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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디와 트램프 Jan 02. 2023

띵작 만화를 찾아서 : 일상은 언제나 아즈망가 같이!

21세기의 4컷 만화, 그리고 일상물은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작년 한 해, 2022년을 돌아보면서 마법소녀와 몇몇 다양한 만화의 이야기를 써왔었다. 처음 브런치에서 남겼었던 마법소녀의 33년 이야기, 그리고 2000년대의 이야기 절반과 소소한 만화의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했었던 '띵작 만화를 찾아서' 가 그 예였다. 부족하다면 부족했고 빈약하다면 빈약한 글들이었지만 읽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버텨나갈 수 있었고, 더 좋은 글을 위해 찾아나가던 정보를 바탕으로 필자 역시 많은 경험을 해나갔기에 감사드릴 뿐이다.


그리고 들어온 올해 2023년.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만화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언제나 밝은 나날이 지속될수는 없겠지만 새해를 맞이해서 각자 다양한 소원과 그에 따른 성취를 꿈궈왔을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보통의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힘든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만의 일상을 찾고싶어하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꿈꾸는 독자들을 위해 '일상물'을 시작으로 올해 첫 글을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이번 띵작 만화를 찾아서에서는 일상물의 레전드이자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장르를 확립 해냈던 만화 '아즈망가 대왕'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4컷 만화의 전성기를 이끌어냈고, 위의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장르를 완벽히 만들어냈었던 작품이었던지라 본인이 가장 재밌게 봤었던 작품이다. 언젠가 써볼 생각이 많이 들었었는데 이렇게 새해를 맞아 쓰게 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소소한 일상을 시작점으로 냈었던 아즈망가 대왕의 이야기, 그리고 그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와 여러 특징을 써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숨겨졌던 여러 뜻깊은 이야기와 친구들간의 재밌으면서도 인상깊게 남을만한 이야기. 다양한 패러디가 점철되어있을 이 작품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원작과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이번 리뷰에서는 두 모습의 이야기를 동시에 다루어보도록 하는 것을 강조드린다.


1. 아즈망가, 그 첫 시작


만화집 '아즈망가'의 표지중 하나. 패러디된 작품은 대운동회와 천지무용이다.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만화의 첫 시작점은 바로 만화가이자 디자이너로서 활동했었던 '아즈마 키요히코'로 부터 시작된다. 아즈마는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경력을 쌓아갔는데 약간 야한 만화라던가 게임 코믹스의 일러스트의 활동이 가장 눈에 띈다.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서서히 쌓아가기 시작하다가 '아즈망가' 라는 패러디 만화집을 발매하게 된다.


이 아즈망가의 이야기는 딱히 없다. 천지무용 (마법소녀의 33년에서 다루었던 사미의 원작 맞다.)과 대운동회의 다양한 일러스트와 화보를 모아서 냈었던 화보집으로, 아즈마 카요히코가 사실상 최초로 냈었던 일러스트 모읍집이다. 정식적인 줄거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2차 창작이라는 한계점을 넘어서 그의 개그센스나 다양한 패러디가 나타나있다. 


둘이서 떡하니 껴안는 표지도 있다!

이런 '아즈망가'라는 제목은 훗날 뒤에 나올 어느 작품의 제목으로 유명해지게 된다. 물론 아즈망가라는 제목 자체가 아즈마 본인의 성 '아즈마'와 만화의 일본어 '망가'를 더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성의가 조금은 없다고 생각은 들지만서도.... 다만 아즈마 본인은 이 제목을 좋아하진 않는다고 하는데, 편집부에 마음대로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패러디 만화 하나의 시작과 아즈마의 새로운 코믹스가 이렇게 큰 만화가 될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2. 아즈망가 대왕의 첫 이야기


아즈망가 대왕 코믹스의 1권 표지


아즈망가의 시작과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드디어 처음 연재되었던 '아즈망가 대왕'. 이 아즈망가 대왕의 큰 특징은 바로 4컷 만화의 시점에서 다양한 등장인물에게 초점을 맞춰놨다는 점이다. 물론 만화 내에서 단체적인 주인공들이나 이야기가 나올때는 주인공 한명에게 중점적으로 맞춰지지않고 분포가 되는게 맞지만, 아즈망가 대왕은 특정 주인공에게 맞추지 않고 6명의 중심 인물들에게 초점을 철저히 맞춰놨다. 본래 기획은 '학교를 배경으로 개그 4컷 만화 일상물' 이었지만, 이야기가 서서히 맞춰져나가고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포지션이 확립되면서 시트콤 형식의 4컷 만화로 완성이 되었다. 사실 애니판은 종류가 좀 있다. 바로 첫 버전은 바로 인터넷에서 공개된 '아즈망가 WEB 대왕' 이라는 작품이다. 놀랍게도 제작사가 파산하여 저작권이 풀려있다는 듯 하다.


