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이파리 Nov 24. 2024

다람쥐가 죽었다.

#이상한_아침

다람쥐가 죽었다.


오늘 우리 다람쥐가 죽었다.

진짜로 코링이가 죽었다.





원래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어두컴컴한 시간에 일어난 나.

이상하게 너무나 조용한 아침.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기온.

좋아하는 높은 곳, 포근한 잠자리에서 굳이 굳이 내려와서 바닥 담요 위에 한껏 움크려 누워있는 다람쥐.


아침마다 한결같이 푹 자고 일어나이불속에서 코만 빼꼼 내밀고 있다가

뒤늦게 일어난 인간이 비척비척 나와서 코링이 잘 잤어? 인사하면 그제야 못 이긴 이불속에서 슬금슬금 굴을 내밀고는 기지개에 하품 한 번 크게 하고 아침단장을 한다.

에어컨 꼭대기, 가장 좋아하는 곳. 뽀송해진 몸으로 인간의 집에서도 가장 높은 자기 둥지에서 나와 잠시 집 전체를 내려다보다가 달캉달캉 소리  철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서 베란다 앞 샷시 앞에 놓인 빨간 컵에 코를 박고 한참 동안 물을 마시고는 느긋하게 햇살 잘 드는 온실 옆으로 토독토독 작은 발톱 소리를 내며 뛰어가던 따끈하고 뽀송한 모습이 너무 예뻐 특별히 '아침다람쥐'라고 부르며 좋아하던 시간의 코링이,

 

오늘은 이상하게 낮은 곳에 깔아 둔 담요 위에서 온기 없이 미지근한 채로 누워서 조금씩 경련하고 있다.  


늘어진 작은 몸을 두 손으로 감싸 올리고 급히 남편을 불렀는데

또 그렇게나 아침잠 많은 남자가 이상하게 벌떡 일어나 단숨에 달려온다.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그저 평범한 금요일이었을 뿐인데, 정말 하나도 일상적이지 못했던 아침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