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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Mar 25. 2023

스스로를 돌아보는 힘

우리의 매일은 정리의 연속이다


 우리는 끝없이 치우며 사는 인생을 살고 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빨래 바구니를 보니 빨래가 또다시 쌓여있다. 수건과 옷을 분리해 세탁기에 넣어 빨래를 돌리니 베란다 바닥의 먼지와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온다.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걸레로 얼룩을 닦아냈다. 완벽한 청소는 아니지만 얼추 깨끗해 보인다. 집안 여기저기 놓여있는 잡동사니부터 아이들 장난감까지 제자리에 놓으니 또 그다음 할 일이 생겼다. 바로 마음 정리다.


매일 청소와 빨래를 반복하듯이 마음의 정리도 꼭 해야 할 일이다. 글쓰기가 아니었으면 TV앞에 앉아 간식이나 음식을 입에 넣으며 무의미하게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아이가 낮잠에서 깨어나면 아이를 돌보고 아이 점심을 먹이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을 것이다. 지금도 아이를 케어하는 일상은 변함이 없지만, 특별한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내 일상을 바꿔 놓았다. 속상한 것이든 그 어떤 생각이든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핸드폰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 머릿속엔 글쓰기가 그 어떤 종류의 생각과도 지지 않을 만큼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둔하다면 둔한 내가 일상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들려오는 말들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모든 말들을 다 기록하지는 않는다. 남편 혹은 아이들과의 일상 대화에서 영감을 주는 말들을 적어 놓는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 참아왔던 것들이나 무뎌져 버릴 뻔 한 감정들을 묻어두지 않으려 애쓰게 됐다. 지금의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알아차리려 노력하게 된다.


  



유독 둘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둘째이기 때문에 둘째 아이가 하는 행동들이나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다. 때론 아이의 고집이 감당이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자신의 뜻이 좌절되었을 때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내가 지금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일관적이지 않고 자신의 기분대로 나를 대했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도 똑같이 내 아이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분명 아빠 같은 남자는 만나지 않을 거라 다짐했었고 내 부모가 내게 했던 대로 내 아이를 대하지 않을 거라 굳게 결심했었지만, 나 역시도 내 부모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나를 아프게 했던 부모님처럼 살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고 있다. 때론 내 부모님처럼 내 아이를 대하기도 하지만 그들과 내가 다른 건 알아차리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인정을 바라고 또 바랐던 예전과는 다르게 마음을 단단히 먹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부모님처럼 아이를 대하게 되면 꼭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왜 화가 났는지 설명을 한다. 비록 아이들에게 다 맞춰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아이들 스스로 배울 것과 버릴 것은 무엇인지 분별해 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려고 한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에서 저자는,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보다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용기와 자신감을 실어주는 것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다. 비록 환경이 좋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정신을 심어주면, 어떤 환경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길 거라고 한다. 이 말이, 부모로서의 부족함에 대한 좌절감을 낮쳐 주었고, 아이에게 환경을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을 키워주자고 마음먹게 해 주었다.




우리는 늘 쓸어내고 닦아내고 비워내며 산다. 제 때에 채우고 제때에 비워내지 못하면 탈이 난다. 하루를 돌아보면서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한다. 잘못횄던 일들 혹은 잘했던 일들을 곱씹어보며 나 자신에게 칭찬도 해주고 개선할 점도 찾아나가면 된다. 다른사람에게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하듯이 결국 답은 자기 자신이 알고 있다.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잘 알 수 없다. 누군가의 지적이나 충고만으로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나가야 하고 피할수만은 없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솔직한 나의 모습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서 부족한 점을 알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더욱 더 성숙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내일이 있지만 지금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의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지나가면 새로운 내일이 와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늘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면서 살아야 하듯이 내 마음도 그렇게 정리를 해야 한다. 속상하고 부정적인 마음들을 내 안에 가둬두지 않고 정리하면 비워진 곳에 새로운 마음이 내 안에 들어온다. 그럼 새로운 계획이나 목표가 떠오를 것이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오를 것이다. 스스로 돌아보는 힘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내면의 단단함으로부터 온다.  


먼지가 쌓인 곳을 쓸어내고 걸레로 닦어내듯 우리 마음도 그렇게 쓸어내고 닦아내기를 반복해야 한다. 

우리에게 새로운 내일이 오지만 지금의 흔적은 없어지지 않는다. 내 머리와 마음에 남는다. 만약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 힘든 시기가 온다면, 그때가 바로 마음의 청소가 필요한 때이다. 

마음의 청소는 버리기가 아니다. 제자리에 갖다 놓는 일이다. 물건에도 제자리가 있듯 마음에도 제자리가 있다. 

마음의 청소는 정리로부터 시작된다. 마음 정리의 도구는 바로 글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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