아즈망가 대왕의 기념비적인 첫 애니판 버전. 어딘가 아스트랄하면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두번째는 짤막한 극장판 버전, '극장판 아즈망가 대왕 THE ANIMATION' 이 만들어졌다. 상당히 짦은 6분짜리 극장판인데, 내용은 오사카가 이상한 꿈으로 들어가서 상상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중점이다. 당시 '겨울의 카도가와 애니메이션' 이라는 이름으로 사쿠라 대전의 극장판과 슬레이어즈 프리미엄, 디지 캐럿 별의 여행과 동시에 개봉되었다.


이런 위의 두가지를 바탕으로 극장판을 제작한 스태프들이 모여서 TV판으로 제작된 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그 버전이다. 에피소드 자체도 원작과 큰 차이도 없고 되려 퀄리티가 상당히 더 깔끔해진 분위기가 강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고등학교에 월반하여 들어온 11살의 소녀 미하마 치요 (국내명은 윤나라) 치요의 눈높이에서 처음 친해지는 말괄량이 여고생 타키노 토모 (양소란)와 친구 미즈하라 코요미 (박재경). 그리고 어딘가 어두운 것 같으면서 속내는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순수한 매력의 사카키 (이태희), 오사카에서 온 어딘가 맹한 전학생 카스가 아유무 (맹순정, 근데 오사카에서 왔다며 오사카로 칭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댁), 운동부이면서도 얼빵한 카구라 (나승리)의 어딘가 소소하면서도 평범한 학교 생활을 다루는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고등학교 3년간의 타임라인으로 시작되어 마지막 졸업까지. 어딘가 우리나라의 모습과 닮았다.


아즈망가 대왕의 큰 특징은 바로 '4컷 만화'의 순기능을 크게 다루었던 점이다. 길게 늘어내는 스토리가 아닌 짦게 짦게 한 컷마다 이야기를 담아서 요약한 것이 바로 원작 만화에 나타나는데, 이런 짦다면 짦을 4컷 만화의 모습에서 웃음 포인트를 적절히 잘 담아냈었다. 썰렁하다면 썰렁하지만 어딘가 웃을수 있다면 마음놓고 웃을 수 있을 개그 포인트들. 그리고 확실히 끝내놓는 기승전결의 4컷의 장점이 바로 여기서 나오게 된다.


이런 확실하게 잡아놓는 개그포인트는 아즈망가 대왕의 보는 맛이기도 하다.



또한 '미소녀 동물원' 이라는 장르가 바로 아즈망가 대왕에서 완벽히 확립이 되었다. 물론 그 전에 여자 캐릭터들이 중점적으로 나와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가 없던 것은 절대로 아니긴 하다. 하지만 아즈망가 대왕이 보여주었던 일상물과 철저히 공과 사를 구별하는 연예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며 여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은 바로 미소녀 동물원의 첫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거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미소녀 동물원하면 다들 떠올르는 요소가 '연애'와 '모에'인데, 이 두 가지가 없는 대신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와 인물들에게 철저히 집중하며 딱 캐릭터 6명과 선생 3명에게 집중해나간다. 주연 말고 조연 캐릭터 둘도 있지만 갈수록 주연에게 집중이 되어가는 것은 매우 이색적인 요소기도 하다.


물론 남자가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유명한 키무라 선생 (한국명은 변태식)이 나오긴 하는데 물론 이야기 전개에서 큰 역할은 아니다. 그냥 좀 변태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웃음담당.


