듯한 코와 날렵한 눈매, 베일 듯 한 턱선.. 흔히 말하는 '냉미녀'의 정석!
다람쥐 하면 연상되는 -먹이를 가득 주워 담아 양쪽 가득 통통한 볼주머니를 한- 귀여운 모습을 기대하며 아무리 간식을 코 앞에 잔뜩 부어줘도, 볼주머니가 작아 불편한지 볼이 조금만 불룩해져도 연신 입 안에서 테트리스를 하며 와르륵 쏟아내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눈앞에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 간식들을 두고도 딱 들어가는 만큼만 담아서 휙 돌아서버리는 욕심이라고는 없는 다람쥐 코링. 그래서 코링이네 집 인간은 다른 다람쥐들의 땅콩이 열 개는 들어간 듯한 터질 듯이 귀여운 볼빵빵이 사진이라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런 코링이가 나이가 들어가며 한 번도 살쪄본 적 없던 날렵한 몸매에 윤기 있고 찰기 있게 선명하던 털들이 서서히 민들레 홀씨처럼 보소송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흔히 말하는 '털 찐' 다람쥐가 되었다.
몸이 둥글둥글해지고 대낮에도 꼼박 꼼박 졸음에 눈을 깜빡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아가처럼 뽀송해지던 코링이가 어느 날 턱을 다치면서 턱과 볼에 농이 차서 부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영락없이 볼 빵빵한 아기다람쥐 얼굴이 되어 버렸다.
하. 이런 식으로 너의 빵빵한 볼이 보고 싶었던 건 아닌데..
어느 일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에어컨 꼭대기에서 인간을 굽어보고 있는 그 얼굴을 무심코 올려다보다가
늘 가지런하던 아랫니가 하나만 삐죽이 나온 모습에 너무 놀라 코링이를 급히 손에 앉혀 살폈다.
눈이 안 보이는데도 늘 뛰어다니면서 의자며 식탁 다리에 콩콩 머리를 박고 다니더니만 기어코 이빨을 다친 건지, 아니면 늘 선호하는 몇 군데 높은 아지트에서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했던 건 아닌지, 나이가 들면서 무는 힘이 약해져 까먹지 못하고 구석에 숨겨뒀던 피잣이며 도토리에 욕심을 내다가 단단한 껍데기에 이빨이 부러진 건지..
만약을 위해 미리 찾아 둔 동물병원이 마침 일요일에도 진료하신다 해서 급하게 챙겨 찾아가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어떤 외상을 입어 아래턱이 틀어져 있다고 한다. 다친 순간을 보지 못했으니 확실한 원인은 알 수는 없고, 나이가 많아 마취도 무엇도 할 수 없어 그저 약이나 잘 챙겨 먹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말에 돌덩이를 삼킨 듯 마음이 답답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턱이 틀어지고는 위아랫니 치열이 안 맞아 계속 제각각 자라나는 이빨을 소독한 손톱깎이로 잘라줘야 하는데
인간 손에 등가죽이 잡히는 것도, 아픈 턱에 딱! 딱! 충격이 가는 것도 너무 싫은 다람쥐는 하얗게 바랜 눈동자로 인간을 원망스럽게 보다가 등을 홱 돌려 나름의 삐짐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내 속도 맘도 모르고...
드디어 인간의 손에서 놓여난 서러운 다람쥐는 나름대로 마음을 달래 보려는지 식물온실 옆 구석에 쪼르르 달려가 자리를 잡았는데, 반짝이는 아침 햇살 아래서 웅크린 채 졸고 있는 모습을 가만 보면 영락없는 아기땅콩의 모습이다.
턱과 볼이 둥실둥실 부어올라 둥글어진 얼굴에 힘껏 웅크린 몸뚱이가
마치 말랑한 동그라미 두 개를 위아래로 붙여 놓은 아기 눈사람처럼 귀여운 모습.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털을 가진 보송보송 줄무늬 땅콩.
너무 짠하고 또 너무 사랑스러운,
세상 제일의 동안할매 코링이.
일요일에는 에세이 / 목요일엔 일상툰이 업로드 됩니다 :)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