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
나에게 블로그 활동은 수익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나의 생각과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다. 리뷰를 작성하여 원고료를 받는다던지 광고노출을 하여 수익을 얻는 것과는 별개로 순수하게 나의 생각을 기록한다. 방문자 수나 조회수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 수익을 얻고자 블로그를 했다면 꾸준히 활동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개개인마다 다르다. 나는 블로그를 통한 일상 글쓰기의 매력을 이야기하려 한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과제로 나의 이야기를 써야 했는데, 지도해 주신 선생님의 권유로 일기를 쓰게 됐고, 일기를 쓰다 블로그를 해보라 하셔서 하게 됐다.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기장에 작성하던 일기를 블로그로 옮겨온 것뿐이다.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구구절절 나 속상해요,라고 하소연했다. 논리적인 글도 정보성 글도 아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글을 써서 마음을 다 터놓으면 마음이 후련해졌다. 글을 쓰고 나면 오늘도 잘 살았구나 안도했다.
완성도 없는 내 삶에 유일하게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 글쓰기다. 무얼 하나 시작하면 제대로 끝을 보는 것이 없었는데 글쓰기는 하나의 글로 완성되어 내 앞에 나타난다. 퇴고도 없이 무작정 써 내려간 글이어도 보이지 않는 생각이 글로 표현되니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는데 글을 쓰며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고 인정하고 있었다. '글 쓰는 엄마'라는 타이틀을 나에게 선사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새벽이든 낮이든 나를 위해 글을 쓴다는 것 자체로 자부심을 느꼈다.
하소연과 가까웠던 글이 언제부턴가 성찰로 마무리 됐다. 상황마다 의미가 떠오르면서 후회의 감정을 느끼기보다 나를 알아가고 성장하게 한다. 누군가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주변 사람이든 매스컴에 나오는 유명인이든 비교 대상이 넘쳐나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집중하면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시기 질투하는 일이 없어진다.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글쓰기는 삶의 방향을 안내하고 알려주는 나침반의 도구라 생각한다.
나를 잘 아는 것은 평생의 숙제인 듯하다.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었어도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렸다. 계속 삶의 멘토를 찾아 헤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나를 믿지 못하니 스스로 찾고 결정을 내리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에 따라가기만 했다. 나의 삶을 이끌어가고 싶지만, 가족들의 말과 시선으로 주춤하거나 멈추었다. 그런 내게 글쓰기는 마음의 중심을 심어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시간이 될 때마다 글쓰기를 하며 성실한 사람, 꾸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글쓰기의 방향을 알지 못해 헤매기도 했지만 다시 글쓰기를 하게 됐다. 내 글을 읽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 자체를 사랑하지만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목적이나 방향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도 명확해질수록 안정되고, 안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글을 씀으로 추상적이던 생각들이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나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면서 그 속에서 나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가게 된다. 소설이나 문학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글 속에 자유로이 쏟아낸다. 일기장 같던 블로그의 글이 지금의 글쓰기 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놓았기 때문인 듯 하다. 글쓰기로 일상을 돌아보면서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었다. 글쓰기는 변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