아즈마 키요히코는 아무래도 일상적인 면모와 여자들만이 나오는 줄거리를 만드느라 상당히 고심했을 듯하다. 아즈망가 대왕이 발매되고 훗날 정식적으로 TV 방영이 되던 시기는 여자 캐릭터들의 모에요소와 다양한 장르들이 판을 치던 90년대 극말에서 2000년대 초였으니까. 아키하바라를 중점으로 많은 괴이하면서도 미소녀와 근 미래의 메카물, 다양한 미연시 게임들은 그 세대의 유행이었고 많은 덕후들을 사로잡았다. 당장 비슷한 시기에 마호로 매틱이나 투 하트(다만 아즈망가 대왕은 투하트의 영향을 받았던 점이 있다.) , 세이버 마리오넷, 갤럭시 엔젤같은 애니메이션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던 시점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더 엇나가기 위함과 아즈마 본인의 과거를 없애기 위한 결정으로 철저히 모에요소를 빼버렸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그런 시점에 연애와 모에 요소를 철저히 빼버리고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해나가며 일상물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점은 높게 평가가 될 만하다. 당장 아즈망가 대왕은 시대와는 전혀 무관하게 타지않고, 또 뒤쳐지지도 않는 이야기가 많다. 지금 세대에서도 아즈망가 대왕을 기억해주고, 새로운 시기의 덕후들도 사랑해준다는 점은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작품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해냈는지,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볼 수있다는 요소를 남겨왔다는 점. 그리고 몇년 뒤부터 나오게 되는 다양한 일상물과 미소녀 동물원에 속하는 작품들이 영향을 받았는지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러키스타나 돌격 크로마티 고교, 케이온, 봇 치 더락! 같은 작품들에게 말이다. 그리고 아즈망가 대왕의 요소들은 몇년 후 아즈마의 또다른 작품, 요츠바랑! 에게 이식되어간다.


3. 아즈망가 대왕의 소소한 이야기들, 그리고 서로간의 꿈


아즈망가 대왕이 큰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캐릭터들의 놀라운 개성'이다. 물론 6명의 주연 캐릭터들이 개성이 없다면 그거대로 문제이긴 하겠지만 각자 다른 성격과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모아서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기만 하다.


아즈망가 대왕은 몰라도 이 캐릭터는 아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바로 부산댁 오사카!

아즈망가 대왕하면 가장 유명한 캐릭터는 당연히 위의 오사카, '카스가 아유무'라 생각한다. 일본 내에서의 오사카 출신 캐릭터들의 스테리오 타입을 완벽히 깨부시며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오사카 출신 캐릭터들은 항상 드세고 말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항상 느릿느릿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더빙할때에는 오사카와도 비슷한 특성의 부산 출신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이 부산댁이라는 이름은 소소한 비화가 있다.


아즈망가 대왕이 우리나라에 알려지던 시점이던 2002년. 어느 애니 사이트에서는 투니버스가 아즈망가 대왕을 방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어느 댓글이 이런 의견을 넣는데....


댓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바로 '부산댁'이라는 이름. 그리고 정말 부산댁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이런 부산댁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어딘가 맹함과 순수한 매력은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분명히 오사카(부산) 출신이라길래 시끌벅적한 느낌을 기대했더니 돌아온 것은 저런 캐릭터라니!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법하다. 하지만 이런 매력과 캐릭터성으로 어필하니까 인기는 더더욱 높아질만 했을것이고, 지금도 종종 회자가 되는 캐릭터가 되었다. 또한 코요미의 다이어트 에피소드, 사카키가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항상 피하는 고양이에게 도전하는 모습, 6명이서 뭉쳐다니며 왁자지껄한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등 일상에서 묻어나는 모습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더 부담없이 볼 수있다.


항상 고양이에게 물리기만 하는 사카키...그래도 훗날 다른 고양이가 생기게 된다!


주인공 치요가 초등학생이면서도 고등학교로 월반한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상당한 천재 캐릭터 나와서 주인공 포지션을 잡고, 귀여운 면모로 당장 학교 내에서도 마스코트가 되어서 학교 문화제때 큰 역할을 해내며 사카키와 오사카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마성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다른 만화였다면 치요가 온갖 모에 떡밥을 던져놨을 것이고 아즈망가 대왕 내에서도 그런 모에적 요소를 넣긴 했지만 우리가 아는 그런 모에는 아니다. 되려 귀여움을 어필하면서 초등학생 특유의 똑똑하면서도 어린아이의 생각을 가득 담아 오사카에게는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수험을 몇 일 앞두고 모두에게 부적을 나눠주며 좋은 결과를 바라는 등 어린아이 다운 모습도 자주 나온다.


그 유명한 치요의 아버지. 어릴때 정말 무서웠는데 지금 봐도 무섭다

또다른 요소이자 유명한 캐릭터는 바로 치요의 아버지이다. 진짜 이름이 치요 아버지다. (투니버스에서 방영할때에도 나라 아버지였다.) 유독 오사카와 사카키가 언급을 자주하며, 정작 당사자 치요는 뭔말인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치요의 아버지. 모습은 오사카가 선물로 주었던 고양이 인형의 모습인데, 사카키는 이미 저 모습의 치요 아버지를 봐왔기에 '이건 아버지야' 라며 언급한다. 치요는 그저 그 전에 사카키가 선물한 고양이 인형의 아버지라 생각했지만 사카키는 바로 너의 아버지라며 덧붙인다.


