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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Mar 08. 2024

나의 오늘을 지키는 마음

"책 쓰신다면서요." 평소 눈인사만 주고받던 첫째 아이의 친구엄마가 말을 걸어왔다. 가족 외에는 책을 쓴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아신거지?라고 생각하며 옆에 있던 첫째 아이를 쳐다보았다. "다 소문났어요. 무슨 책 쓰는 거예요?" 아이친구엄마가 흥미로워 하는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놀랐지만 관심이 싫지 않았다. "심리학 이론을 접목한 에세이를 쓰고 있어요." 등이 펴지고 어깨가 반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친구엄마는 청소년 상담을 해왔다고 하면서 심리학을 공부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그리곤 책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말하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이는 글을 쓰는 엄마가 좋은 것 같았다. 책이 나오면 선생님께 드릴 거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자랑하고 싶은 엄마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마치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을 보상받는 것 같았다.

 

셋쨰를 낳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핸드폰 속 어플로 일기를 써오다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은 다른 사람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기보다 신세한탄에 가까웠다. 힘들었던 이유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며 마음의 짐을 덜고자 했다. 블로그에 매일 새벽 글을 써 올렸지만 방문자 수도 조회수도 저조했다. 그러다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알게 되어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옮겨 글을 썼다.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다 보니 댓글이 하나 둘 올라왔다. 댓글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블로그에 글을 올렸을 때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보이니 신기했다. 공감의 반응이 생기니 나도 글을 잘 쓰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출간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멀게만 느껴지던 꿈이 현실이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글을 써왔다. 글을 지금까지 써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글쓰기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책 출간을 통해 둘째 딸도 재능이 있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쓴다.


나의 글쓰기 과정을 한 단어로 정리해 본다면 '독립'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들에게 의지하고자 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진짜 나다워지는 중이다.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세상에 검증을 받고 싶었다. 책은 일기와 다르기에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되기 위해 다듬고 채우는 노력이 필요했다. 온전히 마음을 글 속에 두어 내 마음을 말로 전달하듯이 써야 했다. 어려서부터 꿈이 많았지만 실제로 이뤄낸 것은 없었다.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어 자립해보지 못했다. 이제는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내어 나를 증명해 내야겠다 결심하니 앞으로 나아가고자 애쓰게 되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책을 쓰겠다 마음먹었을 땐 알지 못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책을 구성하고 글을 쓰다 보니 이 모든 과정이 독립해 나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됐다. 모든 과정을 스스로 이끌고 나가야 했다. 나 자신을 믿지 않으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해본 적이 없는 것을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했고, 끝까지 끌고 가 완성해 내는 의지가 중요했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따라가곤 했다. 마음에 중심이 없었다. 자신의 판단 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더 믿고 신뢰했다. 그런데 글쓰기는 온전히 나를 믿어야 했다. 


가수 박진영은 한 영상에서 인맥을 쌓아 성공하려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 쓰고 돈 쓰며 건강을 악화시키지 말고 성실하고 착실하게 자기 실력을 키우면, 내가 뭘 잘하면 분명히 나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기를 믿고 성실하게 노력하고 준비하고 공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혼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될 때 무조건 글을 써야 했다.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시간이 자유롭지 못한 나는 사람도 만나고 놀기도 하면서 글을 쓸 수 없었다. 가족 외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책 출간이라는 하나의 목표가 있으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성실하게 노력하고 준비하고 공부하다 보면, 독자가 찾을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박진영은 성공은 정말 하기 싫은 것을 오랜 시간 참고 견디며 해내는 것이라 말했다. 지겨운 걸 견디고 해내는 사람이 성공하는 법이라 했다. 어떤 분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글쓰기 역시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갈고닦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을 조급히 먹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했다. 이런 노력과 마음가짐이 매일을 살게 했다. 포기하고 싶던 날도 글을 씀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낮아진 마음을 회복하게 하는 것도 글쓰기였다. 


나는 나를 믿는다. 부모님의 인정과 사랑을 갈급해했던 시간들을 지나 온전한 나로서 스스로를 지탱해 가고 있다. 삶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것 또한 '나'라는 한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 책의 주제인 '엄마의 독립'처럼 내 마음도 독립을 향해 가게 되었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나는 나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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