꿈속에서, 그리고 오사카의 상상속에서 나오는 저 아버지라는 모습은 실로 괴이하며 만화 내에서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남았다. 오사카의 상상에서는 산타로서 일도하고 돈은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하며, 사카키는 엄청난 강속구로 타자들을 잡으며 홈런도 날리는 최고의 야구선수라 생각한다. 아예 총알도 몸으로 다 막는다!


괜찮아 튕겨냈다 짤. 

어딘가 아스트랄하면서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때, 상상 속으로 도피하고 싶을때, 이런 캐릭터를 집어 넣어서 잠시동안의 탈피를 꿈꿨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사카의 경우 언제나 멍때리며 공상과학 같은 상상을 펼치는데, 여기서 만들어지고 살이 붙어 인간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치요 아버지라 볼 수있다. 치요 역시 학교 내에서이ㅡ 밝은 모습과 반대로 사생활 자체가 거의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알려지진 않았으니 그럴 법도 하다. 사카키는 치요를 귀여운 동생 그 이상으로 바라보기도 하니깐.


그렇다고 항상 밝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중의 중심적인 역할을 가진 선생 유카리 (조지나), 미나모 (주세미)의 진지하면서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 캐릭터들의 꿈과 다양한 고민들, 다이어트와 미래에 대한 걱정도 다룬다. 언제나 밝을 수만은 없는 일상이다보니 그런 스토리가 조금은 밝고 긍정적인 아즈망가 대왕의 이야기와는 조금은 어울리진 않는다. 하지만 각자의 현실을 가지며 서로가 서로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평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일상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에겐 내뱉을수 없는 고민을 친한 친구들에게 말하며 서로가 조언을 하는 그런 이야기, 청춘의 솔직담백한 매력으로 어필하는 만화는 단연 아즈망가 대왕의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평범한 보통의 삶이 어렵듯,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어렵고 힘들지만, 그것을 웃음과 상상을 펼치는 것으로 이겨내는 것이 아즈망가 대왕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4. 우리나라의 아즈망가 대왕


우리나라에서의 아즈망가 대왕이 처음 알려지게 된 계기는 바로 위의 애니메이션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일본 내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고 원작 만화 역시 크게 흥했기 때문에 안알려질 수가. 거기다 당시 우리나라의 오타쿠 세대들이 급변하기 시작하여 일본의 대중문화 개방이 정식적으로 들어오면서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만화나 문화들을 빠르게 받아 온 것도 한 몫하였다. 



그 유명한 '환청 케이크' 다양한 패러디로 양산되는 2차 창작 영상들도 많다.


그렇게 정식적으로 방영이 된 시점은 2002년 12월 부터였다. 극장판이나 웹 애니버전이 아닌 공식적인 애니메이션 버전이 방영이 되었는데, 방송사는 투니버스가 맡았다.


번역이나 한국화가 상당히 잘 된 케이스의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일본 문화 개방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완전히 이루어진 시기는 아니었기에 이름부터 많은 명칭을 한국어로 다 뜯어고친 케이스. 그럼에도 굉장히 이름이 자연스럽게 매칭되었다. 사카키의 이름이 본래 '김태희' 였지만 배우 김태희와 겹친다는 이유로 이태희가 되버린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부산댁 역시 성우를 부산 출신의 양정화 성우로 캐스팅한 것도 엄청난 신의 한수로 꼽힌다. 하지만 다른건 둘째쳐도 이현진 성우의 조지나 연기는... 직접 보는게 빠르다


그 유명한 엘지와 롯데 번역. 원작에서는 한신 타이거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이다! 

번역의 퀄이 좋았듯 소소한 번역도 잘된 편이다. 당장 위의 요미우리와 한신을 우리나라의 엘지, 롯데에 엮었다! 치요가 요미우리 팬인데 토모가 이를 가지고 라이벌 팀인 한신이 우승한다며 놀리는 모습을 엘지 팬 나라에게 자칭 꼴빠 소란이가 롯데가 우승한다며 놀리는 모습으로 바꿨다.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렇게 롯데팬인 본인도 상당히 놀랐던 번역이었다.


사실 몇몇 심의에서 걸릴만한 묘사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애니판에서는 수영복에 대한 변태식의 집착이나 가끔씩 실제 명칭이 나오는데 지금으로서는 상상할수 없는 일. 가명으로 바뀌거나 여러 집착섞인 모습은 당연히 검열처리가 될 것이다. 또한 몇몇 왜색부분은 편집 처리를 하기도 했었다. 유카타를 한복으로 언급만 한번 하고 축제 장면에서 아예 삭제가 되어버렸으니... 지금 우리가 보는 아즈망가 대왕에서는 그런 점이 없는데, 그 이유는 더빙판의 음성과 일본판의 화면에 맞춰서 편집한 버전이 나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아즈마 키요히코가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것을 알았는지 더빙판이 실린 DVD판에 한복을 입은 치요의 일러스트가 있었다는 듯 하다. 그것도 직접 그려서! 그리고 바로 완판, 지금은 상당히 구하기 힘든 일러스트라고 하니 아즈망가 대왕의 인기가 얼마나 큰지 실감할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포스터가 한정 DVD의 수록된 일러스트라는 듯하다.


사실 아즈망가 대왕의 인기는 높은 퀄리티의 번역이나 투니버스 전성기 시절의 추억도 있겠지만 일상적인 요소가 우리나라와 상당히 잘 맞물려 들어온 점이 크다. 일본의 문화나 학교 생활이 조금은 차이점이 있지만 (가령 급식이 아닌 매점에서 빵을 사먹는다거나 활발한 동아리 생활, 문화제같은 큰 이벤트들) 우리나라의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의 수학여행과 체육대회, 친구들간의 수다나 선생님들의 고민, 각자의 꿈을 가지는 학창생활은 어디에서나 같기 때문이다. 


또한 씹덕체같은 작화나 이야기 내에서의 뽕빨물 요소가 굉장히 적었던 것도 한 몫한다. 이런 모습이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은 만화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아즈망가 대왕 자체가 원작 만화부터 그런 요소를 가지지 않았던 것을 보면 타고난 모습이 그렇겠지만 그저 어릴때 보던 신비스런 만화가 커서 보니 저렇게 담백하고 일상을 다루는 만화일줄은 몰랐다며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지금봐도 거부감이 없을 만큼 일상을 적절히 다룬것도 있지만.


이런 소소한 문화제 에피소드가 정말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5. 아즈망가에 대한 나의 시선, 그리고 요츠바랑! 을 꿈꾸며...


아즈망가 대왕을 필자가 처음 봤던 시기는 놀랍게도 6살때였다. 엄마가 사주시던 컴퓨터 앞에서 항상 사이트를 뒤져보던 본인에게 어느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었고, 그 사이트는 지금으로 치면 루리웹이나 클리앙 같은 분위기였었다. 정확한 이름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상당히 다양한 자료와 2000년대 중반의 덕후 감성이 절로 나는 사이트였던 것은 확실히 기억에 있다.


그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봤었던 것은 바로 '아즈망가 대왕의 인형극' 이었다. 정확히는 피규어를 가지고 역할극 비슷한 것을 했었는데, 항상 오사카가 주인공 식으로, 치요 아버지와 달나라까지 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린 마음에 치요 아버지라는 캐릭터가 매우 무서웠지만, 그래도 계속 보게 되는 마성의 매력... 그렇게 어릴적의 색다른 기억과 추억으로만 남기며 잊혀져 갔다.


시간이 흘러 어엿 19살의 나, 수능을 마치고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시점의 본인에게 학교는 크나큰 자유를 주었다. 학교도 일찍 끝내주고 곧장 집으로 가서 할게 없던 본인. 대학 입시 준비도 크게 안해도 되서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본인에게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만화가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본 듯한 이름과 작화, 그렇게 본능에 이끌리듯 시작한 아즈망가 대왕의 1화, '룰루랄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나를 사로잡으며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고3 마지막을 만화 보기로 마무리 지었지만, 아즈망가 대왕은 본인에게 소소한 재밋거리가 되었다. 항상 후회만 가득하고 친구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그렇다고 남같다고 하기에는 뭐같은 친구들의 괴롭힘은 항상 나에게는 괴로움과 무거운 순간으로 남아있었기에 학교라는 곳은 가기 싫은 곳으로만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있었으리라.


하지만 아즈망가 대왕에서의 학교는 청춘이 꽃을 피우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친하게 지내는 친한 친구들의 담소같은 느낌이 강했다. 어딘가 뒤틀렸다면 뒤틀렸지만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학교의 문화제나 체육대회, 그리고 마지막 졸업식은 졸업을 앞두던 본인에게는 놀라움을 주었다.


마지막화의 졸업여행에서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그 전의 졸업에서 3년간 같이 보냈던 선생님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와 학교에 대한 경외심, 나라가 보여주었던 아쉬움과 이별에 대한 눈물, 마지막으로 대학 합격 발표자를 기다리는 코요미를 유쾌하게 기대하며 끝내 붙으며 여섯 친구들의 이야기는 재밌게 마무리가 되었다. 본인의 졸업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보면서 많은 느낌과 여운을 많이 받았었다. 나의 학창시절이 이렇게 같이 끝나가는구나...하는 느낌을.


'우러러 보며 고귀한 

스승님의 은혜 


가르치네 그래도

세월이 흐르고


생각하며 눈부셨던

지난 세월이여


이젠 우리 헤어질 때

모두들 안녕'


졸업식 노래를 듣는 순간 마음이 찡해졌었다. 나의 청춘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줄이야, 그리고 20살이 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 크나큰 중압감으로 들어오기도 했었다.


이별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던 만큼 아즈망가 대왕은 나에게는 기념비적인, 그리고 만화라는 것의 새로운 덕질을 느끼게 해주었기에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반갑고도 너무나도 고마웠던 아즈망가에게 인사를 주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이자 또다른 모습의 요츠바랑을 꿈꾸며, 다양한 일상물이 나에게 다가오길 기대해보고 고대한다.


누군가의 추억에서, 누군가에겐 일상같은 아즈망가를 꿈꾸며!



- 글을 마치며.


약 3개월만에 써봅니다. 정말 많은 만화를 생각하고 써보자 써야겠다 이렇게 생각만 했었는데 생각 끝에 용기내어 다시 쓰게 되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만화를 처음 봤었던 때가 새록새록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정말 어릴때 접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 당시에는 정말 특이한 만화라고만 생각이 많이 들었었습니다.지금봐도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주었던 만화인데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감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아즈마 키요히코라는 만화가는 저에게 다양한 식견을 주는데 도움을 주었던 사람입니다. 본래 데뷔를 다양한 일러스트를 그리는데 투자했었고 그 와중에 성인향의 일러스트나 만화를 그리기도 했었죠. 이런 모습을 두고 사람들은 아즈마 키요히코에겐 이런 작품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을 내리기도 합니다. 워낙 작화가 귀욤상이기도 하고, 아즈망가 대왕의 이미지가 굉장히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아즈마의 이런 소소한 일탈이나 시도 자체는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상물을 그리는 사람도 예전에는 다양한 장르에도 도전했었구나 라는 식으로 말이에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에서는 가장 정적이면서도 담백하게 흐르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짱구도 있고, 각국의 예전 추억거리를 가지는 마루코는 아홉살, 검정 고무신도 있지만 아즈망가 대왕이 주는 공통적인 학교생활과 친구들간의 이야기는 초중고를 겪으며 대학생으로 올라가는 저에겐 많은 공감을, 그리고 남다른 이야기를 전달해주었습니다. 윤나라 라는 귀여우면서도 나이에 맞지않는 어른스러움을 지닌 친구가 같이 있어줬기에 더 뜻깊은 만화였을지도 모르구요.


아즈망가 대왕이 주었던 뒤의 일상물 만화에 끼친 영향, 그리고 뒤에 나올 요츠바랑! 이라는 만화 역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꾸미지않고, 되려 아픔을 치유해나가면서 서로에게 소통하며 공감하는 요소가 가득하기때문인지 그런 만화를 많이 찾게 됩니다. 아즈마 키요히코는 아마 이런 것을 갈구하고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상에 접목하는 이야기를 그려나가지 않았나 하고 생각도 해봅니다. 


귀여우면서도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친구 나라, 항상 활발하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의 소란이, 가장 어른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애같은 재경이, 어벙하지만 순한 매력의 부산 아가씨 부산댁 순정, 겉은 차갑고 도도하지만 속은 여리하고 착한 고양이 사랑꾼 태희, 운동부의 매력을 가득담은 승리. 이 친구들이 있었기에 덕분에 잘 봤었고, 잘 공감했었기에 감사함을 많이 느낍니다. 만화 상이지만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배웠다는 느낌도 받네요, 아무쪼록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다음 띵작 만화에서 다룰 작품은 바로 지브리의 만화 '마녀 배달부 키키'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리며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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